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올 시즌 LG는 타선이 터져도 선발이 무너지면서 계투진까지 소모되며 패하는 것이 패턴이었는데, 오늘은 정반대의 양상이었습니다. 타선이 14안타를 치고도 3득점밖에 하지 못하며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세 명의 투수가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모처럼 마운드의 힘으로 승리했습니다.

더마트레는 6.1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한국 무대를 밟은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최상의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4승째를 챙겼습니다. 5월 27일 데뷔전 10실점 패전 등 기아전에만 2번 등판해 모두 패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장점이었던 직구뿐만 아니라 약점이었던 변화구의 제구도 좋았습니다. 더마트레는 롯데, 기아, 한화전에만 9번 등판했는데, 다음 주 두산과의 주중 3연전에 등판해 어떤 투구 내용을 선보일지 주목됩니다.

▲ 6.1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4승째를 챙긴 더마트레 ⓒ연합뉴스
이동현과 오카모토도 무실점으로 홀드와 세이브를 챙겼는데, 이동현을 1.2이닝 동안 길게 가져간 벤치의 기용 방식은 매우 바람직했습니다. 7회초 1사 2루에서 이동현을 올린 후 2사 1, 3루의 위기에서 좌타자 이용규를 상대할 때나, 8회초 2사 후 최희섭을 상대할 때에도 좌완 투수로 교체하지 않고 이동현으로 끌고 갔습니다. 오상민과 이상열이 피로 누적으로 구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 이상, 일정한 투구수에 도달하지 않고 딱히 난조를 보이지 않는다면 소위 ‘좌좌우우’ 공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오늘 이동현처럼 길게 가져가는 것이 다른 투수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14안타로 3득점에 그친 타선에서 결승타의 주인공은 4회말 1사 후 솔로 홈런을 터뜨린 오지환이었습니다. 오지환의 오늘 홈런은 8호이며 그의 홈런이 터진 7경기(7월 10일 두산전 한 경기 2홈런)에서 LG는 모두 승리했습니다. 8개의 홈런 중 4개를 기아전에서 몰아치고 있는데, 홈런을 뽑아낸 상대 투수가 로페즈, 서재응, 윤석민, 곽정철 등 에이스급이라는 점에서 오지환의 홈런은 매우 값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2회말 2사 1, 2루와 8회말 1사 3루의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결승 홈런과 안정된 수비로 오지환은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2:1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간 7회말 1사 후 2루타로 포문을 열며 이병규의 적시타에 득점한 이진영의 주루 플레이도 훌륭했습니다. 빠른 타구가 우중간으로 빠지자 이진영은 지체 없이 달려 2루타로 만들었는데, 유독 집중타가 나오지 않은 흐름 속에서 이진영이 단타를 2루타로 만든 기민한 주루 플레이가 쐐기점으로 직결되었습니다. LG는 김태완의 적시 2루타까지 3개의 장타가 나왔는데, 모두 득점으로 연결된 것을 보면 장타의 위력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16연패 후 한화를 상대로 2연승을 거뒀지만, 3일간의 휴식이 독이 되었는지 기아 타선의 타격감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오늘도 3회초 차일목의 솔로 홈런 이외에는 득점이 없었고, 득점권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딱히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내일 기아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하지만, LG 타선이 3점 정도만 뽑을 수 있다면 연승을 이어갈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내일 선발 이범준이 오늘 더마트레처럼 직구 위주로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면 기아 타선을 묶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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