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축구 열기가 7월에도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자 성인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여자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독일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조별 예선 2경기 만에 8강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 U-20 대표팀은 우월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스위스에 4-0 완승을 거두더니 가나와도 접전 끝에 4-2 승리를 거두며 2연승으로 8강에 일찌감치 오르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 지소연은 무려 5골을 뽑아내며 득점 선두로 치고 올라가 '지메시'라는 별칭을 얻었고, 가나전에서 30m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김나래 역시 일약 스타 선수로 거듭나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22일 새벽, 세계 최강 미국과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펼치며 내심 우승 가능성을 점쳐보게 됩니다.

이번 여자축구의 쾌거는 가히 기적과도 같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등록 선수가 100여명 밖에 안 되고, 일부는 제대로 된 훈련장조차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명예를 위해 싸우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WK-리그가 지난해부터 꽃피우고 여자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다 해도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세계 8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것은 분명히 기적이나 다름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 U-20 여자월드컵 선전의 히어로, 지소연 선수 ⓒ연합뉴스
특히 개인주의가 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어린 선수들이 팀에 대한 강한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2경기에 걸쳐 8골을 뽑아냈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기록이자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탄탄한 개인기와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남자팀보다 더 수준 높은 경기력을 구사하는 어린 여자 선수들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큼 인상적이고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집중적인 해외 전지훈련, 각종 국제대회 참가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쌓인 경험과 자신감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국내 환경 자체가 척박해 어려울 수도 있던 국제 경기 경험을 국가대표팀을 통해 쌓고, 남자팀처럼 13,15,17,20세 등 체계적인 팀 구성을 통해 관리가 이뤄진 덕택에 기본기나 팀 전술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메시' 지소연이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에 발탁돼 일찌감치 여자 축구의 주축 자원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최인철 감독의 공도 커 보입니다. 최 감독은 서울시 최초의 여자 초등학교 축구팀을 만들고, 오주중, 동산정보고 등 여자 명문 축구팀을 맡은 바 있는 '여자 축구계의 명장'으로서 여자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였습니다. 여자 축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국가대표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여자 U-20 축구팀을 보면 마치 '우생순' 여자 핸드볼팀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론 나이로 따지면 '아줌마 군단'인 핸드볼팀과 다르게 20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국가대표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내는 열정, 그리고 대단한 팀 정신만큼은 우생순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20세이하 팀 외에도 한국 여자 축구는 17세 이하 팀이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있을 U-17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당차게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어린 여자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제2의 우생순'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미 내외적으로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던 한국 여자 축구가 이번 U-20 팀 선전을 계기로 또 한 번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루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U-20 팀의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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