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처럼 완전 침몰했잖아”

15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길게 비판할 것도 없다. 그저 사람의 말이 아닐 뿐이다. 스스로 탄핵을 당했다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이었지만 그 역시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참회 의원총회’라고 이름 붙인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나와 국회 중앙홀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시민들은 냉소할 뿐이다.

노컷V 영상 갈무리

선거 때마다 습관적으로 무릎을 꿇어온 자유한국당이지 않은가. 그 헤픈 무릎을 또 꿇는다고 무슨 진정성이 담길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자신들의 몰락을, 잘못 없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세월호에 빗댄다는 것은 반성의 진정성은 고사하고 인두겁을 쓰고는 할 수 없는 패륜적 발언이다. 게다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간청하는 가족들에게 자유한국당이 보인 그 참혹한 폭력은 아직도 국민들 기억 속에, 아직도 퍼런 물이 가시지 않는 멍든 가슴에 그대로이다. 어디서 감히 세월호를.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는 말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는 뒤에 가서는 해서는 안 될 참혹한 망언을 일삼는 기존의 모습 그대로이다. 무릎을 꿇지 말든지, 아니면 막말을 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만 해야 할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심판에 대해서 사죄를 하겠다는 의지가 단 1%라도 있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워낙 막말에 특화된 정당이다 보니 말은 해봐야 할수록 스스로를 개미지옥으로 끌어당기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약속도 없이 그저 용서해달라는 동어반복은 국민을 또 속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속아줄 국민은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지켰다고 자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대구와 경북도 자유한국당의 편을 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가 얻은 40% 표,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가 얻은 34%가 말해주는 TK의 경고를 들어야 할 것이다.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또 말뿐이고,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려는 쇼에 그친다면 자유한국당은 이름을 골백번 고쳐 달아도 회생의 희망을 갖지 못할 것이다. 말로만 참회를 거론한다면 자유한국당은 소멸을 각오해야 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9년을 참고 기다리며, 하나도 잊지 않고 모두 광장에 쏟아낸 시민이다. 그런 시민들에게 2년은 무엇인가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진정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말이 아닌 실천과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일단 시급하게 권성동 의원을 위한 방탄국회부터 접어야 할 것이며, 내친 김에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만여 건의 법안처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무릎은 꿇지 않아도 좋다. 더는 참회라는 말 없어도 좋다. 너무 많이 쥔 두 손 비우고, 고임금 비효율의 국회부터 바꾸기 위한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믿어줄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참회라는 말마저 조롱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