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프로그램마다 매주 번갈아가며 새로운 1위의 얼굴들이 뒤섞이며 등장하고, 매일매일 가수들의 컴백이나 데뷔와 함께 신곡들이 터져 나오지만, 솔직히 전 요즘 어떤 노래가 인기이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천안함 사태의 기나긴 공백이 만든 오랜 정체가 갑자기 풀리면서 나타난 지금의 혼잡한 양상은 한 시기를 풍미하는 막강한 강자 없이 그저 여러 명들이 정상의 자리를 흔적도 없이 스치고 지나가는 혼전, 아니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 복잡한 시장통 같은 요즘 가요계에서 제 눈에 가장 확 들어오는 이는 발라드로 적절한 변신에 성공한 서인영도, 스스로도 놀란 깜짝 1위로 화제에 오른 아이유,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가지만 그 수는 참 많기도 한 새내기 아이돌들도 아닙니다. 오히려 친숙하다 못해 닳고 닳은, 그다지 큰 호응도 반응도 없이 늘 있었던 것처럼 자신들의 자리에 슬그머니 서있는 그룹. 코요태가 그 주인공이죠. 전 이들의 건재함이, 그리고 꿋꿋한 복귀가 너무나도 좋아요.

뭐 별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무슨무슨 장르로 돌아왔다고 포장하기도 하고, 나름의 변신이나 특이점이 있다고 홍보도 하긴 하지만 한번만 딱 들어보면 아 코요태구나 하는 전형적인 그들의 음악이죠. 밋밋한 김종민의 목소리도 그대로이고 귀 안에서 갈라지는 신지의 둔탁한 보컬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소장하며 반복해서 듣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클럽의 DJ가 선곡에는 늘 빼놓지 않고 틀어줄, 편하게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적당히 친숙하고 적당히 싼티나는, 딱 그들만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그래서 전 좋더라구요. 생각해보면 그들만큼 부침이 많고 어려움이 쉴 새 없이 찾아왔던 그룹도 없습니다. 부적절한 일로 인한 멤버의 탈퇴도 있었고, 수시로 교체되는 구성원들로 팀은 언제나 불안정했습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물론이고 연기 도전이란 잘나가는 가수의 통과의례도 치러 냈었고, 만남과 이별이란 필수 스캔들도 거치며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신지는 물론이고 김종민도 각종 루머와 구설수가 괴롭히기도 했었습니다. 심지어 빽가는 심각한 병으로 큰 수술을 받기도 했죠. 김종민은 공익으로 병역까지 치러냈으니 어쩌면 코요태는 한국 연예인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들을 다 거쳐 온 그룹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데뷔했을 때와 다름없는 음악적인 색깔을 가지고, 이젠 그들이 데뷔했을 때 나이의 후배들 틈 안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죠. 비록 한때 예능계 우량주였던 김종민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여전히 적응에 힘겨워하고 있고,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던 신지는 이젠 후배 걸그룹과는 띠동갑 나이의 후덕한 선배 가수로 변해 버렸지만 그래도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무대 위에 서있습니다. 누가 들어도 코요태스러운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면서 말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들이 아닐까요?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과연 2집을 낼 수 있을지 긴가민가한 가수들이 넘실거리고, 유통기한이 5년이라는 자조 섞인 고백을 하는 아이돌이 지배하는 한국 가요계에서 코요태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격렬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도, 예전만 못한 환호성 속에서도 노래하고 활동하는 끈질긴 생명력의 선배들이 우리에겐 더욱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빨리 피고 사라져버리는 나팔꽃보다 짧은 가수들의 세상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을 실천하는 그룹. 근성의 선배 코요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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