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이 끝나면서 다양한 결산들이 나오고 어느 정도 정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리 축구, 안티 풋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서 최상의 조직력과 패스의 미학을 보여주며 최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준 스페인 축구에 대한 찬사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세계 축구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은 2002년 월드컵 4강만큼이나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탄탄해진 선수들의 기량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태극전사들은 멋지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바를 이뤄냈고, 또 다른 4년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1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위에 이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독일월드컵 때 17위보다 두 계단 상승한 한국 축구는 통산 월드컵 순위에서도 30위권에서 27위로 상승하며, 아시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괄목할 만 한 성과를 몇 가지 보여주며 인상적인 성적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어떤 부분에서 어떤 성적을 냈고, 또 보완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국제축구연맹 후원사 캐스트롤 성과 분석 시스템에서 살펴본 통계 자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 축구 대표팀 (사진-김지한)
한국은 조별 예선 3경기와 16강 우루과이전에서 1승 1무 2패, 6득점 8실점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일단 4경기에서 터트린 6득점은 한국이 월드컵에 참여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체로 봤을 때도 8위에 해당하는 꽤 상당한 기록입니다. 16강전까지 기록만 놓고 보면 5위 안에도 드는 성적을 내면서 적어도 공격적인 축구는 구사했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서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트 피스 상황에서 터트린 5골(박주영의 아르헨티나전 자책골도 포함된 것으로 보여집니다)은 32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그리스전 박지성 골과 아르헨티나전 이청용 골을 제외한 4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었는데 FIFA도 인정할 만큼 코너킥, 프리킥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그밖에 전체 슈팅과 유효 슈팅 역시 12위에 올랐고, 패스 횟수는 1328회로 13위에 랭크돼 양적으로는 비교적 무난한 성적을 냈습니다. 다만 효율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양상을 보여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패스 정확도는 69%를 기록해 19위에 그쳤고, 크로스 시도에서 21위(50회), 코너킥 성공률이 29위(28%)에 머물렀습니다. 필드골 역시 2골에 그치며 공동 16위를 마크해 아쉬운 기록을 냈습니다. 세트 피스 득점만큼이나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많은 필드 골을 넣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비에서 한국 축구의 성적은 공격보다 더욱 아쉽기만 했습니다. 실점에서 북한에 이어 가장 많은 골을 허용한(8실점) 한국 축구는 태클 횟수에서도 17회에만 그쳐 조금은 얌전하게 수비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위험지역에서 볼을 걷어낸 클리어링 횟수와 정확도 등에서는 2-3위권 성적을 냈지만 몸싸움 등에서 좀 더 거칠게 상대를 다뤘다면 실점을 좀 더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통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성적 가운데 꽤 눈여겨볼 만 했던 팀은 바로 스페인이었습니다. 골은 8골밖에 안 됐지만 쇼트 패스가 32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1천회(1088회)가 넘는 기록을 세우면서 '패스의 정석 팀'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또 공격 축구로 변모했다는 독일 역시 그 뒤를 따르며(850회) 무려 16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스페인이 경기를 많이 치르기는 했어도 전체적으로 다른 팀을 월등히 앞서는 패스, 슈팅을 기록했다는 것은 많은 골을 넣지 못해도 그만큼 골을 넣는데 까지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해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배울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수상자 선정이 유력해 보였던 페어플레이 분야에서는 스페인에 아깝게 8점 차로 뒤져 881점으로 2위에 올랐습니다. 경고 6장, 파울 57회를 범했던 한국은 전체 16강 진출팀 가운데 잉글랜드에 이어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총점 환산에서 잉글랜드에 앞섰고, 스페인에는 아쉽게 지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습니다.

▲ 남아공 월드컵에서 공격 전 부문에 걸쳐 고른 활약을 펼친 이청용-박지성 (사진-김지한)
선수 개인 기록 가운데서는 김정우가 전체 평점 85위로 아시아 선수 중 3위, 한국 선수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박지성은 96위, 이청용은 100위였으며 그 뒤로 이정수가 103위, 이영표 137위, 차두리 156위 순이었습니다. 선수랭킹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었으며, 각각 3명씩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득점은 이청용, 이정수가 2골을 기록해 전체 공동 12위에 올랐으며, 슈팅에서는 박주영이 20개로 전체 9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선수는 4경기에서 43.62km를 뛰어다닌 이청용이 차지했으며 박지성이 43.55km, 김정우가 42.39km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순간 스피드가 가장 빨랐던 선수는 박지성(30.02km/h)이었으며, 이는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전체 출전 선수 가운데 17위에 해당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수비에서는 위험지역에서 볼을 걷어낸 클리어링 횟수에서 조용형이 13회로 공동 4위, 이영표가 11회로 공동 9위를 기록했습니다. 골키퍼 선방에서는 정성룡이 16번을 선방하면서 전체 12위에 랭크됐습니다.

다양한 통계를 통해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대략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요. 성과를 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점을 다듬어야 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향후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키워나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장단점을 통해 꾸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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