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LG가 12회말 박한이의 끝내기 안타로 삼성에 패했습니다. 12회초 무득점에 그치며 패배가 예약된 가운데 맞이한 12회말을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경기 내용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12회말 선두 타자 조동찬의 파울 플라이를 1루수 박병호가 잡지 못한 것은 사실상의 실책입니다. 타구를 쫓아 달려간 거리는 상당했지만, 펜스와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습니다. 파울 타구 이후 바로 그 다음 투구인 3구째에 정재복은 조동찬에 2루타를 허용했고, 결승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12회말 투수 교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1사 3루에서 정재복이 박석민을 고의 사구로 거른 후, 1사 1, 3루에서 류택현이 올라와 채태인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도모했는데, 어차피 고의 사구라면 소위 ‘좌좌우우’와 무관하게 정재복이 채태인까지 내보내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1사 만루에서 류택현이 올라와 박한이와 정면 승부를 하는 편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 LG류택현 ⓒ연합뉴스
류택현은 채태인과 2구째까지는 승부하는 듯하다 결국 고의 사구로 내보냈는데, 투수가 등판하자마자 고의 사구를 던지면 제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1사 만루에서 류택현은 박한이를 상대로 볼카운트 0-2까지 몰렸고, 스트라이크를 집어넣기 급급해지자 3구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고의 사구를 던지는 과정에서 제구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벤치의 선수 교체에 대한 의문은 12회말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9회초 선두 타자 오지환을 권용관으로 교체한 것은 ‘좌좌우우’에 얽매인 납득하기 힘든 기용이었습니다. 비록 오지환이 좌타자이지만, 6회초 좌투수 장원삼을 상대로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감이 올라온 상황이었습니다. (6회초를 앞두고 경품 추첨 행사를 벌이며 선발 장원삼을 마운드에 그냥 세워둔 삼성 구단의 행위는 그야말로 ‘팀 킬’로, 오지환의 홈런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홈런 타자를 제외시키고 등장한 대타는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습니다. 연장전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장타력에서도 오지환이 권용관보다 우위였습니다. 2사 후 이대형 대신 투입한 박용택이 권혁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홈런을 터뜨린 것을 보면서 ‘좌좌우우’ 공식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벤치에서도 깨달았으면 합니다.

2개의 주루사는 공격의 흐름을 끊었습니다. 1회초 이대형의 도루 실패는 실질적인 견제사였는데, 도루를 시도한 볼 카운트가 2-0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도루 시도였습니다. 2-0은 상대 배터리가 변화구 유인구를 타자에게 던져 도루를 시도하기 적절한 타이밍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1루에 도루 1위의 주자가 있다면 변화구 유인구보다는 주자 견제를 위한 피치아웃의 가능성이 높은 볼 카운트입니다. 따라서 이대형이 도루를 시도한 볼 카운트 자체가 애당초 문제였습니다.

12회초 1사 후 정성훈이 우중간 안타에 2루를 파다 횡사한 것 또한 무리한 주루였습니다. 설령 정성훈이 1루에 머물렀다 해도 1사 1루에서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작은 이병규와 조인성으로 연결시키며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2사가 아닌 1사에서 정성훈의 주루사로 공격의 흐름이 끊겼습니다. 대담한 주루 플레이라는 것은 성공했을 경우에만 인정받을 수 있으며, 실패로 귀결되었을 경우에는 분위기가 급반전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LG의 근본적인 패인은 타선 침묵입니다. 12이닝 동안 5안타, 1볼넷을 얻었을 뿐이니, 이처럼 빈약한 공격력으로 승리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6.1이닝 6피안타 1볼넷 2실점의 봉중근은 또다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리를 얻지 못했는데, 유독 초반 실점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복기가 요구됩니다. 이른바 ‘봉크라이’ 징크스로 인해 봉중근이 초반에 선취 득점을 내줄 경우 타자들이 정신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4회 이후부터 6회 정도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는 봉중근의 슬로 스타터적 성향이 에이스로서 다소 부족한 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재 팔꿈치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지키며 거의 매 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봉중근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약팀의 에이스라면 보다 강인한 모습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냉정히 평가하면 오늘 경기는 9회초 2사 후 박용택이 범타로 물러나며 정규 이닝에서 2:1 패배로 종료되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박용택의 홈런 직후 얻은 2사 1, 2루의 기회에서 역전을 하고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는 것이 유일한 승리 방법이었습니다. 12회초까지 끌고 오며 불펜 투수를 소진하면서도 패했기 때문에 내일 경기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삼성의 정현욱, 권혁, 안지만을 끌어냈다고는 하지만, 모두 20개 이하의 투구수를 기록했기 때문에 월요일 휴식일을 앞두고 내일도 얼마든지 등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LG는 연장전 패배로 얻은 것이 전무합니다. LG가 1경기가 우천 취소된 2연전 시리즈를 전승, 아니면 전패로 기록한 징크스를 깨뜨리며 1승 1패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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