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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막내 방송 작가들의 6주[방송계 '을'의 오늘] ④ 심부름이라는 관행이 모여 갑질이 된 사연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2.06 08:14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1월 24일. 한 방송작가의 고백은 방송계 전반에 숨어 있었던 갑질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그 대상이 사회 정의와 적폐청산을 외쳐온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와 뉴스타파 ‘목격자들’이어서 파장은 더 컸다.

인니라는 닉네임의 방송작가는 위 방송사에서 막내작가로 일하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일했다. 특히 그알에서는 주로 커피 심부름 같이 막내작가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SBS)

스포츠조선은 ["내부폭로" 그런데말입니다, '그알'PD들은 침묵했습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그알 PD들과의 접촉 과정을 밝혔다. 기사에서 대부분의 PD들은 사과나 책임 인정이 아니라 ‘홍보팀에 문의’ ‘CP에 물어봐라’ ‘연락 두절’ 등으로 대응했다. 과연 실제 그알 막내작가들의 삶은 어떨까.

미디어스는 인니와 전직 그알 막내작가 2명, 그알 방송 스텝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막내작가들에게 그알은 꿈의 직장이었다. 한 방송작가는 “그알은 인지도가 높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소문난 곳이다. 매 회가 이슈가 되기도 한다. 기자로 치면 JTBC 같은 이미지다. 꼭 일해보고 싶은 곳”이라며 “막내작가의 시작을 그알에서 하고 싶어 하는 지망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알에서 일하고 나서 작가들이 겪는 감정은 정반대였다. 인터뷰에 응한 작가 모두 “다시는 그알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의 공통적 키워드는 ‘심부름’ ‘지옥’ ‘모순’ 이었다. 취재에 응해준 작가들은 SBS의 제보자 색출을 우려했기에 근무 기간은 밝히지 않고 익명 처리를 전제로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막내작가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려있다(게티이미지뱅크)

① 1주차 아이템주 - “그알이요? 꼭 한번 일해보고 싶은 꿈의 직장이었죠”

그알은 팀 단위로 운영된다. 7개의 팀이 운영 중이며, 각 팀은 평균 6주의 준비를 거쳐 한 회 방송을 만들어낸다. 각 팀은 1명의 PD, 조연출 1명, 메인 작가 1명과 막내작가 1명으로 구성된다. 편집 5주차에는 추가 지원 인원이 붙어 10여 명 정도가 함께 근무한다,

6주는 ‘아이템 1~2주차’ ‘촬영 3~4주차’ ‘편집 5주차’ ‘휴가 6주차’로 이뤄진다. 첫 주에는 주로 취재 아이템을 찾는다. 2주차는 아이템 확정 및 취재방향 모색, 3~4주차에는 본격적인 촬영에 나선다. 5주차는 촬영 내용을 편집하고, 6주차에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갖는다.

1주차는 유일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주다. A씨는 “1주차에는 10시 즈음 출근해 7시에 퇴근한다. 주말도 쉴 수 있다. 보통의 직장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막내작가의 주 업무는 인터뷰 섭외, 전문가 취재, 제보 전화 응대, 기사 및 자료 스크랩, 홍보문 작성 등이다. 취재 전반에 대한 업무를 맡기에 타 방송사에 비해 일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일을 할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막내작가에게 당연하게 부여되는 사소한 심부름은 본연의 업무를 방해했다.

SBS 사옥

② 2~5 주차 지옥주 - “지옥주, 우리가 가사도우미 인가”

심부름은 관행을 만들었다. 그 관행은 막내작가를 향한 갑질이 됐다. 모든 일이 막내작가에게 몰렸다. 업무와 상관없는 도시락 배달, 식사 전 후 정리, 커피 심부름 같은 잡일이 주를 이뤘다. A씨는 “작가가 해야 할 일도 산더미다. 문제는 심부름 때문에 일의 흐름이 끊기고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째는 식사 심부름이다. 팀원들의 도시락 배달은 막내작가의 몫이었다. 배달에서 그치지 않는다. 막내작가는 도시락의 포장을 뜯고 수저를 준비해야 한다. 일부 팀에선 컵라면을 좋아하는 PD를 위해선 손수 컵라면 물을 받아서 ‘대령’해야 한다. B씨는 “식사 전반의 준비는 막내작가가 다 한다. 우리가 가사도우미인가”라고 주장했다. 

