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이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피비린내 나는 쟁취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동이는 마침내 모든 잘못된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등록유초와 자신의 처소 곳곳에 생강즙을 발라놓아 유상궁 일당의 범죄를 증명함으로써 장옥정을 중전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사가에 폐서인으로 나가있던 중전을 복위시켰다.

다만 숙종은 세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장옥정을 완전히 내치지는 못하고 빈으로 강등시키는 선에서 갑술환국을 정리했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은 기사환국에서 갑술환국까지의 긴 여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사환국으로 서인이 몰락했다가 갑술환국으로 내내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갑술환국에 동이의 첫 회임까지 예고에서 보였으니 이제 동이에서 남은 큰 일이라고는 무고의 옥 즉, 장희빈이 신당을 차려 무당에게 인현왕후를 저주케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다. 물론 그 일로 인해 장희빈 자신도 죽음을 맞게 되는 사건이다. 그때가 갑술환국으로부터 7년 후의 상황이니 동이의 진행속도로 봐서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제 남은 유일하게 남은 드라마틱한 사건인 만큼 10회 정도 연장한다는 동이를 종영까지 안전하게 인도해줄 격정의 사건이기도 하다. 옷은 줄여서 입어도 집은 줄여서 못 산다는 말이 있듯이 중전에 올랐던 장옥정은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남인의 몰락으로 정치적 힘이 사라진 장옥정은 어쩔 수 없이 음모 대신 저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세자 덕에 폐서인의 위기를 모면한 장옥정은 비록 중전의 자리에서 희빈으로 폐위된 신세지만 아들 세자로 인해서 희망이 있었다. 그 아들이 비록 얼마 살지 못했지만 숙종의 다음 대를 이었기 때문에 정말 끈기만 있었다면 화려한 말년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와 절망은 장옥정에게 인내를 빼앗아 갔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 절망이 장옥정의 남은 7년을 극도의 히스테리의 발작 같은 극단의 현상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장옥정은 이제 중전의 자리에서 힘을 가지고 동이를 억압하던 때와 달리 무력해졌다. 한편 인현왕후는 갑술년인 1694년에 복위되어 다시 궁궐로 돌아와 1701년에 죽게 된다. 그 죽음의 배후에 장옥정과 무당이 존재하는데, 과연 이 주술적 부분을 이병훈 감독이 어떻게 풀어갈지가 대단히 궁금하게 된다.

허준에서는 한의학을, 대장금에서는 수라간을 그리고 이산에서는 도화서를 잘 묘사했던 이병훈 감독이 동이에 와서는 장악원 묘사에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장악원에 관해서는 단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에 동이가 고증사극이 아니라는 방패막이가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증이 아닌 사실적인 부분마저도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당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장악원은 그저 배경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취선당의 신당은 배경이 아니라 동이의 후반부를 책임지게 될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다. 또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신당의 무게를 정하는 것은 감독이다. 주술의 부분을 줄이고 장옥정과 동이의 대사로 많은 부분을 대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쩔 도리 없겠지만 무당만 잘 살려도 연장의 지루함을 거뜬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음산한 분위기는 여름이라는 시기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현재 연기자 중에서 무당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단지 무당 역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장옥정과 정치적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무게감까지 갖춰야 한다. 음산하면서도 농염한 여배우를 찾는 것이 무고의 옥을 완성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심운택의 등장이 드라마 흐름을 크게 변화시켰듯이 새로이 등장할 무당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