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백상예술대상이 개최되었다. JTBC 생중계로 이어진 이번 시상식은 전반적으로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시상식의 수상자 선정과 관련해서는 완벽한 공평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시각차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밀의 숲과 1987;
나문희와 허율 가장 큰 나이 차를 보인 수상자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다

영화 <1987>과 드라마 <비밀의 숲>이 각 분야 대상을 차지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이견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밀의 숲> 완성도가 절대적이었다. 영화 부분에서는 시대상을 담은 <1987>과 <택시운전사>가 각축을 벌일 것이라 봤는데, <1987>의 압승이었다.

후보작들을 보면 한국 영화가 풍성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신과 함께>가 감독상을 받는 것이 과연 적당했는지 의아하게 다가온다.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에게 상이 돌아가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최우수연기상에 나문희 수상은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해 봐도 나문희 외에 상을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무겁지 않지만 강렬하게 담은 <아이 캔 스피크>는 나문희가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었다는 점에서 절대적이었다.

영화 <1987>, tvN 드라마 <비밀의 숲> 포스터

영화 부분에서 <1987>이 주요상을 싹쓸이 했다. 대상과 남자최우수연기상, 남자조연상, 시나리오상까지 4관왕에 올랐는데 정작 장준환 감독만 제외되었다는 것이 이상하게 다가올 정도다.

화제성이 높았던 <범죄도시>에서 뛰어난 조연 연기를 보였던 윤계상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도 이상하다. <택시운전사>의 유해진 역시 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수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1987>에 대한 몰표는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1987>이나 <택시운전사>가 가지는 가치는 크다. 하지만 그게 영화를 완성하는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본상을 받은 작품들 다수가 시대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읽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TV 부문에서 <비밀의 숲> 대상 수상엔 이견이 없었을 듯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밀의 숲>의 수상은 당연했다. 칸느까지 갔던 <마더>에게 작품상을 준 것 역시 이견을 내기 어렵다.

tvN 드라마 <마더> 허율

묵직하면서도 드라마적 재미와 감동까지 줬던 <비밀의 숲>과 <마더>가 중요한 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하게 다가왔다. 당연함은 다른 수상 내역을 보며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한다.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였던 작품임에도 다관왕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상하니 말이다. 기계적 분배를 하려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영화 부문 대상 : 영화 '1987'
작품상 :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상 : '신과함께-죄와 벌’ 김용화
남자최우수연기상 : '1987' 김윤석 여자최우수연기상 :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남자조연상 : '1987' 박희순 여자조연상 : '침묵' 이수경
남자신인연기상 : '꿈의 제인' 구교환 여자신인연기상 : '박열' 최희
신인감독상 : '범죄도시' 강윤성
시나리오상 : '1987' 김경찬
예술상 : '신과함께-죄와 벌' 진종현

TV 부문 대상 : tvN '비밀의 숲'
작품상(드라마) : '마더' 김철규 작품상(예능) : '효리네 민박' 작품상(교양) : '땐뽀걸즈' 이승문
연출상 : '품위있는 그녀' 김윤철
남자최우수연기상 : '비밀의 숲' 조승우 여자최우수연기상 : '미스티' 김남주
남자신인연기상 : '사랑의 온도' 양세종 여자신인연기상 : '마더' 허율
남자예능상 : '아는 형님' 서장훈 여자예능상 : '전지적 참견 시점' 송은이
극본상 : '비밀의 숲' 이수연
인기상 : '당신이 잠든 사이에' 수지, '슬기로운 감빵생활' 정해인
예술상 : '순례' 최성우
남자조연상 :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호산 여자조연상 : '키스 먼저 할까요?' 예지원
바자 아이콘상 : 나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 이미지

여자최우수상 후보에 배두나가 올라가지도 못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김남주가 수상했지만 김선아나 이보영이 받아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배두나가 여자최우수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남녀 조연상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인연기상의 경우도 박해수나 이규형이 과연 양세종보다 부족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 말이다. 여자신인연기상은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인 허율이 압도적이었다고 보인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원진아가 허율과 함께 후보가 되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올 정도였다.

2018 백상예술대상은 화려했다. 그리고 나름의 이유를 가진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들도 넘쳐 났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상식이 끝난 후 수상자 면면을 보며 과연 수상에 적합했을까? 이 후보들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번 시상식은 더욱 후보자 선정부터 아쉬움이 컸다.

백상예술상 수상작과 후보작들을 통해 영화가 드라마보다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그나마 가장 연장자인 나문희의 여자최우수연기상 수상과 최연소인 허율의 여자신인연기상 수상이 강렬하게 다가온 시상식이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작품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상식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나문희와 허율이 2018 백상예술대상의 진정한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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