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영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김 전 교수는 자유한국당의 구애를 거부했다. 잇따른 인재영입 실패에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25일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전 교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 핵심 관계자가 지난 23일 김 교수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전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시랑, 교육부총리 등을 지낸 인물로,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거국내각총리로 거론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김 교수가 후보로 나선다면 현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병준 전 교수는 자유한국당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전 교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해왔고, 당에 속해 있었던 사람이라면 공천을 받아서 곧바로 출마할 수 있지만, 내가 정치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그 명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그런 설명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병준 전 교수는 "개헌 이슈에다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는데 결국에는 충분히 얘기도 못한 채 싸움에만 말려들 것"이라면서 "내 생각을 얘기하기도 전에 한순간에 이기고 지고만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의 영입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선거에 나설 인물들을 찾고 있다. 그러나 김병준 전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재 영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정욱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출마를 고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당 안팎에서 황교안 전 총리를 후보군으로 올려놓고 있지만, 황 전 총리도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될 만큼 정치인으로서는 매력적인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에 실패하는 것은 승산이 낮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촛불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0~20% 사이의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결국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 대표인 홍준표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일고 있다. 22일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일부 중진의원들은 간담회를 열고 최악의 경우 홍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정우택 의원은 "당 대표가 지방선거의 전권을 갖고 움직이고 스스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는데 지선 승리를 위해 천하의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한다"면서 "천하의 인재를 못구하면 본인(홍준표 대표)이 스스로 나갈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당장 서울시장에 나가라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결기를 갖고 나서달라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다만 홍준표 대표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21일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늘 내우외환 속에서 정치를 해왔다"면서, 자신이 당선됐던 서울 송파 갑, 동대문 을, 경남도지사 등은 모두 험지출마였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네 번째로 선거에 나간 것이 탄핵 이후 궤멸된 보수우파의 재건을 위해 험지 대선에 나간 것"이라면서 "희망 없는 탄핵 대선에서 7%에서 출발해 비록 낙선은 했지만 24.1%로 2등을 해 당을 다시 재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을 공격하는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을 향해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의원도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안 전 의원은 "당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홍준표 대표와 안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동시 출마하면 지난해 5·9대선에 이어 재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는 홍 대표가 24.03%를 득표해 21.41%의 안 전 의원을 앞섰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