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8.4.21 토 21:32
상단여백
HOME 미디어뉴스 뉴스
'PD수첩'이 부러운 KBS PD들의 사연[파괴된 KBS] (상)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
곽상아 기자 | 승인 2010.07.12 10:57

편집자 주 =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 진중권, 유창선, 문성근….  신뢰도, 영향력 1위 자리를 고수했던 KBS가 이제는 '블랙리스트'를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KBS 사측은 공식적으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으나, 내부 관계자들은 "무형의 블랙리스트는 존재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KBS 제작 자율성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미디어스>는 KBS PD, 기자에게 KBS 저널리즘의 적나라한 잔혹사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외부에는 처음 알려지는 충격적 이야기들도 포함돼 있다. 인터뷰는 크게 '블랙리스트' '오더성 아이템' 'PD저널리즘' 등으로 나뉜다.

첫번째 주인공은 홍기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중앙위원(교양·다큐멘터리국)이다. 입사 14년차인 홍 위원은 시사교양 PD로서, <추적60분> <KBS 스페셜> <TV, 책을 말하다> 등을 거쳤다. 홍 위원은 제작자율성 보장을 위해 KBS 콘텐츠본부 내에 만들어진 TV편성위원회의 실무자측 대표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KBS편성규약에는 "KBS 안팎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운영한다"고 돼 있다.

홍 위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KBS 내부에서 벌어진 각종 비상식적인 일들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천안함 토론 프로그램에 보수 성향 패널만 나온 것에 대해 항의하자 해당 프로그램은 '토론'이 아니라 '토크' '좌담'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사측의 궤변 △서해NLL을 다룬 KBS스페셜의 제목에 '평화'를 넣자는 제작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KBS 사측이 '긴장의 서해 NLL을 생각한다'로 강행한 것 △천안함 모금방송에서 패널을 선정할 때 중도성향의 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출연조차 사측이 처음에 거부했던 점 △모금방송 기획단계에서부터 사회 통합 의제를 요구하며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KBS시청자위원장)의 섭외를 지시한 점 등등….

▷블랙리스트: '윗선의 기피'에 PD들은 '반드시 김미화여야 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 왼쪽부터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  
     
- 김미화씨가 트위터에서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며 KBS PD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는데.

"KBS임원회의가 지난 4월 <다큐멘터리 3일>의 내레이션을 맡은 김미화씨를 문제삼은 이후로는 김미화씨가 <다큐 3일> 내레이션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작진들도 김미화씨가 아주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는 한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되는 거다.

이런 식의 자기검열이 <다큐 3일> 팀에게만 있겠느냐. 4월에 임원회의 문건이 공개되고 나서 예능, 교양 장르의 PD들도 '김미화씨를 출연시키면 귀찮은 일이 벌어지겠구나' '반드시 김미화씨가 출연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김미화씨의 출연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미화씨가 (KBS PD들에 대해) 섭섭하게 느끼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만난 홍기호 위원. ⓒ곽상아  

- 김미화씨에 이어 진중권씨도 "KBS <책을 말하다>는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는 얘기를 말했다"고 폭로했다. 진씨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인가?

"그렇지 않겠느냐? 진중권, 김미화, 명진스님 등 현 정부와 대립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의 경우에는 (출연자로) 기용되는 것에 제한이 따른다고 봐야 한다. '진중권은 MB를 반대하기 때문에 출연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이 문서로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회사 경영진들이 그 정도 눈치도 없이 경영을 하겠느냐. 암묵적 동의인 거다. 블랙리스트는 '문건'이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맞다.  

KBS <아침마당>도 배우 문성근씨를 섭외해 출연을 확정한 뒤 CP한테 보고했더니 (CP가) '이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굳이 왜 시끄럽게 하느냐'는 식으로 말하고 출연을 취소시켰다고 하더라. CP가 자기검열을 한 거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블랙리스트' 압력 없었다"

- 배우 문성근씨의 <아침마당> 출연 취소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바 있는데, 이로 인해 KBS 사측에서 압박이 들어오지는 않았나?

