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를 가진 뒤 팬들과 축구 기자, 전문가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물론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광래 신임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변화는 어쨌든 신선함이 묻어있었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희망적인 부분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2-1로 단순히 승리를 거둔 것도 의미 있었지만 내용이 있고 알맹이가 꽉 차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성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조광래호가 돋보일 수 있게 됐으며, 어떤 면에서 한국 축구에 희망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는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광래감독 ⓒ연합뉴스
패스플레이 그리고 적극적인 움직임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와 공격 전개, 쉴 새 없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모든 선수들이 펼친 것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대표적인 스타일로도 꼽히는 이같은 전략은 이전 한국 축구에서는 좀처럼 자주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많은 시간을 갈고 다듬어 나간다면 충분히 기술 축구, 선진 축구를 한국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한국 축구는 이전의 측면에 의존하는 경기보다는 중앙에서 원터치로 짧고 정확하게 이어가는 패싱플레이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 나가며 상당히 진보한 축구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패스를 할 때 가만히 서 있기보다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기민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훨씬 더 역동적이고 세련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전방을 향해 길게 찔러주는 롱패스보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패스를 통해 조금씩 밀고 올라가면서 빠른 속도와 방향 전환을 통해 도전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도 내용이 있었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대단히 의미 있었습니다.

특히 '패스 마스터'로 불리며 자신의 역할인 중앙 미드필더 지역에서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패스플레이를 선보인 윤빛가람의 활약은 향후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또 측면 공격수였음에도 조광래 감독의 지시에 따라 중앙으로 좁혀 움직이면서 전방으로 찔러주며 도움을 기록한 '캡틴박' 박지성의 공격적인 플레이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더 많은 훈련과 완벽한 전술 이해를 통해 조직적으로 다듬고 개인 역량을 더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유럽형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번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줬습니다.

측면 윙어

이날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최효진의 포지션이었던 윙어의 역할 그리고 활약도 대단히 돋보였습니다. 기존 4-4-2에 비해 측면 윙백이 한 명 부족한 3-4-2-1 전술에서 윙플레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야 했던 최효진, 이영표는 활발한 몸놀림으로 새 전술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주목받았습니다. 상대의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공격 상황에서는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대표팀의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켜야 하는 역할을 두 선수 모두 잘 해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최효진은 탄탄한 수비력과 더불어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활발한 오버래핑과 과감한 공간 창출 및 돌파로 득점까지 뽑아내는 등 오른쪽을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조광래 감독이 부여한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이전 포백 수비 윙플레이어들의 역할 분담과는 또다른 맛을 보여준 최효진, 이영표의 활약은 한국 축구 변화의 중심축으로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세대 교체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장기적인 해결 과제로 거론된 세대 교체 문제가 첫 경기부터 대단히 긍정적이었던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날 골을 넣은 윤빛가람, 최효진을 비롯해 김영권, 조영철, 홍정호 등 첫 출장한 선수들의 무난한 데뷔전은 선배 선수들을 긴장시키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시안컵 본선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보면 점진적인 세대 교체를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그러나 조광래 감독의 과감한 세대 교체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활력을, 기존 선수들에게는 경쟁심을 부추기며 긍정적인 요소를 가져다 줬습니다. 비록 몇몇 선수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손발이 안 맞는 모습도 있었지만 향후 조광래 감독과 함께 하면서 훈련, 연습량을 늘리며 서서히 만들어 나간다면 그야말로 '조광래의 아이들', '축구대표팀판 조광래 유치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곧 한국 축구 미래의 실력과도 연관되는 만큼 일단 첫 단추를 잘 꿴 것은 대단히 돋보였다는 생각입니다.

가리지 않는 주전-비주전

또한 대표팀 전체에 치열한 주전 경쟁구도를 불러일으키며 전력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많은 장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는 주전-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23명의 대표 선수 모두가 흐트러지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면에서 이전 대표팀보다 훨씬 나아진 전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첫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어쨌든 개인에게나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독특한 소통 방식

팀 전력 뿐 아니라 조광래 감독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도 조광래호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을 소집한 지 단 이틀 만에 좋은 경기를 선보였던 조광래 감독은 이전 감독들과는 다르게 바로 그 다음날 경기에 대한 분석 평가서를 내놓아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선수들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조목조목 언급했습니다. 대표팀과 클럽팀에서의 활약을 연장선으로 놓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선수들의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더욱 적극적인 의사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는데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대표 소집 기간이 아닌 평시에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서려는 조광래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이같은 조광래 감독의 적극적인 자세가 다음 경기, 또 그 다음 경기에서 어떤 경기력으로 나타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음에도 냉철하게 지적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한 '솔직한 스타일'의 조광래 감독의 지도 방식이 독특하고 남다른 면이 많아 주목받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직 한 경기밖에 안 치러서 설레발치는 것 아닌가 하는 말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전 대표팀과 다르게 첫 경기에서 분명한 색깔을 보이고, 남아공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의 순간을 잊고 확실하게 새 출발하려는 의지만큼은 상당히 눈에 띄었고, 긍정적이었습니다. 보다 조직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꾸준하게 지켜내는, 매 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진화하며 팬들을 즐겁게 하는 조광래호가 될 수 있을 지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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