그알 방송 스텝으로 있었던 D씨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처음 그알에 들어가 밥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PD는 막내작가에게 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가끔 ‘정상적인’ PD는 자기 일을 막내작가에게 심부름 시키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밥을 먹고 나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 막내 작가도 일이 있다. 팀원들이 먹은 도시락을 치워야 한다. C씨는 “팀 마다 다르지만, 우리 팀원들은 먹고 나서 그대로 일어섰다. 한 치의 망설임이나 미안함이 없다. 치우는 건 당연히 막내 작가의 일이니까. 모든 도시락을 분리수거해야 나의 식사 시간이 끝난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막내 작가의 주 업무는 인터뷰 섭외, 전문가 취재, 제보 전화 응대, 홍보문 작성이다. 

C씨는 "막내가 도시락 사올 수도, 치울 수도 있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자발적으로 해주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그런 업무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들의 행동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커피 심부름도 일상이었다. 3명의 제보자 모두 커피를 사온 적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커피 심부름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의 대부분 막내작가가 사온다. 당시에는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인식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 와서 생각하건데, 그알에 있는 동안 작가를 왜 시작했는지 까먹고 있었다. 심부름 같이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목적을 잃은 것“이라고 전했다. B씨와 C씨는 ”그알 막내작가의 주 업무는 심부름“이라고 말했다. 

D씨는 “막내작가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려있었다. 원래의 업무에 심부름까지 더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를 당연하게 느낀다. ‘막내작가가 하지 않으면 누가 심부름을 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막내작가들은 심부름이란 관행에 익숙해져갔다.

그것이 알고싶다 작가들은 사무실에서 자는 일이 허다하다(게티이미지뱅크)

많이 자야 하루 4시간...내상 입는 기분 들어

심부름보다 더 심각한 건 근무 환경이었다. 지옥주에는 작가들의 근무 조건이 최악이 된다. A씨는 “지옥주인 4주 동안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밤을 새는 날도 많고, 정말 많이 자면 4~5시간”이라고 말했다. C씨는 “집에 가 씻는 시간도 아까워 목욕바구니를 회사에 두고 있는 작가도 있었다”고 전했다. 

4주 동안 연속적으로 업무가 이어지는 사이 막내작가의 몸 상태는 악화된다. B씨는 “생리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동료 중에 생리가 멈춘 사람도 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옥주에는 눈치가 보여 병원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으면서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씨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내상을 입는 기분이다. 메인작가는 PD가 일하고 있을 때 잠시 눈 붙여라고 말한다. 자리에 앉아서 자란 말이다. 할 말이 없었다. 각종 업무와 심부름에 시달리는데 마음 편히 쉴 막내작가가 몇이나 있나”라고 지적했다.

계명대 최종렬 사회학 교수는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위계적 조직문화가 현재의 막내작가 처우를 만들었다. PD들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계 전반에 깔린 관습인데,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그것이 알고 싶다 구성원들이 그런 습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문제다. 시청자가 알고 싶은 건 미스터리나 사건고발이 아니라 이런 일상의 문제들”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막내작가들의 주 업무는 심부름 뿐이었다(게티이미지뱅크)

③ 5주차 편집주 - PD님 배고프시면 안 되니...

5주차에는 그동안 진행했던 취재와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한다. PD들의 예민함도 극에 달한다. 이때 막내작가는 PD들이 배고프고 목마르면 안 되니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편집주가 찾아오기 전 장을 봐야 한다. 주로 PD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다. 즐겨먹는 컵라면, 음료, 과자 등을 간식통에 채워 편집실에 준비해야 한다. B씨는 "그알 막내작가들은 PD의 간식 취향까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컵라면 ○○음료 ○○과자 같은 것들이다. 구체적인 제품 명, 수량까지 암기해야 한다. 지금도 그 리스트를 잊지 않고 있다“고 회상했다.

A씨는 “편집주에는 PD가 상전이다. 간식은 왜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게 이상한 일이다. 막내작가의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다른 곳에서도 막내 작가를 해봤다, 그런데 그알은 유독 심했다. ‘이렇게 까지 해줘야 하나’라는 의문이 항상 들었다”고 말했다.

PD들의 개인 심부름도 이어진다. A씨는 “PD가 사용하는 편집실 청소 같은 개인 심부름도 막내작가의 몫이다. 조연출을 불러 프로그램을 켜달라고 하기도 한다. 다른 팀에는 자기가 클릭만 하면 되는 건데, 꼭 조연출을 부르는 PD도 있었다”고 밝혔다.

