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차기 대선 전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언급했다.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면 합칠 가능성이 있다"며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 대표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유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26일 유승민 대표는 카이스트 도곡동 캠퍼스 특강에서 "보수가 이대로 비실비실하고 계속 분열되고 이러면 다음 총선, 대선도 전 어렵다고 본다"면서 "다음 대선 전에 어떤 식으로든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기 전엔 합당은 안 한다"면서도 "저희들이 진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옳은 길을 가다 보면, 자유한국당이 진짜 변하고 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면 합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이러한 유승민 대표의 발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나란히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더한다.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후보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의원이라는 거물급 카드를 쥐고 있다. 아직 안 전 의원이 명확한 출마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당을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서울 안철수 전 의원, 제주 원희룡 지사를 축으로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경기 남경필 지사, 인천 유정복 시장, 부산 서병수 시장이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바른미래당과 보수 표심을 나눠가질 이유가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유승민 대표가)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구체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깃은 유력주자가 출마하는 서울과 제주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당도 접전을 벌이는 두세 곳에서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5% 정도의 플러스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한국당 쪽으로 이것에 대한 물밑조율의 사전 단계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 패배해버리면 바른미래당은 설 곳이 없다.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기 때문에 그걸 피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유승민 대표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당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27일 자신의 SNS에 "유승민 대표께서 어제 강의에서 '다음 대선에서 보수 단일화가 필요하다, 한국당 정신차리면 합칠 가능성이 있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제 눈과 귀를 의심했다.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고 말했다.

▲27일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사진=장진영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장진영 전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불가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이라며 "한국당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소멸될 것이고,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말과 다음 대선 전에 보수 단일화, 더 나아가 한국당이 정신차리면 합칠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는 결코 양립불가한 모순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유 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보다 명확한 표현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민의당 출신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유승민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302명 전체 지역위원장 중 1/3 정도가 유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지방선거 동반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동의했고, 이를 유 대표에게 전달한다는 소식이다. 앞서 유 대표는 경기지사 출마를 요구받기도 했으나, "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불출마 입장을 공고히 했다.

성명서에는 한국당과의 단일화 금지를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성명서에는 "향간에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과 어떤 형태로든 합칠 것이라는 악의적 선동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인 마당에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면 심각한 민심의 역풍을 맞고, 당의 존립 명분과 근거 자체도 말살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바른미래당 당내 반발 움직임에 대해 엄경영 소장은 "아무래도 국민의당 출신 중 호남에 연고를 둔 의원이나 진보성향의 의원들은 선거연대에 대해 사실상 보수연대가 아니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 남은 호남 지역기반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념 지향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치지 않으면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합해 탄생한 정당"이라면서 "정치적 결이나 지향점에 차이가 나타나면서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내부에서 갈등의 골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굉장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 이후의 반문진영의 헤게모니를 누가 선점할 것이냐를 두고 이합집산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승민 대표의 발언이 공략지점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 발언"이라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그런 발언이 적절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교수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보수 표가 바른미래당으로 향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바른미래당이 얻어야 할 표는 자유한국당 표가 아니라 침묵하고 있는 보수 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고수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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