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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서 자라나는 사이버 모욕[도우리의 미러볼] 모욕 전문 SNS 가계정 생기기도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3.02 09:37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맞았으나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 모순이 아니다. 수천 개의 욕설을 들었어도 단 한 건의 신고 접수도 어려운 사이버 모욕을 빗댄 말이다.

사이버 모욕이라고 겪는 고통까지 가상은 아니다. 익명성을 방패 삼아 극심한 수준의 욕설을 수백에서 수천 개씩 듣는 일은 과거에 없었다. 모욕을 목적으로 여럿이 돌려 쓰는 ‘모욕 계정’도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 모욕은 인터넷 사용자 누구라도 그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해마다 신고 건수가 급증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사이버 모욕 피해자들 4명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사이버 모욕 피해 경험 및 대처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피해자들이 겪은 사이버 모욕 사건에 대해 간략히 정리했다.

실제 피해자에게 온 인스타그램 메세지(미디어스)

 

▶윤선미 씨(26·회사원)

올해 초 인천 아르바이트생 화장실 폭력 사건 페이스북 게시물을 봤습니다. 이에 여성 혐오 범죄라는 의견을 썼는데 300여 개의 악성 댓글이 달렸습니다. 개중에는 제 프로필과 신상 정보를 캡처해가며 집요하게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자료를 모았지만 신고가 가능했던 건 2명뿐이었습니다. 그조차 한 명은 미성년자라서, 다른 한 명은 댓글을 삭제해 수사할 수 없었습니다. 사이버 모욕에 고소 진행 중 절차가 이해되지 않거나, 답답한 경우가 많아 관련 정보가 제대로 널리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나 씨(가명, 27·대학생)

2016년 페이스북의 ‘김치녀 페이지’ 게시글을 공유하며 여성 혐오적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와 비슷한 여러 페이지에서 제 사진과 개인정보를 ‘박제’했고, 그 아래로 저를 모욕하는 댓글이 4일간 2천여 개가 달렸습니다. 변호사 상담도 받았고 고소를 위한 자료도 일부 수집했으나 댓글을 일일이 다 읽기 힘들었고 신고 후 피의자들을 대면할 일도 두려웠습니다. 한동안 누가 저를 알아볼까 봐 마스크 쓰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일이 되었기에 그때 고소를 포기한 것이 종종 아쉽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OO에 시멘트를 발라버릴 X’이었습니다.

박나리 씨(가명, 33·유학생)

2016년에 위키트리 성차별 관련 기사에 비판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심한 모욕 댓글을 단 것을 시작으로 여러 사람이 제 사진을 캡처해가며 성적인 욕과 외모 비하 등을 쏟아부었습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고소장을 작성해 다음 날 경찰서에 갔습니다. 고소할 때까지 총 4천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몇 달 후 벌금 30만 원판결이 나왔습니다. 고소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해서 선뜻 권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벌받은 가해자가 오랫동안 여자에게 외모, 성 모욕을 일삼던 일베 회원이라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은별 씨(24·취업준비생) 

2016년 페이스북 페이지 ‘대한민국 오빠 연합’ 관리자가 ‘제2의 유영철이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지인이 남긴 비판 댓글에 대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러자 관리자가 ‘너는 얼굴이 못생겨서 시집이나 갈는지 모르겠다, 네 남편이 네가 전공하는 특수학교 출신 학생이라며’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항의하자 오히려 관리자는 제 얼굴과 학교 등이 나온 장학증서 사진을 페이지에 공유하며 모욕했습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고소해 협박죄 포함, 벌금 100만 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또 대구에서 낙태죄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모습이 기사로 나왔었는데, 거기에 ‘대구 년들 OO는 일베랑 흉노족한테 갖다 줘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저를 겨냥한 댓글은 아니었지만, 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모욕해서 불쾌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댓글이 오히려 투쟁심을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유니세프 유투브 영상)

모욕의 사각지대, 사이버 모욕

엄밀히 말해 사이버 모욕죄는 없다. 명예훼손죄처럼 정보통신망법에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형법상 모욕죄(형법 제311조)를 사이버 공간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욕적 표현은 명예훼손죄와 달리 사실 적시가 필요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모욕의 기준은 주관적이라 개인마다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같은 표현에 대한 법원의 판단조차 심급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또 사이버 모욕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정보가 적다. 윤선미 씨가 “실질적인 정보는 오히려 트위터에서 봤다”라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알음알음 발품을 팔거나 지인에게 의지하는 등 사적으로 해결을 모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자료 수집이 만만치 않다. Pdf 파일로 본인이 단 댓글이나 게시글부터 모욕 댓글까지 전부 캡처해야 한다. 최대 수만 명까지 집단으로 가해지는 사이버 모욕의 특성상 이런 작업은 중노동이다. 그 과정에서 계속 모욕 댓글을 읽어야 하는 것도 큰 고역이다.

