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이틀 동안 17득점을 하고도 마운드의 붕괴로 연패했던 LG가, 오늘은 야수들이 더위를 먹은 듯 타격과 주루, 수비에서 본 헤드 플레이를 속출시키며 4연패에 빠졌습니다.

가장 큰 본 헤드 플레이는 역시 6회초와 7회초 연속된 무사 1, 2루 기회에서 모두 번트에 실패하며 2루 주자를 횡사시킨 것입니다. 6회초에는 박경수의 번트가 포수 앞에 떨어지며 2루 주자를 죽였고, 7회초에는 손인호가 번트에 실패하며 헛스윙, 2루 주자를 견제사 시켰습니다. 6회초 기회를 어이없이 무산시킨 뒤, 6회말 홍성흔의 솔로 홈런으로 5:3으로 벌어지면서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작년까지 김재박 감독은 무사의 기회마다 번트 작전을 고집한 끝에 대량 득점 기회를 놓치거나 번트 실패로 선행 주자를 횡사시킨 경우가 많았는데, 박종훈 감독 역시 보수적인 번트 작전을 고집하다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LG의 허약한 불펜을 감안하면, 1~2점의 리드는 승부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왜 번트 작전을 고집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타자들이 번트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된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코칭 스태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트 작전을 고수하는 것은 아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7위였던 작년과 5위인 올해의 실제 승률은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비슷합니다. 단지 중위권 타 팀들의 극도의 부진으로 5위라는 허울 좋은 위치에 있을 뿐입니다. 작년에 비해 현재 LG의 전력은 투타 모두 어느 정도 보강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한데, 성적은 매일반이니 답답할 뿐입니다. 감독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검토가 요구됩니다.

번트 실패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1회초 상대 실책과 실책성 안타 1개를 묶어서도 주루사로 인해 선취 득점에 실패한 것도 어이없었습니다. 2사 1, 2루에서 2루 주자 작은 이병규는 손인호의 느린 땅볼 타구에 3루를 돌아 홈을 파다 런 다운에 걸려 아웃되었는데, 내야를 빠져나갈 수 있는 빠른 타구도 아닌데 왜 3루에서 멈추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명백한 본 헤드 플레이입니다.

5회초 다리 부상을 입고도 기술적인 타격으로 2루타를 기록하는 투혼을 보인 이진영을 대신해 투입된 대주자 이대형이 3루 도루를 감행하다 도루자로 귀결된 것은 가장 어이없는 장면이었습니다. 1점차로 뒤진 무사 2루의 기회에서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와 포수가 3루에 송구하기 유리한 상황이니, 굳이 3루를 훔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최근 30타수 무안타로 극도의 빈타에 허덕이며 도루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이대형이 개인 기록을 위해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본 헤드 플레이였습니다. 2007년 1군 주전으로 발탁된 뒤 올 시즌 중반까지 거의 전 경기에 출장하며 주전을 보장받은 이대형이지만, 끝없는 부진이 반복되는 현재 2군행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이대형이 타이틀 홀더가 되느냐가 아닙니다. 7월 2주차 이후 주간 타율 2할대 초반에서 1할대로 추락하며 거의 매 경기 실책을 범하고 있는 정성훈 역시 굳이 1군에 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4회말에는 박경수가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범했습니다. 1사 2루에서 전준우의 타구를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뒤로 빠뜨리며 적시타로 만들어준 것입니다. 2루 주자가 이대호였음을 감안하면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고 타자 주자만 처리해도 충분한 것이었는데, 박경수의 실책성 수비가 3:3 동점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승타로 둔갑했습니다. 최근 LG는 거의 매 경기 내야 실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 선제홈런을 때려낸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홍성흔. 오른쪽은 마운드에서 땀을 닦고 있는 봉중근 ⓒ연합뉴스
야수들의 도움을 얻지 못했지만 봉중근의 투구도 실망스러웠습니다. 1회말부터 2이닝 연속으로 홈런을 내주는 등 3개의 홈런을 얻어맞았고, 4회초 타선이 3:2로 역전시키자 4회말 곧바로 재역전을 허용한 것은 에이스답지 못했습니다. 팀이 연패에 빠져 있는 가운데 등판한 에이스라면 보다 강력한 투구 내용이 필요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롯데와의 사직 원정에서 스윕당하며 4연패를 기록한 LG는 4위 롯데에 4경기 차로 벌어졌고, 6위 기아와 승차 없는 5위이니 실질적으로는 6위로 추락했습니다. 선발과 불펜 공히 붕괴된 현 상황을 보면 LG가 4강 싸움을 할 동력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리한 4강 싸움으로 투수들을 혹사시키며 정찬헌과 같은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수들 중에서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과감히 2군으로 내리고 2군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올려 팀 분위기를 바꾸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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