"나는 제작자로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무슨…. 하하. 아직 회사 쪽에서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

- KBS시청자위원회가 정부 정책을 비판한 교수, 시인 등이 KBS <책 읽는 밤>에 출연한 것을 놓고 '좌편향'이라며 문제삼은 바 있는데, <책 읽는 밤>의 패널도 이념적 성향에 따라 배분하는가?

"아무래도 시청자위의 영향을 안받을 수가 없다. 시청자위원들이 하는 발언들이 모두 '게이트키핑'에 영향을 준다. 담당 PD들도 패널 구성에 어려움을 느낀다."

- 참여정부 시절에도 KBS에 '무형의 블랙리스트'가 있었나?

"제가 알기로는 없었다. 그 시절에는 '이 사람은 출연시켜라' '이 사람은 출연시켜선 안 된다' 이런 압력 자체가 없었다. 만약 있었으면 회사가 발칵 뒤집히고, 그런 지시를 내린 사람이 바로 징계받았을 것이다."

▷오더, 오더, 또 오더: 천안함은 '쟁점사안'이 아니다?

- KBS 제작자율성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아이템 선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오더성 아이템이 많이 내려오기 때문에 일선 PD들의 의사가 무시된 채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다. 제가 <추적60분>을 했던 2004~2006년이 참여정부 시절인데 그때는 아이템 압박이 전혀 없었다."

- 가장 최근의 오더성 아이템을 꼽는다면?

   
  ▲ 5월 23일 방송된 '긴장의 서해 NLL을 생각한다'  
"5월 22일 국방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KBS <심야토론> 팀에게는  '특별좌담' '특별토크' 식으로 편향된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KBS 스페셜> 팀에게는 서해교전을 주제로 천안함 다큐를 만들어 23일에 방송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게 5월 17일의 상황이다. 말 그대로 '북풍몰이'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 

주제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KBS 스페셜> 팀이 자료 조사를 해보니 서해교전 영상은 1분여에 불과해 6일이라는 시간 동안에 다큐로 만들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KBS 스페셜> 팀이 '서해교전을 주제로 천안함 다큐를 만드는 것은 힘들다'고 밝히자, 다시 'KBS 스페셜'이라는 타이틀로 '토론' 형식의 방송을 내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에 <KBS 스페셜> 팀 PD들이 길환영 당시 TV제작본부장에게 면담 신청을 했고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본부장은 이를 무시하고 끝내 제작을 강행시켰다. 해당 프로그램을 만든 PD들은 '치욕스럽다'면서 프로그램 마지막에 올리는 엔딩 크레딧 조차 삽입하지 않았다. 

제목 조차도 PD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었다. 서해교전이라는 주제가 내려왔을 때 제작진들이 반발하니까 '서해의 NLL'이라는 주제가 다시 내려왔는데 '긴장의 서해'라는 제목도 함께 내려왔다. 제작팀은 제목에 '평화공존을 위한 조건'을 넣자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담당 PD는 '평화'라는 말 때문에 거부당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보수 패널 일색의 '천안함 토론 프로그램'…"사측은 '토크' '좌담'이라 궤변"

-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KBS 사측은 뭐라고 말하던가?

