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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전명규의 프레임에서 자유로운가[기자수첩] SBS의 빙상연맹 때리기?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4.12 16:0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겨레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에 대한 SBS의 보도행태 전반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지면과 한겨레21을 통해 SBS의 노선영 선수 인터뷰를 비롯한 빙상연맹 비판 보도를 윤세영 전 SBS회장과 장명희 전 빙상연맹 회장의 커넥션 의혹으로 풀어냈다. 윤 전 회장은 장 전 회장이 연맹 실세이던 시절 막역한 관계였고,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이 연맹 전무로 취임하면서 장 전 회장과 관계가 악화되자 SBS가 빙상연맹을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4일 한겨레는 <SBS '노선영 반박보도' 회견 전부터 준비했나>라는 제목의 지면기사에서 SBS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논란 보도를 문제 삼았다. 지난 2월 20일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기자회견 당시 노선영 선수가 SBS 취재진과 함께 있었다며 이는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한겨레. 2018년 4월 4일. 스포츠 24면.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SBS가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해설진이 팀워크 붕괴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한 점, 노선영 선수가 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한 점 등을 추가로 언급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SBS와 노선영 선수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한겨레 인터넷 판에서 이 기사는 <[단독]'기자회견 불참' 노선영, SBS 취재진과 함께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한겨레21은 팀추월 사태를 계기로 본 SBS의 대한빙상경기 관련 보도의 전말을 특집 기사로 다룬다"고 예고했다.

이후 한겨레21 1207호에서 나온 기사는 윤 전 회장과 장 전 회장이 밀월관계에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회장과 전 전 부회장의 사이가 틀어지며 SBS가 '빙상연맹 유니폼 교체 논란', '안현수 선수 러시아 귀화 이유 논란', '노선영 선수 관련 논란'등 '빙상연맹 때리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 김 모 기자의 지적은 윤 전 회장이 과거 SBS 보도에 개입했던 정황을 근거로 두는 듯하다. 더불어 윤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SBS 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성립이 가능한 얘기다.

실제 윤 전 회장의 보도개입은 지난해 9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의 폭로와 함께 이어진 윤 전 회장의 인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SBS본부는 당시 2016년 윤 전 회장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했고, 당시 정부의 정책 이데올리기와 상통하는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윤 전 회장이 이 같은 SBS본부의 폭로를 시인하면서 보도개입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후 SBS에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윤 전 회장이 여전히 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SBS본부 폭로 이후 당시 윤 전 회장은 폭로사실을 시인하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아들인 윤석민 당시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역시 함께 보직에서 사퇴했다.

윤 전 회장이 물러난 뒤 SBS노사는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SBS에서는 사장, 편성·시사교양 부문 최고 책임자, 보도부문 최고 책임자 등이 임명동의제 실시 하에 임명됐다.

SBS노사가 2017년 11월 13일 ‘사장 임명동의제’를 합의하는 모습.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합의서를 들고 있다.(사진=SBS)

특히 보도부문 최고 책임자의 경우 60%가 반대해야 임명을 철회할 수 있는 타 부문 책임자와는 달리 50%만 반대해도 철회할 수 있도록 해 보도국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심석태 현 SBS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임명 동의 투표에서 보도본부 구성원 93%의 득표를 얻어 임명됐다. 회장이 물러나고, 사장 포함 책임자들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전 회장의 입김이 SBS 보도본부에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심석태 본부장은 한겨레 기사가 보도된 4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뉴스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따로 지시한 것은 없다. 다만 '스포츠도 뉴스'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다"며 "가능하면 뉴스적인 관점, 시사적인 부분에 대해 더 취재해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또한 심 본부장은 "저는 SBS를 대표해 보도본부의 대부분의 업무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보도본부의 일상적 운영과 관련해서는 최종 결재권을 갖고 있고, 일상적으로 사장에게 보고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빙상연맹에서 불거진 황당한 논란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빙상연맹 때리기'로 정의하기 어렵다. 쇼트트랙 '짬짜미'(승부 담합)논란을 비롯해 노선영 선수의 출전 무산 논란, 심석희 선수에 대한 코치 폭행 논란 등 팀추월 논란 이외에도 빙상연맹은 논란 투성이였다. 빙상연맹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SBS의 잘못된 보도 때문이 아니라 빙상연맹의 잘못된 운영 때문이다.

한겨레 김 모 기자는 기사에서 SBS의 빙상연맹 흔들기가 본격화 된 이후 빙상연맹은 올림픽이 돌아올 때마다 심각한 내홍을 겪었고, 그때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이 직책을 내려놓고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았다며 전 전 부회장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엠스플뉴스는 지난 8일 전명규 전 부회장이 장명희 전 회장과 자신 사이 '파벌 싸움'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언론에 배포한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기사에서 빙상계 관계자들은 '전명규 vs 장명희' 대립 구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전명규 독재체제' 등의 말들로 일축했다. 해당기사가 사실이라면 한겨레는 전명규 전 부회장이 만든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명규 전 부회장은 11일 별다른 해명없이 보직을 사퇴했다. 전 부회장의 사퇴는 이번으로 세 번째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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