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정봉주 전 의원의 렉싱턴 호텔 카드 사용 내역이 드러나면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정 전 의원을 감쌌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 22일, 정 전 의원의 2011년 12월 23일 행적이 담긴 사진 780장을 단독입수했다며 이를 보도했다.

당시는 '민국파'(정봉주 팬카페 전 카페지기)가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 당일 렉싱턴 호텔에 들렀다고 진술해 논란이 일던 때였다. 민국파는 정 전 의원이 23일 오후 1~2시경, 을지병원에서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오는 길에 렉싱턴 호텔에 들렀다고 진술했다.

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 3월 22일 방송화면 갈무리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정 전 의원의 2011년 12월 23일 행적이 담긴 780장 중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의 사진 10여장을 공개했다. '블랙하우스' 방송 전 정 전 의원측은 이미 언론에 사건 당일 오전 11시 54분 '나는꼼수다'녹음실 사진을 공개한 상태였다. '블랙하우스'는 오후 1시 전후 녹음실 사진, 오후 2시 전후 나꼼수 일행이 홍대 식당으로 이동하는 사진, 오후 2시 이후 명진스님과 만난 사진 등을 열거하며 정 전 의원이 민국파가 주장한 오후 1~2시 사이에 홍대 부근에서만 머물렀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이날 '블랙하우스'방송 내용은 크게 ▲을지병원 병문안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점 ▲메타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블랙하우스'가 나꼼수 일행이 오후 2시 전후 홍대 근처 식당으로 이동중이라고 밝힌 사진의 시간 데이터를 모자이크 처리한 점 ▲민국파가 정 전 의원을 수행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민국파가 자신을 수행한 적 없다고 주장한 정 전 의원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지 않은 점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블랙하우스'는 정 전 의원이 을지병원으로 어머니의 병문안을 갔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정 전 의원과 민국파의 진술 중 겹쳤던 주장은 23일 정 전 의원의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병문안을 오래 했기 때문에 렉싱턴 호텔에 갈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고, 민국파는 "병원에 점만 찍고 왔다"며 여의도에 들를 수 있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를 밝히는 것은 검증과정에서 중요했다. 그러나 '블랙하우스'는 이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 전 의원측이 검찰에 제출한 780장 사진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1시 54분 사진의 정보는 공개하면서도, 2시 전후라고 밝힌 식당 이동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의 시간데이터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방송화면 갈무리)

또한 '블랙하우스'는 정 전 의원이 제출한 780장 사진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1시 54분 사진의 정보는 공개하면서도, 2시 전후라고 밝힌 식당 이동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의 시간데이터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민국파가 오후 1~2시 사이를 호텔 방문 시간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사진의 시간정보를 밝히는 것은 중요했지만 진위여부를 가린다는 명분하에 특정 사진의 시간정보만을 공개한 것이다.

"23일 민국파는 자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정 전 의원의 주장이 '블랙하우스'의 사진공개로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로 짚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정 전 의원은 23일 민국파가 오후 2시 17분 미권스 카페에 올린 글이 모바일이 아닌 PC에서 올린 글이라며 민국파가 오후 일정에 함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랙하우스'는 오후 2시 이후 정 전 의원과 명진스님이 만난 자리에서 민국파가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정 전 의원의 주장을 짚어내지 않았다.

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민국파가 정봉주 전 의원을 수행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민국파가 자신을 수행한 적 없다고 주장한 정 전 의원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지 않았다. (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 3월 22일 방송화면 갈무리)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당시 방송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제작진은 "논란이 된 특정 시간대에 대한 사실 확인에 집중했을 뿐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진실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며 "이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ㄱ씨께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의 설명과 같이 당시 '블랙하우스' 방송이 단순히 사실 확인에 집중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편, 정 전 의원의 카드 사용 내역이 밝혀진 이후 '블랙하우스'시청자 게시판에는 일부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사실관계만 확인하고 판단은 시청자 몫으로 남겼다는 반박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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