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쩐의 전쟁>에서 주인공 서주희(박진희 분)는 빚보증 때문에 집안이 망했고 결국 사채까지 쓰기 시작했다. ⓒSBS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살만큼 살다 보면 주위에서 완전히 망한 가정을 보게 된다. 이른바 패가망신. 적당히 망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완전히 망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남의 집 처마 밑 생활도 쉽지 않은 경우다. 이런 경우 가장들이 원래 무능한 사람들일까?

아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재테크 등도 그렇고 유능한 사람들이 이런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IMF 외환위기 직후에 무수한 사람들이 다른 이유로 길거리에 내몰렸다.

돈을 적게 벌면서 많이 쓰고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살림살이가 어렵고 조그만 자기 집 하나 없어도,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정도로 완전히 망하지 않는 방법은 있다. 일부 내용은 우스갯 소리로 들어도 괜찮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음 6가지만 하지 않으면 된다.

첫째, 마약이다. 총칭해서 마약하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편이나 코카인 계통, 대마 그리고 흔히 히로뽕으로 불리는 메탐페타민을 비롯한 향정신성 의약품(psychotropic drugs) 등이다. 어느 것이든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빠져 나오기 어렵고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하다.

둘째, 경마. 경마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망한 사람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 번 빠지면 최소한 몇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날리고 난 다음에 손을 뗀다는 것이다. 그나마 손을 떼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셋째, 주식 투자. 주식투자는 자본주의의 기초다. 한 사람이 많은 자본을 한꺼번에 동원하기 어려우므로 여러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조금씩 모아서 회사를 차리라는 것이 주식회사제도의 취지와 목적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기자를 반 자본주의자라고 매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 주식투자가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다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에 비추어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보자는 취지일 뿐이다. 이른바 개미군단들이 어느 날 ‘깡통계좌’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고 경제법칙에 따라 나름대로 규율을 정해 놓고 투자하자는 것이다. 이미 앞선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넷째, 도박.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명절날 친구, 친지들이 모여서 심심풀이로 벌이는 화투나 카드게임 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카지노 등에서 재산 날리고 가정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TV에 자주 등장한다. 족벌신문사 사주 중에서 큰 도박으로 망신당하고 실형 받고 사회봉사 명령까지 이행한 사례도 있다.

다섯째, 정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권을 거치면서 정치가 많이 깨끗해졌다. 선거공영제와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으로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는 엄청나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지고 나면 사돈 8촌까지 망하는 게’ 선거였다. 심지어 이런 우스개도 있다. 2등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3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 선거(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선거와 대통령 선거), 고스톱 그리고 전쟁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평생 정치판만 따라다니던 정치지망생들, 특히 야당 판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몇 차례의 실패 끝에 다행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 국회의원 생활 하는 동안에는 지갑에 만원짜리 지폐 몇장 들고 다니다가도 그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면 거지(?)나 다름없는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아직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치는 돈의 위력이 크고 동시에 돈에 의해 정치활동이 제약받는 바람에 많은 능력 있고 깨끗한 정치지망생들이 정치에 발을 선뜻 들여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여섯째, 연대보증. 제일 난감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어려운 사정에 빠져 있는 친구나 친인척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절히 부탁해 오는데 거절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보증시스템도 문제다. 보증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보증’과 ‘연대보증’이다. 일반보증과 연대보증은 두 글자가 다르지만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고, 피해자가 될 때에는 상황은 더더욱 달라진다.

‘일반보증’의 경우를 보자.

가령 어떤 사람(A)가 은행(D)에서 2억4천만원을 빌렸고 친구(B)와 친구(C)가 (일반)보증을 섰다고 치자. 그런데 갚기로 한 날에 돈을 빌린 A가 분명히 재산이 있는데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돈을 빌려준 D는 먼저 A에게 경매 등 법적 조치를 취해 A의 전 재산을 먼저 처분해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

(일반) 보증인 B와 C를 상대로 먼저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 먼저 A를 통해 2억원 밖에 회수하지 못하고 4천만원이 남았다고 하자. 그러면 채권자 D는 나머지 4천만원에 대해서만 B와 C에 대해 각각 2천만원씩 채권을 회수할 있다. 이 경우 A를 ‘주 채무자,’ B와 C를 종 채무자로 부른다.

즉 일반보증의 경우는 채권자(D)가 우선 주채무자에 대해 먼저 채권을 회수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종 채무자 B와 C에 대해 부족분에 대해 균등하게 채권을 회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면 연대보증은 어떤가?

위와 똑 같은 조건으로 A가 은행(D)에게서 돈을 2억4천만원 빌렸고 친구(B)와 친구(C)는 ‘연대보증’을 설 경우, A가 약속한대로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자 D는 주 채무자 A와 종 채무자 B와 C를 구분하지 않고 A, B, C에 대해 한꺼번에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고 채권회수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판단되는 채무자를 골라서 아무에게나 빌려준 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

채권자(D)는 속된 표현으로 ‘꼴리는 대로’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종 채무자인 연대보증인 B와 C가 채권자(D)인 은행을 찾아가 “주 채무자인 A가 땅도 많이 가지고 있고 숨겨놓은 재산도 많이 있다”고 하소연하면, 채권자(D)인 은행은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것은 내 마음이다.” 그리고는 월급쟁이인 종 채무자 B와 C의 월급을 가압류하는 것이다. 채무자 B와 C는 법적으로 아무런 항변할 방법이 없다. B와 C는 나중에 친구인 A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일반’이냐 ‘연대’냐, 이 두 글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는 그냥 ‘보증인’으로 표기하면 ‘일반보증’이 되고, ‘연대보증’이 되려면 반드시 ‘연대보증(인)’으로 표기해야 한다. 반면, 상거래에서는 그냥 ‘보증(인)’으로 표현해도 무조건 ‘연대보증(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증이 무섭다. 하루 빨리 관련 법규를 바꾸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천민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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