겨우 증거 수집을 마쳤더라도 관할 경찰서에서 신고를 접수하는 데 난관이 있다. 수사관들이 모욕죄 접수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경미한 사건인 데다 증거 부족으로 수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고 접수를 반려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재차 상처를 받기도 한다.

윤선미 씨는 “제가 고소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도 수사관은 5번 이상이나 용서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었다. 또 ‘수사랑 관련 없는 말이긴 한데’라며 왜 이 사안을 굳이 여자 남자 나눠서 생각하느냐, 이런 일(사이버 모욕)이 인터넷에 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선미 씨 사건 관할 송파경찰서 오영주 수사관은 “사건 담당자는 아니지만, 아마 모욕이나 명예훼손죄는 친고죄이기도 하고 반의사불벌죄라 당사자 간에 고소 의사가 없다고 하면 성립이 안되기 때문에 고소할 의사가 없는지 물어보는 절차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원하는 등 변수가 많아 확인 차 물어봤을 것”이라며 “어떤 죄목이나 사실관계가 있을 때 사실 외 정황이라든가 고의 비방목적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물어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너 혼내줄거야 같은 말도 맥락에 따라 협박인지 농담인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피해자들은 신고 접수나 수사 시 ‘피해자다움’을 연출했던 것을 문제로 꼽았다. 피해자다움을 강조해야 수사관들이 보다 우호적으로 신고 접수에 응해준다는 것이다. 박나리 씨는 “제가 공무원이라고 하니 경찰 태도가 좀 바뀌었다. 뭔가 좀 적극적이라고 해야 하나. 명예훼손도 훼손될 명예가 있는 사람에게 해당한다고 한다. 친구가 그래서 직업이나 피해자의 신분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경찰 입장도 설명했다. 민사 감이지 이게 형사는 아니라고 담당 경찰이 그렇게 말했다. 명예훼손 형사에서 빠져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그런(피해자다운)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뭐 더 유리한 건 없는 거 같다. 대신에 글을 적을 때만큼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렇게 적어놔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또 민사로 이어질 수 있고, 정신적 피해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고 접수와 수사 진행이 된다고 해도, 가해자에게 부과될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경미한 편이다. 또 사이버 모욕죄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이조차도 부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모욕의 사각지대에서 자라는 ‘모욕 문화’

처벌이 어려운 모욕의 사각지대에 검버섯처럼 혐오 문화, 모욕 전문 계정 등 ‘모욕 문화’가 자라고 있다. 피해자들은 모욕 댓글 자체보다 다른 점이 충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등 약자에 대한 혐오가 대표적이었다. 조은별 씨는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나이와 성별 등의 이유로 인해 더 쉽게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당한 모욕이 성별과 장애에 관련된 욕이었기 때문에, 그런 특징들을 욕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또 그 단어들이 욕으로 성립한다는 현실이 참 화가 났다”고 말했다.

제나 씨도 “OOOO애미가 OO인가 보네, 근성이 OO이네, OO OO에 시맨트 발라버릴 X이네 이런 게 수두룩했다. 저 사람들은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워와서 쓰는 걸까? 정말 같이 살아가는 조직에서도 여자를 보고 아무렇게나 자기들끼리 저런 말을 할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예 모욕 전문 가계정을 만들어 여러 사람끼리 공유하며 ‘모욕’을 가하는 사례도 있다. 박나리 씨는 “내 케이스는 페이스북 아이디였다. 약간 계정 물타기? 경찰이 보기에 조직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고 나한테도 댓글로 제가 고소한다니까, ‘뭐 고소한다는 놈들치고 진짜 하는 놈도 없더라 폐창인생 몇 년인데 아무도 소식 없데’ 뭐 이런 글을 썼었다”라고 말했다.

윤선미 씨도 “가계정이 너무 많아서 놀랐구요”라며 “또 중년 아저씨들일 줄 알았어요. 제가 학생은 선할 거다 어린 사람은 나이 든 사람보다 착하다 뭐 이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 만 14살이 안 된 친구가, 그것도 실 계정인데 욕을 뿌리고 다녀도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고 살 수 있나? 뭐 이런 생각도 했다”며 “페미니즘, 여성 혐오라는 단어, 성 평등 이런 단어가 물론 우리 세대도 그렇지만 지금 청소년 세대들에게까지 그렇게 거부감이 있을지 몰랐다”고 밝혔다. 