C씨는 “편집주에는 ‘내 업무가 뭔가’라고 자문한다. PD들 간식 챙겨주는 일이 주가 된다. 그냥 PD 수발을 들어주는 주”라고 전했다. 이어 “PD이 편집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이해한다. 하지만 새벽에 갑자기 불러 ‘뭐 먹고 싶으니까 사와’ 이런 식으로 막내작가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말했다. 방송스텝으로 있었던 E씨는 “편집주때 PD는 매우 예민하다. 그만큼 심부름도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PD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건 불가능이었다. C씨는 “그알 작가들은 다른 방송으로 가기 유리하다. 시청률 잘 나오고 힘든 환경인걸 알기 때문이다. PD랑 관계를 잘 맺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A씨는 "막내작가들은 대부분 계약서를 구경조차 한 적도 없다. PD의 나가라는 말 한마디면 해고되거나, 팀을 나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그알 팀을 떠난 막내작가들이 몇 있었다"고 밝혔다. 

D씨는 막내작가 채용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막내작가는 PD가 직접 선택해서 채용한다. 심부름을 거절했다간 바로 잘릴 수 있다. 심부름을 거절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1083회 방영분, 장시간 노동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SBS)

④ 6주차 휴가주 - 모 PD "난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막내작가 뽑을거야"

휴가주는 7일을 온전히 쉰다. 28일을 단 하루의 휴무 없이 몰아서 일하고, 7일을 몰아서 쉰다. 그렇게 지옥 같은 6주가 지나간다.

취재에 응한 막내작가들은 글이 좋아서 작가를 지망했다. 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만들어낼 거란 꿈이 있었다. C씨는 “기자가 기사로 말한다면, 작가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 작가라는 직업의 이상을 보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알은 작가라는 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C씨는 “그알 막내작가를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작가가 아니라 다른 일 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알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그알은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싫다.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B씨는 자존감과 자괴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방송일은 보람 때문에 한다. 힘들어도 돌아보고 나면 보람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알에 보람은 없다. 자괴감이 더 크다. 그때를 회상하면 일에 떠밀려 숨죽인 기억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라고 전했다.

제보자들은 그알에서 막내작가로 일하고 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적으로 한 가지라고 전했다. “체력이나 눈치는 있겠네” 막내작가는 그알을 거치면 작가 역량이 아니라 인내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PD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C씨는 “모 PD는 막내작가 뽑을 때 ‘목소리 상냥하고, 나긋나긋 부드러운’사람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해당 발언이 문제라고 인식 하지 않을 정도로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PD가 선호하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사람은 작가 업무와는 연관성이 없다.

그것이 알고싶다요? 역겨워요

제보자들이 바라보는 그알은 ‘모순’이었다. A씨는 “그알? 역겹다. 사회정의, 적폐청산 이야기하는데 웃기기만 하다. 본인들이나 내부에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C씨는 “1083회 인간 ‘무한요금제’의 진실 - 과로자살의 시대라는 방송이 있었다. 그걸 보고 코웃음 쳤다. 그알의 막내작가들의 환경이 방송과 뭐가 다를까”라고 말했다. 

D씨는 “근로자 처우에 대한 방송이 나가면 우리 생각부터 난다. 정작 내부의 우리가 죽을 것 같고 힘들다. 그런 문제들을 PD가 알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알에 바라는 점은 단순하다. ‘갑질 하지 마세요’ A씨는 “최소한의 심부름만 하지 않아도 막내 작가 일은 할만하다. 제발, 심부름 좀 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도 “그냥 한마디만 하겠다. 갑질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C씨도 “그냥 상식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세명대 정연우 교수는 “부당한 갑질 대우가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늘 정의를 이야기하는 단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될 일”이라며 “작가를 고용할 권한이 PD에게 있기에 개별 대응은 어려울 수 있다. 방송 관계자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SBS는 인니의 폭로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그알 PD는 “김기슭 CP에게 입장을 전달했으니 그쪽에 물어봐라”고, 김기슭CP는 지난달 30일 ‘회의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는 문자 이후 현재까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홍보팀은 “작가 및 보조작가의 처우 문제를 포함하여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SBS PD나 홍보팀의 명확한 사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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