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있었다고 폭로해 논란이다.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보간사를 맡았던 장유식 변호사는 이 전 부장이 갑자기 나선 이유가 검찰 과거사위의 재조사 결정, 자신의 근황에 대한 미국 교포들의 제보 때문일 것이라며 이 전 부장에게 진실을 밝혀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식 변호사는 26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 국정원 개혁특위 조사 당시 국정원에서 한 일이라고 증언하면서도 누구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장 변호사는 "당시 밝히지 않았던 내용들을 새롭게 일방주장 하시는 의중에 대해 짐작이 간다"며 "SBS에서 조사했고, 국정원에서도 조사했고, 마지막으로 검찰 과거사위에서 조사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교포들에 의해 근황이 밝혀지니까 앞으로 조사를 계속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선수를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고급시계를 받았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KBS 보도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SBS 등의 매체에서 이어진 보도 논란이다. '논두렁'이라는 표현은 SBS에서 처음 붙었다. SBS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권양숙 여사가 해당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며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의 취재원이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아 사건의 사실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SBS 기자는 취재원이 검찰관계자라고 밝혔으나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이 한 일이라고 밝혀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SBS는 지난해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나 당시 SBS 사장이었던 하금열씨와 보도국장 최금락씨가 조사를 거부해 진상 규명에 실패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역시 이 전 부장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진상규명에는 실패한 상황이었다.

장 변호사는 "공개적으로 사실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며 특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당시 SBS보도는 "굉장히 선정적이고 자극적 단어를 통해 누군가를 모욕주기 위한 컨셉"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5월 13일 SBS뉴스 '논두렁 시계' 보도 화면 (SBS뉴스 캡처)

장 변호사는 이 전 부장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이 형사 사건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장 변호사는 "(이 전 부장이)새로운 주장을 많이 얘기해놨는데 문제는 형사 사건화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라며 "직권남용이든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금지든 시간이 꽤 지났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이인규 씨 같은 경우는 당시 수사 책임자로서 진실을 국민에게 밝혀야 할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며 "귀국했을 때 이 문제를 털고 가지 않으면 본인으로서도 부담이다. 내용을 밝혀야 되는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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