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 '골든슬럼버'의 소재는 평범한 시민이 국가기관의 정치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1998년에 개봉했던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토니 스코트 감독, 윌 스미스, 진 해크만 주연)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언급한 이유는 영화 '골든슬럼버'의 방향성의 실패를 거론하고 싶어서이다. '골든슬럼버'는 국가기관의 촘촘한 음모망에서 허우적대는 평범한 시민이 친구 및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까지도 괜찮다. 충분히 재미를 살릴만한 소재이다. 1988년에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에서도 주인공 존 맥클레인이 혼자 고층 빌딩 속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일당백 분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무전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LA 경찰과의 우정이 싹트는 과정을 양념처럼 잘 뿌려줬고, 심지어는 극의 결정적인 위기상황을 탈출함과 동시에 등장인물의 트라우마까지 깨뜨리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 <골든슬럼버> 스틸 이미지

영화 '골든슬럼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주변인 특히 친구들과 주인공 간의 에피소드 및 우정의 묘사이다. 그들의 우정이 전혀 와 닿지가 않는다. 극에 몇 차례 주인공과 친구들 간에 우정을 묘사한 회상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극의 몰입을 저해하고 영화와 완전히 따로 논다.

대학교 때 함께 밴드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친구들 간의 우정에 대한 당위성을 심어주기에는 비약이 지나쳤다. 차라리 전직 요원 민씨(김의성)와 주인공 건우(강동원)가 위기에서 구해준 연예인(김유정)간의 에피소드로 전개했다면 좀 더 촘촘한 구성 및 긴장감 연출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민씨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진 해크먼을 연상시킨다. 김의성과 강동원의 케미가 더 오래 나왔다면 극의 긴장감이 더 지속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골든슬럼버> 스틸 이미지

일본 원작에서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함께 밴드를 했다는 설정이 없었다. 국내 버전으로 각색되면서 차별화를 위해 집어넣은 설정이지만 원작의 묘미도 못 살리고 영화와 따로국밥이 되어버린 친구들의 존재는 역을 맡은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윤계상 등이라는 좋은 배우들의 시너지도 전혀 못 살리게 만드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영화 후반부 그들이 흘리는 눈물에 관객들은 좀처럼 개입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영화화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영화 탄생을 주도한 주연 강동원의 매력은 영화 전반에 걸쳐 넘쳐흐른다. 하지만 조악한 각색과 매끄럽지 못한 연결은 좀 더 짜임새 있는 스릴러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영화 '골든슬럼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야기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 영화 '골든슬럼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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