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와 관련해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정(adjustment)’을 거쳐 11월까지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그 후 국내에서는 미국산쇠고기 및 자동차분야 등 ‘조정’의 범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이와 관련해 12일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미국 측에서는 조정이라고 부르고 우리 측에서는 이것을 굳이 ‘실무협의’라고 부르고 있다. 양국간 인식의 격차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합의가 끝난 사항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명백한 재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 측에서는 한사코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는다”며 “미국 측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조정’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의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한미FTA 협상 당시 양국이 ‘3000cc급 미 자동차 시장의 수입관세 2.5%를 즉시 철폐한다’고 협의해 놓은 부분”이라며 “지금 미국의 요구도 이 부분에 집중된다. 2.5% 관세 철폐를 어떻게 해서든 되돌리겠다는 이야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자동차보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요구 문제가 더 풀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즉각 수입하라는 것”이라면서 “FTA 관련 중요한 자리인 미 상원 막스 보커스 위원장은 주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도축하는 몬타나주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어마어마한 갈등을 겪었고 그 결과 중국, 홍콩, 일본 등 인접국 등이 우리보다 미국 측과 더 유리하게 협상했을 경우 재협상한다는 조항을 여야는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인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협상을 보면 그 어디에도 우리보다 불리한 곳은 아무데도 없다”며 국회에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미FTA는 국권침해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등 불편한 조항이 많다”며 “그래서 우리도 한미FTA가 가지고 있는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조항 등 각종의 독소조항에 시정 요구하는 대응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이번 재협상은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이 합의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천안함’, ‘전시작전권 환수연기’, ‘아프간 파병’ 등과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제기되고 있다.

빅딜설 관련해 이해영 교수는 “입증을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에서는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안이지 않냐”며 “전작권 환수 연기와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FTA 재협상을 받아주는 것, 정황상으로 충분히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작권 내지는 아프간 파병이 일대일로 교환됐다든지, 그것보다는 패키지로 협상이 진행됐을 추론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관계에서 공짜는 없다”며 빅딜설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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