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 후 결국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재편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 정당은 크게 4당 구도를 이루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정의당, 보수야당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자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중도개혁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각종 사안에서 자유한국당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보수야권에서 이합집산을 포함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러한 전망은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의 어려운 상황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지방선거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는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선거구제는 사표심리가 강하게 발동해 3위 정당의 후보가 표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인물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3위 정당 후보에게 승산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제3당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마저도 위태로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당초 안 후보는 큰 확장성을 바탕으로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일 밤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를 두고 심야회동을 벌였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물론 협상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결렬됐다고 한다. 정택진 김문수 캠프 대변인은 "일요일에 회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후보는 당대당 통합,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제안했다"며 "정치적 예의와 시·구의원 문제 같은 현실적 문제로 인해 협상이 결렬됐다. 따라서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안철수 후보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안 후보가 제안한 '무조건적인 양보'는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가 아닌 지방선거 이후까지 바라본 요구였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상 서울시장 선거를 제외하고는 바른미래당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후보마저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거나 3위에 그칠 경우,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안 후보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단 얘기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여유가 있다. 박원순 시장, 김문수 후보, 안철수 후보 등 3인 구도로 선거를 치르더라도 보수 주도권에서의 타격이 없다. TK란 지역적 기반이 여전히 공고하고, PK 등 지역에서도 해볼만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다. 김 후보가 2위까지 확보한다면 보수재편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게 되고, 최악의 경우 김 후보가 3위에 그치더라도 손해볼 것은 없단 계산이 깔려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문수 후보 측에서 단일화가 무산됐다고 선언한 상황에서도 안철수 후보를 향해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를 압박하면서 지방선거 이후의 주도권을 자유한국당으로 끌어오겠단 전략이다. 또한 소선거구제 특성상 거대정당으로 민심이 쏠리는 경향을 감안해 '박원순의 경쟁자는 안철수가 아닌 김문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방선거 이후 보수 정계개편의 주도권은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최악의 경우 바른미래당은 와해 수순을 밟을 거란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2위를 차지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지지율에 매몰돼 창당 준비가 미진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창당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시 지지율 조사를 근거로 합당을 밀어붙인 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2위가 된다는 여론조사에 의거해 지방선거 이후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바른미래당이 처음 창당할 때 선거 후까지 감안한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어야 했는데, 합당을 하면 2위가 될 거란 여론조사만 맹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와해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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