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가 해냈습니다. 남자 선수들의 잇따른 선전에 여자 축구도 기세를 이어가면서 그야말로 한국 축구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U-20 여자 축구대표팀이 8강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면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4강에 오른 것은 지난 1983년 U-20 대표팀과 2002년 국가대표팀에 이어 세번째며, 여자 축구로는 성인, 청소년 모두 통틀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4강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지만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다음 4강전에서의 필승을 다짐했습니다.

U-20 월드컵 8강전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둔 U-20 여자 대표팀

탄탄한 기본기와 패싱플레이를 앞세워 어떻게 해야 경기를 이길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던 U-20 여자대표팀은 세계 최강 미국과의 조별 예선에서 패했던 아쉬움을 빨리 털고 또 한 번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공격수인 지소연과 이현영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드는 움직임과 위력적인 슈팅을 보여줬고, 미드필드진은 유기적인 움직임과 탄탄한 패스워크를 앞세워 주도권을 가져오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또 수비진은 약간의 패스 미스로 인한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상대 압박과 위력적인 대인 방어를 통해 무실점 수비를 선보이며 승리를 거두는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골이 터졌고, 수세에 몰렸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해 잘 막아냈던 것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좋은 활약은 한국 여자 축구의 미래, 나아가 한국 축구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여자 축구는 역사도 짧고, 환경도 여전히 척박한 면이 많아 세계 수준으로의 도약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U-20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계기로 완전히 깨지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내년에 열리는 여자월드컵에는 예선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음 2015년 대회에서 활약한 주축들이 현 U-20 대표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수들의 선전이 여자 축구의 세계 수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여자 축구의 쾌거를 계기로 한국 축구는 남자는 물론 여자도 균형있게 최고 수준에 다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를 계기로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로도 이어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다음 상대는 홈팀 독일입니다. 남자팀처럼 독일 여자 축구팀 역시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세계 최강(FIFA 여자 랭킹 2위) 수준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독일은 4경기에서 13골을 뽑아내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며 홈팀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분명히 버거운 상대임은 틀림없지만 한국도 4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해 만만찮은 공격력과 탄탄한 전력을 보여줬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을 잘 다듬고 유지해서 독일과의 경기에서 자신감있는 경기를 또 한 번 펼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높습니다. 상대방 대진이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나이지리아나 콜롬비아여서 독일전 고비만 잘 넘기면 한국 축구 역사상 FIFA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기세등등한 이 분위기를 잘 이어가 우승에 성공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우리 여자 축구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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