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A 커뮤니티실드'의 승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다. 맨유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커뮤니티실드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에콰도르 출신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맨유는 후반 교체 투입된 멕시코 신성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애칭 치차리토)와 백작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연속골이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첼시는 1-2로 뒤지던 후반 39분 살로몬 칼루가 한 골을 만회했으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초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는 생각보다 쉽게 맨유 쪽으로 기울었다. 발렌시아가 애슐리 콜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고 루니, 에르난데스, 베르바토프 등 공격수들이 제몫을 해줬다. 여기에 노장 에드윈 반 데 사르의 신들린 선방쇼까지 더해지며 맨유의 승리로 끝이 났다. 무엇보다 폴 스콜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3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는 정확한 패스와 완벽에 가까운 템포 조절로 중원을 장악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스콜스에게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부여했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굉장하다. 스콜스는 35세에 경기 MVP가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 2010/11시즌 첫 경기, 맨유의 스쿼드
커뮤니티실드 출전이 곧 새 시즌의 주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팀 전술 모두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읽을 수 있다. 감독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첼시전에 나선 맨유의 스쿼드는 1.5군에 가까웠다. 부상에 돌아온 마이클 오웬이 투입됐고 파트리스 에브라 대신 파비우 다 실바가 왼쪽 풀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오른쪽 풀백 역시 멀티맨 존 오셔였다.

▲ 치차리토, 제2의 숄샤르?
오웬의 경우 부상 복귀 이후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퍼거슨 감독의 배려로 보였다. 경기력은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후반에 투입된 치차리토의 움직임이 더 날카로웠다. 오셔의 복귀는 퍼거슨 감독에게 새로운 선수 영입과 같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좌우 측면 모두 가능하며 때에 따라 중앙 수비도 할 수 있다. 파비우의 출전도 눈여겨 볼만한 사항이다. 그동안 파비우는 동생 하파엘에 비해 출전기회가 적었다. 에브라라는 거대한 벽의 영향도 컸지만 무엇보다 하파엘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유는 필립 람 영입에 실패하며 풀백 보강 없이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즉, 하파엘과 파비우의 성장에 기대야 하는 셈이다.

[골키퍼-GK] 반 데 사르 역시 긱스, 스콜스처럼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 이날 반 데 사르의 방어력은 여전히 유럽 정상급이었다. 경기 초반 니콜라스 아넬카의 대포알 슈팅과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헤딩 슛 모두 반 데 사르의 선방이 없었다면 골과도 다름이 없었다. 특별한 부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올 시즌 역시 반 데 사르가 맨유의 골문을 지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벤 포스터가 버밍엄 시티로 떠났고 토마스 큐슈착은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비수-DF] 첼시전 포백은 오셔-비디치-에반스-파비우였다. 후반에는 파비우 대신 크리스 스몰링이 투입되며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에반스가 왼쪽을 맡았고 스몰링이 비디치와 호흡을 맞췄다. 퍼디난드의 대체자 찾기는 올 시즌 퍼거슨의 숙제 중 하나다. 이는 곧 스몰링의 성공적인 안착을 의미하기도 한다. 퍼거슨은 최근 <미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몰링은 패싱 능력이 뛰어나고 빠르며 신장이 좋고 잠재력이 풍부하다. 상체가 다소 부실하지만, 곧 극복할 것이다. 마치 젊은 시절 리오를 보는 듯하다"며 스몰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퍼디난드의 부재시 지나치게 얇아보였던 맨유의 수비벽은 스몰링 영입과 오셔의 복귀로 두터워진 느낌이다. 그러나 이 또한 스몰링의 적응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좌우 풀백의 경우 에브라를 제외하곤 100% 신뢰할 수 있는 자원은 없다. 웨스 브라운, 오셔, 다 실바 형제, 네빌 등 자원은 풍부하지만 맨유가 영입을 추진한 람 급은 아니다.

▲ 커뮤니티실드 맨유 스쿼드
[미드필더-MF] 퍼거슨 감독은 올 여름도 중앙 미드필더 영입을 하지 않고 있다. 월드컵 스타 메수트 외질 영입설이 나돌았지만 퍼거슨이 이를 부인하며 단순 루머에 그쳤다.(현재 외질은 바르셀로나 입단이 유력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도 퍼거슨은 스콜스, 마이클 캐릭, 긱스, 안데르손 대런 플레쳐, 대런 깁슨을 놓고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스콜스와 캐릭이 경쟁에서 다소 앞서 있다. 물론 스콜스의 경우 전경기를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플레쳐가 더 많은 경기를 뛸 수도 있다.(실제로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안데르손과 오웬 하그리브스의 출전은 부상 복귀 여부에 달렸다. 두 선수의 복귀는 맨유 중원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측면 경쟁은 사실상 3대2로 좁혀진 모습이다. 발렌시아, 박지성, 나니가 지난 시즌처럼 상대팀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 퍼거슨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박지성은 상황에 따라 중앙 이동이 가능하다. UEFA 챔피언스리그나 첼시, 아스날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 '센트럴 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생각보다 잦은 부상과 공격 포인트 횟수다. 이는 박지성이 확실한 주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공격수-FW] 지난 시즌 맨유 공격진의 가장 큰 문제는 루니 파트너의 부재였다. '유리몸' 오웬은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고, 베르바토프는 오랜 골 가뭄에 시달렸다. 루니가 홀로 맨유의 최전방을 이끌며 고군분투 했지만 EPL 4연패를 이루진 못했다. 때문에 맨유의 영입 1순위는 루니의 파트너였다. 카림 벤제마, 클라스 얀 훈텔라르, 루이스 수아레스 등 다수의 공격수들이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퍼거슨의 선택은 멕시코 신성 에르난데스였다. 사실 퍼거슨은 에르난데스를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은 뒤 부르려 했지만, 월드컵과 프리시즌의 활약이 이어지며 퍼거슨의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첼시와의 커뮤니티실드에 출전했다.(그리곤 아주 다이나믹한 헤딩골을 터트렸다) 에르난데스의 영입을 제외하곤 맨유 공격진에 변화는 없다.)오히려 디우프가 임대를 떠났다) 그러나 지난 시즌과 비교해 훨씬 다양해졌다. 에르난데스와 마케다의 패기와 베르바토프의 우아함 그리고 오웬의 결정력은 루니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문제는 조합인데, 퍼거슨이 실패로 끝난 루니-베르바토프 카드를 또 꺼내들지도 관심사다)

축구전문블로그 피치액션(http://pitchaction.com)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축구광(蹴球狂)시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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