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만 나오면 비아냥대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묵묵하게 자신이 보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끝에 대형 수비수로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수비수 첫 유럽 진출을 눈앞에 두며 더 큰 선수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바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제2의 홍명보'라는 별칭을 다시 얻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조용형(제주)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큰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진이었지만 조용형의 재발견은 성과 가운데 성과였습니다. 정확한 판단력과 깔끔한 태클 능력, 그리고 공격으로 정확하게 이어지는 롱패스 등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많이 보여주면서 공수 모두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감독의 끊임없는 신뢰에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문 그의 노력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며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 우루과이와의 16강전, 조용형이 페레즈의 돌파를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조용형은 많은 팬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선수'로 꼽혀 왔습니다. 잦은 실수와 안정적이지 못한 백패스 때문에 '자동문'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컵 중국과의 경기에서 3골을 내주는 불안전한 수비 능력으로 대표 선수를 경험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순탄할 것만 같던 월드컵 출전 꿈도 흔들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형은 올해 3월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속팀 제주에서 주장을 맡은 뒤 책임감이 더해지면서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는데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수비력에서 안정감이 묻어나고, 무엇보다 투지와 기술이 더해져 능력이 극대화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신감으로도 이어지며 보다 더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소속팀에서의 상승세는 대표팀에서의 활약에도 영향을 줬고, 대표팀 주축 수비 자원으로서 믿음직한 플레이로도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조용형에 대한 평가는 반전에 성공했고, '자동문'이라는 오명은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사실 조용형은 체격적으로는 중앙 수비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82cm, 72kg이라는 체격이 키 크고 체격 좋고, 제공권이 뛰어난 일반 중앙 수비수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용형은 '키로 축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체격적인 약점을 지능적인 플레이로 커버해 냈습니다. 물론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겠지만 적어도 한국 축구에서 지능적인 수비수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선수를 꼽는다면 조용형을 '넘버 원'으로 꼽는 전문가, 축구인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조용형의 능력을 축구계에서는 일찌감치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용형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큰 위기를 오랫동안 맞이하면서 얻은 오기가 발동했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미 지난 독일월드컵 전에 잠시나마 '제2의 홍명보'라는 별칭을 듣기도 했다가 낙마하면서 아쉬워했던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이번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더 잘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나아진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대상포진으로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지만 첫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으로 빠른 재활에 매진했고 결국 전 경기 풀타임을 뛰면서 16강 진출의 '숨은 주역'이 됐습니다.

조용형이 보여준 활약은 결국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조용형의 에이전트 측은 다음 달 상위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애스턴빌라와 계약을 할 수 있다면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것이 성사되면 중앙 수비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성과를 얻게 됩니다. 홍명보도 못했던 것을 조용형이 해내는 것입니다. 애스턴빌라는 조용형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빠르고 기술적인 공격이 돋보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 능력을 배우고 키운다면 조용형 입장에서는 더없이 진화할 수 있는 기회이자 주축 중앙 수비수로서 크게 떠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번 월드컵에서 조용형이 다듬어야 할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즈에서 첫 골을 내준 장면은 순간적인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약점이 또 한 번 노출되었습니다. 빠른 선수를 순간적으로 놓치고, 빠른 선수와의 맨마킹이 몇 차례 적극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았던 점은 조용형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 번 내주면 그야말로 끝장인 중앙 수비라는 힘든 포지션에서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조용히 묵묵하게 노력을 하고, 그 성과를 조금씩 드러낸 조용형의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전체적인 활약은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첫 월드컵 경험에서 믿을 만한 선수로 떠오른 조용형의 미래가 순탄하게 이어져서 홍명보, 최진철 이후 '진짜 대형 수비수'가 한국 축구에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조용형은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춘 선수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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