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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들도 고다이라 나오에 환호하는가?[블로그와]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스포토리 | 승인 2018.02.20 12:22

이상화 선수를 누르고 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나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고다이라 나오에 열광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다이라 나오의 열정과 이상화와의 우정,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일본 선수. 그것도 한일간 경쟁을 펼친 일본 선수에게 한국인이 이렇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거의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일본과의 대결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져서는 안 된다. 우승을 하고 금메달을 따도 일본에게 지면 그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한일 대결은 언제나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경우 지배를 했던 입장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조금 다른 시각이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피지배국이었던 과거 속에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말이다. 스포츠는 국가 간 경쟁이자 개인의 치열한 대결이다. 그런 대결 속에서 승자와 패자는 엄연하게 갈릴 수밖에 없고 평가 역시 냉정할 수밖에 없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고다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이상화는 청소년 선수 시절부터 각광받은 스타 선수였다. 만 17세이던 시절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부터 출전한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서양 선수들이 지배하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그렇게 전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시아 선수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은 고다이라 나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당시 500m에서 12위에 입상했던 나오는 이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고다이라 나오가 얻은 최고의 성적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상화는 500m 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고다이라 나오는 5위에 입상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20대 후반의 나이로 더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고다이라 나오에게는 지원하는 업체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기업이 아닌 대학을 선택했던 고다이라 나오는 그렇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에서는 최고의 선수였던 고다이라는 개인 메달을 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기업의 후원마저 끊긴 상황에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와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때 고다이라에게 지원을 한 것은 그녀가 재활을 하러 다니던 아이자와 병원이었다. 그녀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훈련을 지원했다. 장기 출장의 형태로 그녀가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가노 출신 선수가 운동을 하고 싶은데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간단한 논리로 고다이라 나오를 년 천만 엔 이상을 지원한 아이자와 병원장이 있어 그녀의 성공은 가능할 수 있었다. 

소치 올림픽 후 네덜란드 유학 역시 아이자와 병원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지 못한 무명 고다이라 나오는 그렇게 뒤늦은 나이에 네덜란드 유학길을 떠났다. 낡은 아파트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조랑말이 유일한 친구였다는 고다이라는 그렇게 네덜란드에서 '성난 호랑이' 주법을 익혔다. 

2년 동안의 네덜란드 유학은 무명에 가까웠던 고다이라 나오를 세계적인 선수로 만들었다. 2016-2017 시즌부터 고다이라 나오는 이상화가 부상으로 주춤했던 스피드 스케이팅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다. 이후 500m 무패의 선수가 되었고, 기록 역시 언제나 최고였다. 

고다이라 나오는 그렇게 1000m 세계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일본팀의 주장으로 평창을 찾은 그녀는 비록 1000m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일본 역사상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의 나이 32살에 얻은 결과였다.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세계 최고 선수가 된 고다이라 나오의 최고 장점은 체력이라고 한다.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진 그 체력이 결국 경쟁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언제나 부상을 달고 산다. 그리고 재활을 반복하는 그들 세계에서 30대를 넘긴 선수는 노장이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고다이라 나오는 30대가 되어 세계 최고 선수가 되었다. 이는 그저 우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상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온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선물과 같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더 돋보이는 이유는 인성이다. 어려운 시절을 경험해 봤던 그녀에게 금메달과 같은 값진 성과가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패자의 아픔 또한 잘 아는 그녀는 마음으로 상대 선수를 품었다. 언젠가 부진한 실력으로 홀로 울고 있던 자신에게 찾아와 우승했던 이상화가 함께 울어줬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대회를 함께 뛰며 친해진 이들의 우정은 그렇게 단단해져 갔다. 이상화는 등장과 함께 스타였지만, 고다이라 나오는 한 번도 개인전 우승을 차지해본 적 없었다. 나이는 3살 어리지만 세계적인 선수인 이상화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목표도 세웠던 그는 전설이었던 이상화를 이긴 후에도 우월해 하지 않았다. 우월감 대신 울던 이상화에게 두 팔을 벌려 안아주며 여전히 존경하고 있다고 말한 고다이라 나오에게 열광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일전 결과에서 한국의 패배, 승자가 된 일본인에게 한국인이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시대가 변한 탓도 있겠지만, 고다이라 나오가 보인 성숙한 태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상화 선수가 경기에 방해 받지 않도록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후에도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려 환호를 멈춰 달라고 부탁하는 선수의 품격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 나오가 올림픽신기록을 세운 후 관객들이 환호하자 조용해달라는 행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 12년 동안 단 한 번도 개인 수상을 하지 못한 선수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그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마음껏 포효하고 즐거워해도 좋을 그 순간 고다이라 나오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왔던 영원한 우상이자 라이벌이 된 이상화를 위해 절제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후에도 국기 세레머니를 하다 멈춰 선 채, 눈물 흘리는 이상화를 안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들의 모습은 왜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했는지 다시 알게 해준다. 결과가 중요한 스포츠 경기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우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과정이 만들어준 감동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았다. 기업 후원이 사라진 최악의 상황에서도 진정한 열정을 가진 고다이라 나오는 병원의 지원을 받으며 스피드 스케이트 역사를 바꿔 놓고 있다. 그럼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고다이라 나오는 충분히 환호 받을 자격을 갖췄다. 스포츠 스타의 품격은 자신에게 냉정하고 경쟁자에게 관대한 그 마음에서 나올 것이다. 

승부는 냉정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보이는 태도 하나하나가 그의 인격을 그대로 품어내고 있었다. 인터뷰에서도, 빙상 위에서 행동도 모두 스포츠 스타로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모든 것을 갖췄다. 일본 금메달리스트이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독한 절망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고다이라 나오의 삶은 하나의 투쟁기와 같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진정성 하나로 버티며 노력한 자의 승리. 그 승리에 모두가 열광하는 것이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스포토리  jhjang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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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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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 2018-02-27 10:36:39

    좋은 선수들에 걸맞는 좋은글이네요
    읽는 내내 저도 같이 행복해졌습니다~~   삭제

    • 한량 2018-02-26 10:38:22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겸손함과 따듯한 인품이 느껴지는 훌륭한 선수였다.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낸 그녀의 삶 또한 스포츠 정신의 백미였다.   삭제

      • 멋짐 2018-02-22 03:30:37

        멋진 글입니다. 글 보면서 울컥했네요. 앞으로 이런 좋은 글을 쓰시는 기자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 풍류 2018-02-20 16:31:47

          굉장히 멋진 글입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경쟁상대인 일본 선수지만 왜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지, 이를 너무나 잘 드러내는 감동적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님께서 자기소개? 에 쓰신 내용도 너무 멋집니다.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진선미를 표현해주는 이런 글, 많이 써주시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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