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방영 전부터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찬란한 유산' 이후 이승기의 두 번째 작품일 뿐만 아니라,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홍자매는 '쾌걸춘향'을 시작으로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까지,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데요.

특히나 이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경우 예전에 정말 배꼽을 잡으면서 봤던 '환상의 커플'과 비슷한 느낌을 주며, 스틸컷에서부터 신민아가 나상실을 떠올리게 만들어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단 1, 2회 방영 이후 반응은 확연히 갈리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이승기와 홍자매 팬의 경우 칭찬일색인 반면, 특히 30-40대에서는 너무 유치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부족할 뿐더러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구미호 시리즈와 너무 비교된다는 반응입니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SBS의 홍보전략

하지만 그렇게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을 따지기 이전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보는 데 있어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SBS의 과도한 홍보전략인데요. 방영 전부터 강심장에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스페셜'을 방송하면서 노골적인 드라마 홍보를 하다가, 오직 신민아만 띄우고 나머지 출연진은 병풍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으며 이는 곧 강심장의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1회가 방영된 이후, SBS 드라마센터 관계자는 "첫방부터 28개의 광고가 완판되었다. SBS '자이언트'가 MBC '동이'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한 것처럼 '여친구'도 KBS2 '제빵왕 김탁구'를 상대로 뒤집기에 도전해 보겠다. 많이 기대해 달라"며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감을 밝혔는데요.

그렇게 SBS는 시청률 40%의 드라마를 상대로 광고가 완판되었다는 것을 자랑하면서, 이제 갓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와 40%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드라마를 동급인 것처럼 주입시키는 홍보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홍보전략으로 2ne1이 소녀시대를 삼성의 갤럭시 S가 아이폰과 경쟁구도를 만드는 전략을 취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보기도 했었죠.

또 SBS와 어떤 협약이나 암묵적 카르텔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1회 방영 이후 유독 한 특정 언론사는 단순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만 띄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빵왕 김탁구'를 깎아내리면서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요. 일단 방영 이후 밤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대해서 총 10개의 찬양(?)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언론사는 '제빵왕 김탁구'에 대해서는 "막장이다. 자극적이다. 40%의 시청률은 거품이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3개 내보내며 '제빵왕 김탁구'의 높은 시청률과 인기는 폄하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이 언론사는 특정 기자 1명이 편파적으로 한 드라마를 띄워주며 경쟁 드라마를 깎아내리는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연예부 기자 모두가 합심하여 작정한 듯이 나누어 기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자가 객관적인 시선에서 공정하게 기사를 썼다고 보기엔 너무 편파적이고 조직적인데요. 이것이 소위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언플(언론 플레이)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죠.

도가 지나친 홍보전략은 반감만 사게 될 뿐...

사실 SBS는 월드컵 독점 중계 여파로 평일 드라마들이 모두 시청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월드컵으로 신만 잔뜩 내고 내실이 없어졌는데요. 기대작이었던 '나쁜 남자'가 평균 시청률 8.7%로 종영하면서, 이어 방영을 하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분위기 반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의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아직 10회나 남아있어, 총 16부작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게 있어서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러다 월화극에서 SBS는 '자이언트'의 시청률이 점차 오르더니 한때 30%를 넘기며 부동의 1위를 지키던 MBC의 '동이'를 제치고 1위를 하는 이변을 만들어 내면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역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자이언트'의 시청률 상승에는 '자이언트'의 뒷심과 '동이'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것 외에도 언론에서 '자이언트'에 대한 좋은 기사를 써주고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자이언트'가 재밌다는 것을 '동이'의 시청자 게시판이나 '동이' 관련 기사들 등을 통해 남기고 다닌 것도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행위들이 반감을 가지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이'의 진부한 내용에 실망하여 다른 볼거리를 찾는 이탈자들에게는 좋은 홍보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맘 떠난 사람은 그런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낚이기 마련이거든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경우도 그런 것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요. 벌써부터 '제빵왕 김탁구' 시청자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들에서 '제빵왕 김탁구'가 재미없다고 하면서 '내 여자친구 구미호'는 재밌더라는 네티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사 역시 기대작이었던 만큼 대부분 언론사에서 칭찬일색인 기사들을 쏟아내고 '제빵왕 김탁구'에 대해서는 깎아내리고 폄하하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SBS는 '자이언트'에 이어 다시 한 번 역전 드라마를 쓰는 것에 기대감을 가지고 한층 고조되어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제 생각에 앞으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SBS의 모든 홍보전략을 동원하여 '제빵왕 김탁구'를 제치는데 올인할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이미 '찬란한 유산'으로 시청률 40%를 넘겨본 이승기와 꾸준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홍자매 작가들에 의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고, '자이언트'로 뒤집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선점의 법칙이 깨지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SBS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서 월드컵 독점 중계에 따른 여파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홍자매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런 SBS의 홍보전략이 참 씁쓸하네요.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그 전략이 먹히는 대중들도 있겠지만, 요즘 네티즌들은 워낙에 눈치가 빨라서 언플이다 싶으면 반감부터 가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PD의 연출, 연기자의 뛰어난 연기가 있다면, 그런 노골적인 홍보전략을 취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입소문을 타고 자발적으로 찾아보게 되기 마련인데요. 오히려 그런 반감을 주면서까지 그런 홍보전략을 취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도가 지나치면 안 하느니 못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군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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