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도 천안함의 실체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군 당국도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 징후를 알았다는 전제하에서 일명 ‘밥통’들의 문제를 정리하는데 그쳤다. 초점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공격설이며 해군을 비롯한 군 지휘라인의 문제로 좁혀졌다.

▲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감사원 박수원(왼쪽) 제2 사무차장이 10일 오후 서울 감사원 브리핑룸에서 박시종(가운데) 행정안보감사국장, 정상우(오른쪽) 행정안보국 제5과장 등 참석자들과 발표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박 제2사무차장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감사결과 전투 준비, 대응 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군 주요 지휘부 25명을 적발, 징계 등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국방부에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밥통’이라는 비난은 잠수정 전문가이자 예비역 대령인 미하일 보른스키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던지며 "대잠 초계함인 천안함이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고 그랬는데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한국 해군은 밥통"이라고 비난한 데서 유래했다.

감사원이 밝힌 군 당국의 초기 대응은 총체적 부실이었다.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사고 3일전 ‘북 잠수정 정보’를 전달받고도 무방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또한 2함대사령부는 천안함으로부터 3월 26일 밤 9시 29분께 사건 발생 보고를 받고서도 해군작전사령부에는 3분 뒤에 보고했다. 사건 발생 시각도 오후 9시 15분에서 45분으로 임의로 수정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반잠수정의 소행이라는 속초함의 보고는 새떼로 둔갑돼 보고됐다. 여기에 비상상황 발생시 소집해야할 국방부의 위기관리반은 소집되지 않았으며 열상관측장비(TOD) 동영상을 짜깁기해 공개했다고 감사원은 밝혀냈다.

감사원이 밝힌 총체적 부실의 정황들은 11일자 조간신문들의 한 면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발표에도 남는 의문들은 여전하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해 감사원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우선 천안함 침몰 직후 인근 해역에 출동한 속초함이 추격해 조준 사격한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다”며 “감사원 공식 입장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부연설명을 통해 반잠수정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지적했다.

천안함의 총체적 진실 중에 군의 총체적 부실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며 또한 반드시 밝혀내야 할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감사원도 총체적 진실의 핵심인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해 북한 가능성에 무게를 뒀을 뿐 입을 다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군의 부실대응 문제점을 일부 찾아냈지만 그것보다는 핵심 쟁점에서 비켜서서 사건을 봉합하려는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앞선다”고 감사원 감사 결과를 평가했다. “이번 감사는 사건의 실제와 책임소재를 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의문점과 미해결의 과제들을 남겼다”는 것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보다는 봉합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조중동은 대북 대응태세를 위한 전면적 군 쇄신을 강조했다. 엄한 문책이 전제됐다. 군의 쇄신은 봉합을 위한 전단계로 된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정연주 전 사장을 KBS에서 몰아내는데 역할을 톡톡히 했던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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