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간의 맞대결이었지만 그래도 브라질보다 네덜란드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적었습니다. 그리고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호비뉴의 첫 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오렌지 군단의 패배가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렌지 군단의 집중력은 영원한 우승 후보를 무너뜨리기 충분했고, 결국 후반에 베슬리 스네이더(인터밀란)의 맹활약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고 12년 만에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네덜란드가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꺾는 쾌거를 이루며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16강전까지 4전 전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탔던 네덜란드는 '세계 1위' 브라질마저 제압하며 모든 경기를 이기고 4강까지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며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며 나름대로 재미를 톡톡히 본 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 축구가 반대로 수비적인 약점이 부각돼 오히려 국제 대회에서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유로2008에서도 그대로 드러났고, 조별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8강에서 이를 잘 아는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에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던 네덜란드는 2008년 취임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를 통해 '혁명'을 모색해 나갔습니다. '수비적으로 탄탄하고 한 방이 있는 팀'으로 스타일을 바꾸며 '지지 않는 팀'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네덜란드는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변화'로 안정적인 팀으로 바뀌면서 유럽 예선에서 8전 전승의 상승세를 탔습니다. 무조건 공격만 강조하기보다 점유율을 높이고 공수 밸런스를 맞추면서 주도권을 잡는 축구를 선보인 네덜란드는 강한 공격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진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월드컵 본선에서도 더욱 부각돼 나타났습니다. 베슬리 스네이더, 아르연 로번, 디르크 카윗, 로빈 판 페르시의 빠른 공격력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빛을 발하며 매 경기마다 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마음껏 공격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포백 수비와 '더블 볼란치' 중원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좁히면서 상대의 공격 자체를 봉쇄하는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기에 가능했습니다. 수비가 탄탄하고 공격에서 정확도 높은 면모를 보인 네덜란드는 16강전까지 7골을 넣고 2골만 내주는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며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대어' 브라질까지 잡는 저력을 보여주며 사상 첫 우승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네덜란드가 치른 5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베슬리 스네이더의 활약상이 아주 돋보입니다. 네덜란드의 연승 행진에는 스네이더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 경기마다 든든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네이더는 일본과의 조별 예선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8강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간 스네이더는 브라질전에서도 헤딩 결승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했습니다. 폭넓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 능력, 패스와 슈팅 정확도는 공격력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스네이더는 네덜란드의 공격을 이끄는 사령관으로서 제 몫을 다 해왔습니다. 돋보이는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리그에 이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스네이더는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중원사령관을 향한 꿈을 기분 좋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불운하게 탈락의 쓴맛을 봤습니다. 그래서 우승후보라는 말을 듣고도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사상 첫 우승을 향해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수의 균형, 그리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든든한 중원사령관, 해결사의 활약에 네덜란드는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상승세를 제대로 타며 완전히 달라진 오렌지 군단이 월드컵 우승의 한을 풀고 최고의 쾌거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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