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를 논란그룹이라 불러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뮤직뱅크 8월 둘째 주 1위에 보아가 발표되고 이어진 DOC의 무대 난동(?)은 그저 악동스러운 축하 퍼포먼스로 웃으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보아가 건네준 꽃다발을 바닥에 버리는 이하늘의 행동도 그런 장난기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런 모든 행동까지도 오해를 사게 한 일이 트위터에서 발생했다.

이번에는 이하늘이 아니라 김창렬이었다. 뮤직뱅크가 끝난 후 김창렬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쏟아냈다. 김창렬의 트위터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보아의 음반을 소속사가 사재기했다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컴백 후 1주라 시청자 선호도도 점수가 없고, 방송점수도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 보아는 음원점수에서도 DOC에게 2천점 정도 뒤졌으나 압도적인 음반판매점수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뮤직뱅크 1위 발표 후 모두가 웃었던 DOC의 악동 퍼포먼스. 오른쪽이 보아가 준 꽃다발을 바닥에 던지는 이하늘
김창렬은 트위터를 통해서 “부다(DJ DOC 소속사)가 더 큰 회사였으면 ㅋㅋ 나두 우리음반 조금이나마 사러 다녀야지 ㅋㅋ 어차피 선물하면 되니까 ㅋㅋ 기본 쫌 드럽네 ㅋㅋ”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에 대해서 DOC 팬이 반응하자 이번에는 다시 “그 마니 나간 앨범 가진 사람들 만나보구싶어요 그게 문제인거죠”라며 곧이어 “그래서 나두 음반 사러 다닐라구요”라고 했다.

김창렬의 트위터 발언은 DOC 전원이 1위 발표 후 훼방을 놓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DOC니까 가능한 장난기로 여겼던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동시에 보아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로서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발언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팬덤끼리의 감정싸움에서나 오고갈 내용이다. 그런 발언이 가수 본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올해 일부 팬덤에 의해서 음반사재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적이 있었다. 팬덤 규모가 큰 아이돌그룹 팬덤의 음반구매를 사재기라 규정하면서 음원점수로만 뮤직뱅크 순위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음반시장의 축소가 궁극적으로 한국 가요계의 기반을 취약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수라면 누구라도 이에 동조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1위에 오른 그룹을 폄하하는 의미 외에는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런 주장이 일부 뮤직뱅크 점수배정 개편에 영향을 끼쳐서 현재는 점수비율이 종전 20%의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지금 한국 대중가요시장은 분명 음반을 사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270만장을 팔았다는 DOC의 전설은 온데간데없고 한터기준으로 겨우 4만장 정도 판 보아에게 압도적인 점수 차로 밀려나야 했다. 그러나 보아 역시도 과거 음반 판매 실적을 보면 이번 정규 앨범의 판매는 비록 뮤직뱅크 1위에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결코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음반을 사는 사람을 경쟁 가수 팬이라 할지라도 가수는 절대로 상처를 줄 수 없다. DOC도 보아도 팬들에게 음원 다운로드보다 음반을 사서듣기를 권하는 말을 했다. 현재 한국 가요계는 누구의 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반을 사는 사람을 떠받들 형편이다. 그런 음반 소비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점에서 김창렬의 트위터 발언은 대단히 경솔하고, 도가 지나친 투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창렬의 발언이 논란으로 점화되자 이하늘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이번 일은 내가 봐도 수위를 넘었네요. 진심을 담은 사과 준비할게요”라고 사태 진압에 나선 점은 그나마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DJ DOC의 위상을 크게 흔들게 됐을 것이다. 이하늘의 사과 발언이 있었던 만큼 보아에 대한 김창렬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또한 음반을 산 보아 팬에게도 깊이 머리를 숙여야 할 것이다.

불과 10년도 안된 과거와 다른 가요계 환경이 불만스러운 것은 비단 DOC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 현실이 당황스럽더라도 데뷔 16년차와 불혹의 나이에 맞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랄 뿐이다. 이런 투정이 없어야 DJ DOC의 비판의식이 빛을 발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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