"5월 22일 KBS 1TV에서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사건발표 앞으로의 과제는?>에 나온 이들은 모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사측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형식이 아니다'라고 한다. 담당 PD는 '좌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토론이란 쟁점이 있는 사안에서 찬반으로 대립되는 입장을 가진 양쪽이 나와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이건 좌담이라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6월 초 TV위원회에서 길환영 본부장도 '토론이 아니라 토크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쟁점이 명확한 사안에 대해 토론 포맷을 취하지 않고 일방적 토크와 좌담 형식으로 진행하느냐'고 지적했더니 '국제적 공조를 통해서 상당히 객관적으로 조사를 했고, 그걸 정부가 발표한 거니까 (정부 발표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더라. 천안함은 쟁점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첫번째는 천안함 사건은 '쟁점사안'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정부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한더라도 그런 식의 방송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국내 안보대응태세에 큰 구멍이 있음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일절 없었다. 또, 북한이 그런 식으로 도발을 했다면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제기에도 사측은 '궤변'으로 일관했다. 길환영 본부장은 '최근 1,2달 간 KBS의 방송 내용을 보면 군 안보대응 태세와 대북정책에 문제제기를 한 방송도 나갔다. 큰 편성 흐름에서 봤을 때 편향된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형평성이란 한 프로그램 내의 완성도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5월 22일 특집토론이 정부 측 주장을 100% 담았으니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반대 입장만을 100% 보도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그나마 비판적 지적을 비롯해 여러가지 목소리를 담아낸 것은 5월 5일 <추적 60분>밖에 없었다. 여러 시각이 반영된 프로그램은 겨우 하나만 방송해 놓고서는 정부 입장이 담긴 프로그램의 경우는 그렇게 도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 같아도 KBS 출연 안 한다"

- KBS는 지난 4월 천안함 침몰 실종자를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모금방송을 내보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그것도 일방적으로 위에서 떨어진 거다. 5월 TV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더니 사측은 '모금형식의 방송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실무자 측에서는 '모금방송에 비판적인 시청자가 많다, 왜 한쪽의 의견만 받아들이느냐'고 했더니 '시청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선 PD들은 말도 안 되는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제작 자율성을 침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더니 사측은 '일부 제작진이 모금방송을 찬성했다'는 뜬금없는 소리를 하더라. 어이가 없어서 '중간 간부급인 CP조차도 모금방송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사측은 '왜 제작진의 범위를 실무자로 한정시키느냐'며 '제작책임자인 EP나 국장은 찬성의견이다'고 말했다.

제작책임자의 생각을 제작진으로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실무자와 책임자가 서로 대화하는) TV편성위의 존재 의의 자체를 망각한 것이다. 하나같이 궤변이라 말문이 막히고 논쟁 조차 되지 않는다.

출연 패널의 경우에도 제작진은 천안함의 침몰원인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봤으나 애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사회통합의 의제를 윗선에서 계속해 요구했고, 특히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의 섭외를 지시했다.(편집자- 손봉호 교수는 '들러리위원회'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KBS시청자위원회의 수장으로서 올해 신년사에서 "KBS가 최근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는 생뚱맞은 발언을 한 장본인이다.)

제작진은 상대적으로 비판적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을 출연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윗선에서 김호기 교수의 섭외를 반대했다. 김호기 교수는 중도 성향인데 이 정도도 안 된다는 거다. 이에 제작진이 크게 반발하고 수차례 제작진이 CP, 국장 등에게 문제제기하자 결국 김호기 교수가 출연하게 됐다. 이 경우에도 블랙리스트라는 시스템이 작동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무 제작진이 사무실에서 크게 반발하며 고성이 오가는 등의 소동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확한 진보인사'들은 섭외가 안 된다. 쟁점 사안에 있어서 우파 인사를 부르면 진보 인사들도 섭외해야 하지 않느냐. 하지만 유명한 진보지식인들은 섭외에 들어가도 KBS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이 전달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안 나오겠다고 한다.

만약 내가 그 사람들 입장이어도 KBS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인터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이야기했던 것이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보도될지 어떻게 아느냐.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이라면 고려해 볼 수 있겠다. 그것도 정확히 주제가 무엇인지, 패널 구성이 어떤지 다 짚어본 다음에 나올 것 같다."

