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선수
신지애(미래에셋)가 한국 선수들에게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지던 에비앙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신지애는 25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2.6천34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는 착실한 플레이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미국의 모건 프리셀과 '얼짱' 최나연(SK텔레콤) 등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이날 우승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함과 동시에 에비앙 마스터스를 제패한 첫 한국인 선수가 됐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우승상금 48만7천500달러를 획득한 신지애는 시즌 상금 116만7천941달러로 상금랭킹 1위로 뛰어 올랐다.

신지애는 이날 현장에 모인 갤러리들과 TV로 경기를 시청하던 골프팬들에게 완벽한 멘탈 매니지먼트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으며 자신이 '파이널 퀸'으로 불릴 수 있는 원동력이 맨탈 매니지먼트임도 함께 확인시켰다.

신지애는 프레셀과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치며 17번홀(파3)까지 동타를 이뤘지만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갈랐다.

프리셀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프리셀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신지애는 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와의 타수를 1타차로 좁혔지만 프리셀이 곧바로 이어진 5번홀(파4)에서 행운의 이글을 성공시켜 타수가 다시 벌어지면서 2타를 줄이며 추격의지가 꺾이는듯 했다.

만약 5번홀에서 신지애가 타수를 줄이지 못한다면 프리셀과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멀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지애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1타를 줄였고, 프리셀을 추격 사정권에서 놓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신지애는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거의 매홀 버디 기회를 만들내며 안정적인 경기를 유지했다. 반면 5번홀에서의 이글에도 불구하고 신지애가 추격의 끈을 놓치지 않자 프리셀은 서서히 긴장했고, 샷도 신지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그러던 중 프리셀이 10번홀(파4)에서 파퍼트를 놓치자 신지애는 가차없이 이 홀에서 파를 세이브, 타수를 한 타차로 좁히더니 13번홀(파4)에서 신지애는 마침내 동타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프리셀과 신지애가 나란히 홀컵에서 약 3m 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버디 기회를 가졌는데 먼저 퍼팅한 프리셀이 버디에 실패하자 신지애가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켜 중간합계 13언더파로 동타를 이룬것.

먼저 시도한 프리셀의 퍼팅이 홀컵을 아깝게 외면했는데 프리셀의 퍼팅 라인이 신지애에게 도움이 된 측면도 있지만 신지애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성공시키기 쉽지 않은 퍼팅이었다.

역전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17번홀(파3)까지 신지애와 프리셀은 번갈아 한 차례씩 위기를 넘겨가며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특히 17번홀까지 신지애가 맞은 위기는 한 마디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신지애의 티샷이 짧아 공이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졌는데 신지애의 첫번째 퍼트가 홀을 지나쳐 다소 먼 거리의 파 퍼팅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삐끗했다면 신지애의 우승은 멀어질 수도 있었지만 신지애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 끝내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홀에서 프리셀이 2m 짜리 버디퍼팅을 놓친 것도 신지애에게는 행운이었다. 하지만 프리셀이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쉬운 버디 퍼팅을 놓쳤다는 점에서 프리셀은 신지애에게 정신력 면에서 계속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신지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는데 그것이 결정적으로 신지애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신지애가 그린을 향해 친 세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뒷편 깊은 러프 쪽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백스핀을 먹어 핀으로부터 2m 떨어진 지점까지 다시 굴러 들어온 것. 반면 프리셀은 세번째 샷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그린 위에 올려 놓았다.

이제 퍼팅 하나로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는 순간. 먼저 퍼터를 잡은 선수는 신지애였다. 이 퍼팅을 성공시킨다면 프리셀은 자신의 버디 퍼팅에 엄청난 중압감을 받게 될 것이고, 신지애가 실패한다면 그 다음 프리셀의 버디 퍼팅은 챔피언십 퍼팅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승부사적인 멘탈을 지닌 신지애의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잠시 숨을 고르며 라인을 살피던 신지애는 거침없이 퍼터을 움직였고, 신지애의 퍼터를 떠난 공은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었다. 상상하기 힘든 긴장된 상황에서도 평정심과 집중력을 놓치지 않은 덕이었다.

신지애의 버디 퍼팅이 성공되자 조급해진 프리셀은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실패,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그대로 승부는 갈렸다. 그린 위에서 프리셀의 퍼팅을 지켜보던 신지애는 프리셀의 퍼팅이 실패하자 두 팔을 치켜들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결국 이날 신지애의 승리는 최종 라운드 내내 평정심과 집중력, 그리고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유지했고, 그런 심리적 안정감을 샷 하나하나에 담아냈던 신지애의 뛰어난 멘탈 매니지먼트의 승리였다고 할 수 있다.

바둑 분야에 이창호라는 유명한 돌부처가 있고, 프로야구에서는 오승환이라는 투수가 돌부처로 통한다. 이들 모두 얼굴에서 심리상태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강인한 멘탈 매니지먼트로 정상의 위치에 선 선수들이다.

신지애 역시 항상 미소 띤 얼굴이지만 그 이면에 엄청난 승부근성과 멘털 매니지먼트 능력을 지닌 골프계의 돌부처라 할 만 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