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전에서 대패한 한국팀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월드컵앓이를 반기지 않지만 워낙 커다란 현상이라 관심마저 접을 수는 없다. 이번 월드컵은 SBS의 독점중계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잡음과 구설수가 잇따랐다. 결국 그리스전을 치룬 다음날 남자의 자격이 경기장면을 사용한 것으로 인해 월드컵 이후 송사가 벌어질 일이 생겼다.

엄격히 따지면 그 문제는 양 방송사가 알아서 치고받을 일이지만 실제로 누가 잘못을 했건 간에 여론은 SBS가 나쁘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법과 규정으로 따진다면 KBS는 아무 할 말 없는 처지지만 그만큼 SBS의 단독중계에 대한 국민시선이 곱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독중계에 따른 수익이 예상만큼 되지 않은 것인지 SBS의 무리수는 계속됐다. 월드컵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는 거리응원에도 돈을 내라고 몽니를 부린 것이다. 물론 요즘의 거리응원은 2002년과 같은 순수성은 많이 사라졌다. 월드컵을 기업홍보에 활용하고자 하는 상술이 먼저 점거해버린 거리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국민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철없는 짓이었다.

그 뿐아니다. 걸을 힘도 없어 보이는 박지성을 경기 직후 성급하게 인터뷰를 한 것이다. 이겨서 하는 것이라면 지쳐도 힘이 넘쳐나겠지만 대패로 인해 마음도 편치 않을 박지성을 그리도 급하게 인터뷰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SBS는 또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다. 그 이전에 왜 졌느냐는 질문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었다. 아르헨티나에게 진 어떤 팀도 그 이유를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강하다.

한 선수의 몸값이 한국대표팀 전부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객관적 전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가진 팀이다. 한국이 기대했던 것은 기적이었을 뿐이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전이 한국팀이 치룰 예선 모든 것이 아니었다. 아직 남은 경기가 하나 혹은 그 이상인 선수들에게 한 경기 결과에 매몰된 속 좁은 태도를 보인 SBS의 자세는 중계할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 꼴이나 다름없다.

승리의 인터뷰라면 그 자리에서 부둥켜안고 뛰어도 좋겠지만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에게 아무런 준비 없이 들이댄 마이크는 분노의 표적이 되었다. 사실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경기였고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SBS는 두 가지 결과에 대한 대처를 미리 준비하고 리허설까지 마치고 기다렸어야 한다. 설혹 국내에서 비난이 빗발치더라도 그 순간만은 선수를 격려하고 감쌌어야 방송의 바른 태도였다.

박지성 인터뷰에 단 한 마디의 격려나 응원이 없다는 점은 마치 욕하고 싶은 걸 겨우 참는 것 아닌가 싶었다. 박지성을 비롯해 한국팀은 반드시 이겨야 할 의무를 갖고 월드컵에 출전한 것이 아니다. 이기면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단독중계가 가져다 준 태만함 때문인지 SBS의 허술함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SBS의 거듭되는 악수는 부부젤라보다 더 짜증스럽게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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