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쌍용'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의 첫 월드컵은 거의 환상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0년 전, '공포의 H-H라인' 황선홍(현 부산 아이파크 감독), 홍명보(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가 처음 월드컵에 나섰을 때와 비교하면 이들의 기록이나 활약은 너무나 대단하고 유쾌하기만 했습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룬 한국 축구는 이들의 맹활약에 4년 뒤 아니 그 이상을 바라보며, 더 높은 수준의 유쾌한 도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이 처음 함께 등장했을 때, 한국 축구의 10년을 책임질 콤비로 불려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엄청난 물건이었습니다. 역대 어느 콤비보다도 대단한 이 콤비들의 활약에 우리는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쌍용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란히 2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청용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 팀을 상대로 2골을 뽑아내는 저력을 보였으며, 기성용은 날카로운 세트 피스로 이정수의 2골을 도우며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첫 월드컵임에도 강팀들을 상대해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창조적인 패싱플레이, 날카롭고 과감한 슈팅 등을 기록하는 등 내용적인 면에서도 아주 돋보이는 활약들을 보였습니다. 이전 월드컵에서 처음 나섰던 대형 신예가 제대로 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개 숙였던 사례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성인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내 두각을 나타낸 쌍용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빠르게 팀에 정착하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는 감각적이고 지능적인 플레이는 이들을 돋보이게 했고, 유럽 진출로 선진 기술을 장착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이들의 능력에 많은 사람들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성공적인 월드컵 데뷔 무대를 치러냈습니다.

사실 월드컵을 앞두고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성용은 잇따른 소속팀 결장으로 경기 감각이 무뎌 제대로 된 팀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고, 반대로 이청용은 휴식 없이 1년 넘게 경기를 치러 체력적인 문제가 걱정거리로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주위의 우려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드러내며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첫 경기였던 그리스전부터 이들은 급성장한 기량으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선보였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매 경기마다 돋보이는 경기력을 보이며 한국 축구의 중추 자원임을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선수들을 상대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면서 제 기량을 선보인 것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이타적인 플레이에도 능해 젊은 선수들임에도 본인이 더 많이 뛰고 움직여 유기적인 팀플레이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걱정과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린 모습, 이것이 바로 쌍용을 더욱 돋보이게 한 힘이 됐습니다.

이들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유럽 유수 구단에 들어간 이들은 매년마다 진화한 기량으로 자신의 가치를 살려 가면서 더 높은 무대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는 이들입니다. 2002년, 쌍용의 나이와 똑같았던 박지성이 매년마다 성장해 현재 대표팀의 주장으로 거듭났듯 쌍용 역시 유럽 축구의 선진 기술을 더욱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해 한국 축구의 더 높은 꿈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당하고 유쾌해서 자랑스러운 그 이름, 쌍용이 이끌어갈 한국 축구의 새로운 10년도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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