*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LG는 오늘도 1회말부터 홈런이 터지며 한화에 낙승했습니다. 상대 선발 부에노가 LG전에 처음 등판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타자들이 낯설어 투수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LG 타자들은 1회말부터 부에노를 난타하며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1회초 무사 1, 3루 기회에서 나온 박경수의 재치 있는 수비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면, 오늘은 1회초 무사 1루에서 이택근의 호수비가 동일한 역할을 했습니다. 1회초 선두 타자 정현석이 실책으로 출루했음을 감안하면, 손지환의 깊숙한 타구를 이택근이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 선취점을 내주며 무사 3루의 기회가 이어져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택근의 호수비로 인해 1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곧바로 1회말 이택근이 2점 홈런으로 어제에 이어 결승 홈런을 뿜어내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이택근은 이틀 동안 3홈런 8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는데, 이대형이 부진으로 빠진 중견수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즌 초 부상으로 인한 부진을 떨치며, LG가 금전적인 손실과 2명의 선수, 그리고 여론의 비난까지 감수하고 영입한 이유를 뒤늦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택근의 최근과 같은 강인한 모습이 본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LG의 4강 탈락이 확정된 시점에서 뒤늦게 터져 아쉽지만, 2005년 이래 매년 이어오고 있는 3할 대 타율을 올 시즌에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작은 이병규가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습니다. 이병규의 1회말 3점 홈런은 이대수의 실책성 수비 직후에 터져, 점수를 5:0으로 크게 벌리며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멀티 히트로 타율도 0.299로 3할에 육박했습니다. 작년까지 통산 홈런이 단 1개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일취월장입니다. 2군을 평정했던 LG의 타자 유망주들이 타 팀과 달리 1군 무대에 연착륙하는 일이 드물었는데, 작은 이병규는 분명한 성공 사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내한한 쿠바 대표팀을 상대로 한 2008년 7월 30일 LG 2군의 연습 경기에서 작은 이병규가 끝내기 홈런을 포함한 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는데, 오늘 쿠바 출신의 부에노를 상대로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오지환도 장기인 3점 홈런으로 시즌 13번째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실질적으로 올 시즌이 1군에서의 첫 시즌인데, 타율이 2할 5푼 대에 불과하고 실책이 많지만, LG의 신인 타자가 첫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은 1994년 유지현과 김재현 이후 처음입니다. 유격수로서 오지환은 당연히 수비를 보완해야 하지만, 타율과 장타력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장타력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LG에서 3할을 칠 수 있는 교타자는 흔하지만,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거포는 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지환은 타석에 들어설 때부터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도록 타율 0.280 정도를 유지하며 20홈런 이상을 터뜨리는 거포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타율을 위해 장타력을 희생하는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시즌 오지환을 1군에 올리지 않고 2군에서 육성한 김재박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이병규와 오지환은 LG의 타자 유망주 잔혹사를 깨뜨리며 장래 LG의 중심 타선을 책임질 강타자로 성장할 것입니다.

더마트레는 오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8점을 등에 업은 3회초 선두 타자 정현석을 필두로 2개의 볼넷을 내주며 2실점했는데, 뒤이은 김선규와 박동욱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자칫 계투진을 무의미하게 소진할 뻔 했습니다. 큰 점수차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한다면 한국 무대에 남아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더마트레와 오카모토의 부진으로 LG의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는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김선규와 박동욱은 선발 더마트레가 무너진 후 침착하게 6이닝을 나눠 던지며 단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계투진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넥센전에서 박현준이 LG 유니폼을 입고 첫 승을 따낸 것처럼, 김선규는 데뷔 6년차 만에 첫 승을, 박동욱은 7년차 만에 첫 세이브를 얻었습니다. 타 팀에서 이적 혹은 방출된 투수들이 LG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정도로 현재 LG의 투수진이 허약하며 육성에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되지만, 그들이 LG 유니폼을 입은 뒤 첫 승과 첫 세이브를 따내며 LG에 애착을 가지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입니다. 세 명의 젊은 투수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LG는 이번 3연전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한화를 7연패로 주저앉히며 상대 전적에서 9승 1무 8패로 앞섰습니다. 시즌 전부터 최하위가 예상된 한화를 상대로 5월 둘째 주 주중 청주 3연전을 스윕당하는 등 시즌 내내 고전하다 이번 3연전을 통해 간신히 앞섰는데, 이번 3연전에 임하는 박종훈 감독 이하 선수단의 각오는 남달라 보였습니다. 화요일 경기에서는 필승 계투진을 포함 8명의 투수를 쏟아 부으며 류현진을 패전 직전까지 몰아가며 승리를 헌납하지 않아 류현진의 선발 20승을 실질적으로 좌절시켰고, 어제와 오늘은 이틀 연속 20안타 이상을 터뜨리며 도합 30득점으로 한화 마운드를 초토화시켰습니다. 박종훈 감독이 초반부터 대타를 꺼내들었고, 타자들도 적당한 선에서 득점을 멈추지 않은 것을 보면, 한화가 류현진의 승리와 기록을 위해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하며 LG전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LG는 2007년 시즌 막판 4강 싸움에서 류현진을 표적 선발로 집중 투입한 한화에 밀리며 4위에 그쳤고, 2008년과 2009년에도 한화와의 상대 전적에 밀리며 하위권으로 추락한 바 있습니다. 타 팀들이 한화를 상대로 쉽게 승수를 쌓았던 것과 달리 올 시즌까지 다 년 간 한화에 고전하고 있는 LG의 모습은, 왜 하위권에 처져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류현진이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화와의 마지막 1경기를 반드시 승리해 상대 전적에서 모처럼 우위를 점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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