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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여우누이뎐, 한은정의 위기관리능력은?[블로그와]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
바람을가르다 | 승인 2010.07.13 17:23

KBS2TV 새월화드라마 <구미호여우누이뎐>을 다섯 자로 줄이면 '흙속에 진주'. 그만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가, 놀라운 재미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안타까운 건 동시간대 방영중인 <동이>가 워낙 탄탄한 시청자층을 보유한 인기드라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구미호여우누이뎐>은 아직 방영된 지 3회에 불과하고, '연출-대본-연기'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월화드라마의 기대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고전 '구미호'에서 모티브를 따와 식상할 것이란 우려를, '모성애'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접근한 <구미호여우누이뎐>. 특히 12일 방송된 3회는,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전개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와 갈등이 연속되면서, 70분이 7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구미호 모녀 구산댁과 연이에게 닥친 위기와 대처는,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3회에 위기는 연이(김유정)에게 일어났다. 연이는 자신이 반인반수(인간+여우)라는 사실을 모른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와 호러의 고전 '오멘'을 연상시키듯, 연이를 향한 까마귀 떼의 습격은, 완벽하지 않은 CG로도 충분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까마귀 떼의 습격은, 연이의 여우본능을 깨우는 기폭제가 된다.

   
 
연이의 간이 자신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초옥(서신애). 2회에서 초옥에 의해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연이. 3회에서도 초옥은 연이에게 치명적인 여우피를 마시게끔 유도해, 연이를 사경속에 빠뜨린다. 어미 구산댁(한은정)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살아났으나, 다음엔 퇴마사가 연이를 노리고 있었고, 구미호로 둔갑한 연이는 자신의 모습에 경악한다. 

구미호여우누이뎐, 한은정의 위기관리능력은?

번번이 연이가 위기에 빠지고, 그 때마다 구미호 구산댁의 피말리는 모성애가 뒷받친다. 제목은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나 내용은 '구미호 모성본능뎐'에 가깝다. 그만큼 구산댁 한은정의 애끓는 모성애는 극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진하고 강렬하다. 사고는 연이에게 터지고, 수습은 어미 구산댁이 해 나가는 아슬아슬한 전개를 취하고 있다.

구산댁(한은정)의 시점에서 3회를 돌이켜 보면, 그녀의 위기관리능력이 드라마의 갈등과 재미를 지탱하는 힘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산댁의 위기관리능력 STEP1.

윤두수(장현성)는 구산댁에게 자신의 후실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한다. 연이모녀에게 친절한 윤두수. 그에겐 연이의 간으로 초옥을 살리기 위한 속셈과 미모의 구산댁을 취하고픈 욕망이 공존한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구산댁은 잠시 흔들리지만, 이미 인간에 대한 믿음은 죽은 남편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터. 윤두수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윤두수는 구산댁의 손을 잡으며 자연스런 스킨쉽을 시도한다. 분위기가 야릇해지고, 윤두수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신분상 구산댁의 반항이 쉽지 않은 상황, 그녀는 일부러 물컵을 엎질러 산통을 깨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다. 이어 구산댁은 윤두수의 집을 떠나려 하나, 초옥의 탕약을 미끼로 그녀를 붙잡는 윤두수. 연이를 배제한다면, 분명 구산댁의 출중한 미모는 위기관리능력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구산댁의 위기관리능력 STEP2.   

여우피를 마시고 사경을 헤매는 연이. 구산댁은 자신의 입속에서 여우구슬을 빼내, 모녀간에 키스아닌 키스. 입맞춤을 통해 자신의 구슬을 넘겨준다. 연이에게 닥친 위기는 넘겼으나 이번엔 구산댁이 위태롭다. 구슬은 구미호의 기력을 쇠하게 만들 뿐 아니라, 들짐승이나 퇴마사 등이 들이닥칠 경우, 구미호의 강력한 포스를 보여줄 수 없다. 결국 보름달이 뜰 때까진 윤두수의 집을 떠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여우구슬을 넘겨준 상황에 퇴마사가 나타났고, 연이는 퇴마사가 뿌린 가루에 여우의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연이의 변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발각될 경우, 여우모녀의 목숨은 안 봐도 비디오다. 구산댁은 보름달이 뜰 때까진 힘을 쓸 수도 없다. 소의 간을 먹여 연이의 모습을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 구슬 없는 구미호도 고삐에 묶인 소정도로 간단하게 미션 수행할 수 있었다.

   
 
기력은 떨어지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렸지만, 구산댁은 연이를 위해 밤낮이 따로 없다. 문제는 소의 간을 가져 왔더니, 안 먹겠다고 버티는 연이가 나무위에 올라가 자살이라도 할 태세인 것. 그동안 어미 말은 철썩 같이 믿고 따르던 연이가, 자신에게 생긴 몸의 변화를 알려 달라는 눈물 섞인 반항을 한다. 구산댁은 차마 어린 연이에게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다.  
 
사람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연이에게 소의 간을 먹여,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구산댁의 눈물 섞인 호소도 통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구산댁의 위기관리능력에 구멍이 생긴 셈이다. 때 마침 말을 타고 달려오는 윤두수. 긴장감이 최고조로 오르는 순간 엔딩.

과연 구산댁의 위기관리능력이, 윤두수의 눈을 피하고 완강하게 버티는 연이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동안 구산댁의 행동에 영민함이 따르고 있었음을 미루어 볼 때, 4회에서 드러날 구산댁 한은정의 위기관리능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다. 

블로그 http://manimo.tistory.com 은,정답을 위해서 혹은 공감을 위해서 글을 쓴다기보단, 한사람 시각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고 출발하는 조용한 '바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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