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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 로봇 기자가 2018 프로야구에 등장했다[인터뷰] 김요한 개발자 "에이프 덕분에 인간 기자 취재 능력 커져"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3.27 09:13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4일 개막한 프로야구 개막전. ‘에이프’ 기자가 쓴 기사가 출고됐다.

24일 인천 문학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SK와의 맞대결 1차전에서 롯데가 5-6으로 아쉽게 졌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7안타를 기록해 SK에 무릎을 꿇었다.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kt와의 맞대결 1차전에서 KIA가 4-5로 안타까운 패배를 했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12안타를 기록했으나 승수를 보태지 못했다.

에이프가 작성한 기사들(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롯데와 KIA가 아쉽고, 안타까운 패배를 했다고 분석한 이 기자는 로봇이다. 대구일보에서 개발한 프로야구 기사 자동생성 로봇 에이프의 기사는 경기가 있는 날 수십 개씩 출고된다.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경기가 끝난 후 전체적인 분석까지 내놓는다. 로봇이 스포츠와 증권 기사를 쓰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방의 신문사가 로봇 저널리즘을 선두적으로 이끄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10월 시범적으로 시작한 에이프는 2018 프로야구에서 본격적으로 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프의 기사 출고 속도는 인간 기자를 뛰어넘는다. 경기 당 평균 20개의 기사가 1초 정도면 생성된다. 팩트나 맞춤법 문제도 거의 없어 데스크의 확인 없이 기사가 출고된다. 김요한 대구일보 뉴미디어팀책임연구원은 “야구 속보를 위해 경기를 계속 봐야 했던 스포츠 기자들이 수고를 덜게 되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요한 연구원과의 일문일답니다. 

Q. 현재 에이프의 야구 기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우선 야구에 국한된 분야에서 기사를 쓴다. 에이프는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한다. 단순히 경기 기록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더 읽기 편한 형태로 기사를 만들어낸다. 야구 기사로는 뛰어난 편이다. 서울대 이준환 교수팀이 만든 ‘프로야구 뉴스로봇’도 훌륭하지만, 에이프는 조금 더 깊이 있는 형태의 로봇이다.

Q. 편집국에서 기사를 데스킹 하는가

A. 데스킹을 거치면 로봇 저널리즘의 의미가 퇴색된다. 에이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시스템 오류만 잡아낸다.

Q. 현재는 야구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A. 그렇다. 야구가 기록에 기반을 둔 스포츠이기 때문에 먼저 도입했다. 향후 축구, 배구 같은 다른 스포츠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우선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야구 기사를 더 정교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향후 언론에서 잘 주목하지 않는 사회인야구 기사도 쓸 예정이다.

Q. 대형 언론사가 아닌 지역 기반 신문사가 로봇을 만드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다.

A. 맞다. 그런데 지역 기반 언론이다 보니 기자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야구 기사를 쓰고 싶어도 현장에 나갈 수 있는 기자가 제한적이다. 특히 꼭지(기사 수)를 많이 채워야 하는 것에 기자들이 부담을 느꼈다. 보도자료나 실시간 경기 상황 등의 기사를 쓰다 보면 기자가 하고 싶어 하는 취재는 잘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에이프를 만든 것이다. 보도자료나 실시간 중계는 에이프가 쓰고, 기자들은 가치 있는 기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Q. 실제 기자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A. 긴 기사의 경우 반복적인 표현들이 있어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경기 속보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해준다. 야구 담당 기자들은 다른 취재를 더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경기 중 선수 인터뷰를 준비한다든지 

Q. 성공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은 프로젝트다. 회사 내부의 반응은 

A. 3명의 개발팀 팀원이 2년 정도를 걸려 에이프를 만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니까 의문을 갖거나 하는 분들이 있었다. 반대는 아니고, “에이프 언제부터 기사 쓸 수 있는 거야”라고 물어오긴 했다. 그런 내부적인 의문이 있으면 회사 대표가 명확하게 정리해줬다. 장기적으로 개발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기사가 나가고 나서도 큰 불만은 없었다. 

Q. 에이프의 발전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A.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수준은 아니다. 개발자들이 오류나 개선책을 입력해 에이프가 개선되는 형태다. 현재 경기내용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청자의 관심도 같은 걸 경기내용에 반영한다든지, 경기의 어느 부분에 관심이 집중되는지 등을 시스템에 적용하려고 한다.

Q. 에이프가 수익을 낼 순 있는가

A. 아직은 없다. 에이프 스스로 성과가 있어야 한다. 개발팀의 인건비가 나가는 상황이니까 에이프의 능력을 발전시켜 사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Q. 에이프의 목표는 뭔가

A. 다른 로봇과의 비교우위는 원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에이프를 보고 “괜찮은 기사다. 로봇이 쓴 게 맞나”라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다른 로봇이랑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로봇 저널리즘은 연합뉴스의 ‘robot’다. 올림픽이나 패럴림픽 경기가 끝나면 2초 안에 기사를 쓴다. 그렇게 써낸 기사가 1천여 건에 달한다. 전자신문·파이낸셜뉴스도 재무제표 같은 경제 기사를 로봇으로 작성한다. 적어도 ‘속보’에 한해서 로봇 저널리즘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기자들이 본인의 취재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정연우 교수는 “기자들의 업무가 기사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있지만 속보, 단신 처리 등의 업무도 과중하다”며 “로봇 저널리즘이 활성화 된다면 기자들의 역량을 더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서 조건도 달았다. 정연우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의 영역은 단신 및 속보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로봇은 인간의 통찰력이나 숙고를 가질 수 없다. 이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최진봉 교수는 “대구일보의 사례처럼 로봇이 기자의 수고를 덜어준다면 좋은 활용”이라며 “그러나 기자의 궁극적인 가치를 뛰어넘을 순 없다. 속보나 단신 처리를 통해 인간 기자의 활용을 높이는 정도로만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인간 기자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대구일보 ‘에이프’가 기자들의 취재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사실이다. 에이프는 26일 37개의 기사를 올렸고, 그간 이를 메꿔야 했던 야구 담당 기자들은 본인 기사의 품질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로봇 기자가 야구를 넘어 타 스포츠로 영역을 넓혀나가겠지만, 인간 기자와의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에 대해 생각해 볼 이유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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