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큰 이슈가 있으면 새로운 이야기와 용어들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이를 우리는 신조어라고 하지요. 그 사회를 반영하고 아이디어가 더해져 만들어진 신조어는 참 기발하고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할 정도인데요.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참 재미있는 신조어들이 많이 나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지난번에 '남아공월드컵 기억해야 할 장면'을 결산하면서 조금은 담아내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기회에 말끔하게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남아공월드컵 결산 2탄으로, 월드컵을 빛냈던 신조어들에 대해 여러분들께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차두리 ⓒ연합뉴스
- 차미네이터

지난 결산에서도 차두리 열풍을 소개했지만 정말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축구 스타를 꼽는다면 단연 차두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그 절정에 달하게 했던 '차미네이터' '차바타' 같은 신조어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는데요. 지난 5월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일본 선수들을 쓰러트리면서 드리블하는 장면부터 시작된 차두리 열풍은 아버지 차범근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져 지난 독일월드컵에 이어 4년 만에 차부자(父子)가 함께 조명 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유독 차두리가 볼을 잡을 때마다 조용해지는 것을 두고 '차두리를 조종하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차두리 로봇설'이 제기됐는가 하면 옆구리에 세로로 새겨진 로마숫자 문신이 '차두리가 로봇임을 입증하는 바코드'라면서 정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차두리도 이런 네티즌들의 반응이 싫지 않은지 많이 재미있어 했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차두리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몇 단계나 성장하고 또 그 덕에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하는 경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 봉산 지성

'캡틴 박' 박지성의 활약상 또한 대단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조별 예선 첫 경기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은 많은 축구팬들에 탄성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볼을 가로챈 뒤 잽싸게 드리블해 골문으로 달려 들어가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감각적으로 돌려 골을 뽑아낸 것은 박지성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로서 이전 월드컵 득점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골을 뽑아낸 뒤 양 팔을 휘저으며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골 뒷풀이는 박지성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마치 탈춤을 추는 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봉산 지성'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특별한 신조어였습니다.

▲ 밀레 이삭줍기를 활용해 잔디남을 패러디한 작품. 지금도 참 기발하고 재미있게만 느껴진다.
- 잔디남

이 경기에서 또 하나의 신조어가 탄생했다면 바로 잔디남을 꼽을 수 있습니다. 후반 막판, 슈팅을 한 뒤 자기 발길에 파인 잔디를 곱게 다졌던 그리스의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를 두고 팬들은 '잔디남이 탄생했다'면서 환호했습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그리스인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니 대단했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친환경 선수'라면서 잔디남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국내팬들은 이삭 줍기 같은 명화를 활용해 패러디물을 만드는 등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카추라니스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경기를 이겼으니 이런 재미있는 패러디물도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헤발슛, 동방예의지슛

이번 월드컵에서 떠오른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는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발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내 팬들을 흥분하게 했습니다. 헤발슛이란 바로 헤딩과 발로 넣는 슛을 합친 합성어였는데요. 헤딩을 하다가 곧바로 오른발로 골문 구석을 노려 골을 성공시킨 것을 두고 팬들은 '인사하면서 골을 넣은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다'면서 동방예의지슛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골 덕에 한국은 꺼져가던 16강 불씨를 살려서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헤발슛, 동방예의지슛 모두 꽤 유쾌한 신조어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았습니다.

- 인민 복근

44년 만에 본선에 오른 북한 축구는 비록 3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나름대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서는 브라질전을 앞두고 있었던 국가 연주에서 정대세의 눈물을 두고 많은 관심을 나타낸 것 뿐 아니라 유일한 골을 터트린 지윤남이 경기 직후 탄탄한 식스팩 복근을 자랑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를 두고 팬들은 진정한 '인민 복근'이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 꽃중년 감독

다른 나라 선수, 감독에 대한 관심도 유독 높았던 이번 월드컵이었는데요. 특히 잘 생긴 외모와 빼어난 지도력으로 독일 축구를 강하게 만든 요아힘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다소 추잡한(^^;) 행동이 딱 걸려서(!) 실망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꽃중년 감독' 뢰브 감독에 대한 재조명은 이번 월드컵에서 확실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역시 뢰브 감독에 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십자공로훈장을 수여하기로 확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요. 유로2012에도 뢰브 감독이 지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당분간 독일 축구를 보는데 꽤 신선한 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마라훈아' 마라도나 감독 (사진-김지한)
- 마라훈아

또한 이번 월드컵에서 정장수트를 입고 새로운 면모를 보인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대표팀 감독에 대한 관심도 많았는데요. 덥수룩한 턱수염에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을 두고 축구팬들은 가수 나훈아와 비슷하다면서 '마라훈아'라는 별칭을 마라도나 감독에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비록 8강에서 머물렀지만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마라훈아' 마라도나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옛 축구 스타의 명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파라과이녀

이번 월드컵을 장외에서 후끈 달아오르게 한 인물은 바로 '파라과이 응원녀' 라리사 리켈메였습니다. 이번 월드컵이 남반구인 남아공에서 열려서 날씨가 추운 현지 기후 탓에 경기장 내에서 '아찔한' 패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 '파라과이녀'는 파라과이 대표팀이 8강에 진출하면 알몸으로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을 뛰어다니겠다고 공언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파라과이가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녀는 국기와 함께 찍은 누드 사진을 공개했고, 스페인이 우승하면서 또 한 번 누드 화보를 공개해 많은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같은 남미권 국가에서 상당한 관심을 얻고 있는 이 파라과이녀는 당분간 인기를 실감하면서 헐리우드 스타 못지 않은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월드컵이 낳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 응원녀

4년에 한 번 거리에서 응원을 펼치면서 주목받은 국내 여성 응원녀들도 줄을 이었는데요. 각양각색의 패션에 외모까지 겸비해 많은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예년만큼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연예 기획사나 모델 등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상업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는데요. 그런 가운데서 나이지리아전에서 패널티킥골을 내준 뒤 아쉬워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힌 한 여성에게 '패널티녀'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크게 주목하기도 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 독일에 사는 점쟁이 문어 파울
- 점쟁이 문어

독일 오버하우젠시 라이프 수족관에 사는 문어 파울(Paul)은 이번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나 다름 없었습니다. 독일대표팀의 경기 승부를 모두 맞힌데 이어 결승전 승부까지 적중하면서 '점쟁이 문어'로서의 명성을 날린 파울은 일약 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파울과 다르게 적중률이 바닥 수준까지 친 '축구 황제' 펠레가 비교 당하면서 '문어보다 못한 펠레'라는 말도 있었는데 아마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색다른 볼거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가져 봤습니다.

그밖에도 이른바 신개념(?)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것에 대한 신조어도 끊이지 않았는데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북한과의 조별 예선에서 뒷목 트래핑을 한 뒤 골을 넣은 것을 두고 '물개드리블'이라는 신조어를 붙였으며, 기성용의 크로스를 '택배크로스', 차두리의 빠른 드리블을 '폭풍 질주'에 빗댄 해설 멘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허정무 감독이 월드컵 기간동안 맨 넥타이가 두 골을 넣고 이기는데 기여했다면서 '두 골 타이'라고 불렀는가 하면 한국이 16강, 8강전에 올랐을 때 비교적 해볼 만 한 상대와 맞붙게 됐다고 해서 '꿀대진'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내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한 달 동안 국내는 물론 세계를 뜨겁게 달군 월드컵은 끝이 났습니다. 이런 신조어들이 이번 월드컵을 보다 흥미롭게 기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해 봤습니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또 어떤 신조어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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