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월 지방선거가 3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정당의 후보단일화카드가 등장할지 관심이다. 선거 막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합당하면서 '한국당은 청산의 대상이다'라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미 언론에서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선거 연대, 후보단일화를 할 거란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즉, 서울시장은 안철수, 경기도지사는 남경필로 얘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전 의원이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지원 의원은 "제가 알고 있기로 합당 전 안철수, 남경필 두 분이 두 차례 만났다고 했다"면서 "남 지사가 안 전 대표에게 '주적이 누구냐'고 물으니, 안 전 대표는 '문 모, 민주당이다. 홍 모, 한국당은 아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한 남 지사가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라고 했더니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남 지사가 보기에는 출마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바른미래당은 통합을 하면서 처음부터 국민을,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을, 그리고 국민의당 당원을 속이고 출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저는 그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건 아마 보수야합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그런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여당의 전략적 발언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연대가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란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면서 "바른미래당이 일단 제1야당을 주변화 시켜야 저희가 문재인 정권과 맞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건 자유한국당을 저희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어진 첫 번째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단일화 카드를 뽑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이어진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0~5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0%~20% 사이의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만든 바른미래당이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의 지지율 역시 10%대에 머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민주당에 미치지 못한단 얘기다. 물론 선거에서 후보의 경쟁력이 큰 변수로 작용하지만, 정당정치의 특성상 지지율이 높은 정당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지방선거 초반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자도생'의 길을 가겠지만, 선거 막판에 가면 단일화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1월 제주도청을 찾아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났다. (연합뉴스)

실제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단일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단초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제주도지사 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제주지역에서는 원희룡 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요구하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 지사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지난 10일 제주일보와 KCTV, 제주의소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 40.3%가 원희룡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잔류는 18.4%, 자유한국당 복당 의견은 12.7%였다. 제주 정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에게 무소속 출마를 요구하는 제주도민들의 민심이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촉발시키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리얼미터는 매일경제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원희룡 지사를 '무소속'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민주당 후보들과 오차범위내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 지사는 김우남 전 의원,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당 위원장, 장성철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위원장과의 가상 4자대결에서 40.3%로 1위를 기록했다. 35.7%의 김 전 의원과 4.6%p 차이다. 김 전 의원 대신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이 출마할 경우를 가정한 가상대결에서는 38.7% vs 36.8%로 1.9%p의 지지율 차이를 기록했다.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어려운 상황도 단일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안 전 대표 본인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이 존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야권분열' 카드로 바른미래당을 압박할 경우 두 당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지방선거가 외형적으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중 누가 보수재편의 주도권을 쥘 거냐는 제로섬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광역 선거구별로 단일화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고, 자유한국당은 야권분열의 이름으로 바른미래당을 누르면서 영남권 전승 석권을 노릴 것이다. 여러 전선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10일 하루 동안 제주도에 거주하는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7.2%,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제주도에 거주하는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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