특히 제나 씨는 “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지는 않았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굴까? 왜 저런 말을 할까? 뭐 하는 사람들일까? 저게 보통 사람이라고? 말도 안 돼. 이런 뭐랄까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이 깎였다. 저 사람들 하나 하나는 다 누군가한테 좋은 친구이고 가족일 텐데, 왜 저렇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지? 이게 되게 힘들었다”라며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그걸 오락거리고 즐긴다는 게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약간 무력감이 들었다. 특히 남학생들이 주로 그러는 게 어쩌면 남성집단 내 주류 문화일 수도 있을까? 하는 상상이 나를 되게 괴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사람으로서 상대를 대하는 느낌이 아니라 어떤 대상처럼 사물처럼 대하는 것을 물적 대상화라고 한다. 더 거칠고 더 상대에 대해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모욕, 인터넷 실명제나 처벌 강화로는 해결 어려워

사이버 모욕의 해결책으로 흔히 ‘인터넷 실명제’나 ‘처벌 강화’가 거론된다. 하지만 박기태 변호사는 “사이버 모욕죄 문제가 법의 미비라고 볼 수 없는 게,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활동한 사이버 모욕 가해자들은 대부분 처벌 가능하다. 문제는 사이버 모욕의 대부분이 페이스북과 같은 외국 SNS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사이트 가입 시 개인정보를 우리나라만큼 요구하지 않을뿐더러 모욕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이버 모욕죄를 만든다 해도 외국 사이트가 수사 협조를 잘 해주지 않는 상황 같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해결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온라인 소통 채널의 아키텍처(커뮤니케이션이 조직되는 방식)를 다르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사이버 모욕이니 연예인 사전 유출이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런 게 온라인의 어떤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이버 모욕 관련 단체를 설립하거나 관련 상담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사이버 모욕의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으며, 이 문제를 공동체적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으면 그 사각지대의 그늘이 우리를 뒤덮을 것이란 점이다.

사이버 모욕 신고 시 유의사항
아래는 피해자들과 박기태 변호사의 조언을 토대로 정리한 정보다.

고소가 능사는 아니다. 
고소로 성립이 가능한 사건인지 잘 살피고, 그에 비해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면 고소를 하지 않는 것이 덜 힘들 수 있다.

자료 수집 방법
고소를 결심했다면 자료 수집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모욕 댓글을 페이지 서버가 저장되는pdf 파일로 캡처해야 한다. 수사 때 그 캡처를 바탕으로 사이트에 수사협조요청을 해서 서버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그림파일 캡처는 증거 능력이 없다. 캡처를 하더라도 그 댓글이 나를 향한 모욕이라는 점을 분명히 입증해야 한다. 댓글에 대댓글이 달린 경우 욕만 캡처하면 안 되고, 본인 댓글부터 그 모욕 댓글까지 전부 다 캡처해야 한다.

신고가 어려운 경우
그런데 가해자가 게시물을 삭제했다면 고소할 수 없다. 또 가해자가 스스로 삭제하지 않더라도 디씨처럼 사이트 자체에서 게시물 삭제 주기가 빠른 곳은 수사 당시 서버를 볼 수 없어 수사할 수 없기도 하다. 반면 네이버나 다음은 게시물을 오래 저장해두는 편이다.

또 네이버, 다음처럼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적는 곳이 아닌 사이트도 고소가 어렵다. 특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해외 기반 사이트들이 그렇다. 해외에서는 애초에 모욕죄를 인정하지 않기에 웬만하면 수사협조를 해 주지 않는다. 일베는 우리나라 사이트지만 가입 시 개인정보 입력하지 않아서 신고가 어렵다.

처벌 확률을 높이는 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수사상의 어려움 때문에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하기 쉽도록 가해자 관련 신상을 미리 알아오도록 요청한다. 경찰들의 인력 소모도 너무 많고. 처리해야 하는 서류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링 등을 통해 가해자 관련 정보(꼭 가해자 이름이 아니더라도 주변 친구 전화번호나 학교 등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가서 처벌의 확률을 높여야 한다.

또 고소하기 전에는 고소하겠다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 최대한 주변의 도움을 받고, 치밀하게 고소 전략을 짠 뒤 고소를 넣은 뒤 말해야 한다. 막상 법적으로 고소가 성립이 안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증거 인멸을 하는 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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