   
  ▲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만난 홍기호 위원. ⓒ곽상아  

▷바람 앞의 PD저널리즘: '추적60분', '시사투나잇'처럼 결국은 없어질 수도 있다

-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 문제를 놓고 시민들이 "지켜주겠다"며 나서지는 않았다. 이는 그동안 <추적 60분>이 탐사 프로그램임에도 요실금을 다루는 등 핵심 의제는 비켜나가는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추적 60분> PD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만약 <PD수첩>이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반발하기도 전에, 이미 회사 밖에서 (국민들의) 많은 반발과 저항이 있어서 결국 보도본부 이관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록 저들(경영진)의 관리와 압박에 의해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책을 많이 하고 있고, 외부에서 그렇게 비판한다면 크게 반론을 제기할 여지는 없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추적 60분>을 해봤던 PD로서 더욱더 화가 난다. 예전에는 <추적 60분>이 <PD수첩>보다 더 큰 이슈를 터뜨릴 때도 있었고 평균 시청률도 훨씬 높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청률이 엇비슷하다. 지금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 외에도 '민간인 사찰' 등 대박 아이템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사측의 게이트 키핑 강화가 워낙 강하다 보니까 PD들도 내부적으로 자기 검열이 심해진 게 사실이다."

- <추적60분>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추적 60분>의 사회고발 기능이 분명히 무력화될 거다.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보낸 것은 문제있는 방송이 나갈 여지를 좀더 확실하게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 사회에 비해 PD사회가 좀더 자유로운 부분이 있는데, 조직을 관리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갑자기 (PD들이) 지뢰라도 터뜨릴까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거다.

우리가 보기에는 지난 2년여 간 충분히 관리당해왔고,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비판 아이템이 못 나갔다고 생각해 자괴감이 컸었는데 이 조차도 사측은 만족하지 못한다. 김인규 특보사장이 PD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도 크게 작용했다. 김 사장은 기본적으로 PD들이 시사프로그램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당히 못마땅해하고 있다.

결국에는 <추적 60분>이 아예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시사투나잇>도 <시사360>으로 이름이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가 결국에는 없어지지 않았느냐. (폐지의) 정당한 사유도 없었다. 당시 지금 부사장으로 있는 조대현씨가 변명한다고 한 이야기가 'KBS이사회가 현실이다'라는 말이었다. '정권을 대리하는 이사회라는 힘 있는 존재가 저렇게 밀어붙이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이런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검사와 스폰서' 아이템…"KBS는 방송하지 못했을 것"

- 가정적 질문을 하나 하겠다. 몇 달 전 "'검사와 스폰서' 제보가 KBS 측으로 들어갔으면 보도되지 못했을 것이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만약 KBS PD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아이템을 취재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을까?

"어디까지나 가정이긴 하지만 <PD수첩>처럼 방송이 나갈 순 없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왜곡됐을 가능성이 많고, 아예 아이템으로 선택 안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당시 <추적 60분> PD들과 술 마시는 자리에서 그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추적 60분> PD들도 대부분 그렇게 얘기했다. '지금 분위기상 그런 아이템이 나갈 수 있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을 보며 '파업 상황인데 저런 프로그램이 나갈 수가 있구나. MBC는 살아있구나. 같은 PD로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부러움이 30%라면 나머지 70%는 '자괴감'이었다. <추적 60분> PD들도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더라. 부러운 건 잠깐이고, 우리 신세를 생각하니…(한숨)…화가 나더라. 하하."

- 현재 KBS 콘텐츠본부에서 금기시되는 대표적 아이템은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이다. '4대강'의 '강'자만 꺼내도 안 되는 상황이다. 작년에 <환경스페셜> 팀에서 '4대강'이 아니라 '강'을 주제로 2,3부작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

강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강의 여울이 갖는 특징 등을 다루려고 했었다. <환경스페셜>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아이템이지 않느냐. 그런데 잘 추진되다가 어느 선에서 중단돼 버렸다. CP급까지 논의가 되서 진행되던 아이템이었다. EP가 중단시켰는지, 아니면 그 위에서 중단시켰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일선 제작진들에게는 중단된 이유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아마 4대강 관련 내용이 다뤄질까봐 중단시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프로그램 제작이 갑자기 중단됐다면, 상식적으로 왜 중단되게 됐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요새는 그런 거 얘기 안 한다. 그런 상식은 무너진 지 오래됐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8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