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지방선거의 후폭풍은 완패한 정부여당에게만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야권연대를 위해 경기지사 후보에서 사퇴한 심상정 전 의원과 서울에서 끝까지 완주한 노회찬 대표가 속한 진보신당이 홍역을 앓고 있다.

6․2지방선거의 결과는 진보신당에게 최악이다. 심상정의 지지선언은 유시민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고 완주한 노회찬은 한명숙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다.

심상정이 몸을 던졌지만 나타난 결과는 왜 초라한지 그리고 노회찬은 왜 완주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명 ‘폐족의 귀환’에 대해 몇 마디 해야 할 것 같다.

▲ '폐족'으로 몰렸던 '친노'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왼쪽부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 ⓒ 유성호 오마이뉴스

한나라당의 완패라고 하는 이번 선과 결과를 보면 친노 세력은 부활한 것으로 보인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은 경남도지사에, ‘노무현 대통령의 좌희정 우광재’가 각각 강원도지사,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더 이상 벼슬길에 오를 수 없을 것 같았던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중앙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노무현 경호실장이라고 불렸던 유시민은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은 석패했다. 하지만 그 위세는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조선일보식 표현에 따르면 ‘지방 권력 잡은 민주당, 재집권 시험대에 오르다’로 정리될 만큼 친노 인사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이런 정황 속에서 진보신당은 승리의 결과물이 아니라 패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나라당 완패의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에게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그 동안 잘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찾은 것이지, 당선된 인사들이 그 동안 잘해왔기 때문에 그들을 찍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선거는 집권여당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책임을 묻는 심판의 성격을 갖는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맡겨 봤지만 잘한 게 없었다는 얘기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재임에 성공한 오세훈과 김문수는 예외일 수 있다.

2007년 대선으로 돌아가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의 책임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실정에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실정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라는 외피를 뒤집어쓰고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괴물의 출현엔 다 이유가 있는 법, 이명박 정부 탄생과 실정은 참여정부에게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

선거가 끝난 후 당선된 친노 인사들은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하지 않는다. 선거 과정에서는 지역 인물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아닌 민주당에서 출마한 안희정은 “충청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재는 “강원 도정을 잘 이끈 뒤, 그 경험을 살려 10년 뒤에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광재 당선에 북풍에 대한 역풍이 적지 않게 반영됐다.

김두관의 경우, 친노의 부활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친노 부활이라는 평가에 대해 “지난 정부의 5년간 국정운영이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평가 절하된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한 아쉬움에서 많은 국민이 이번에 지지해준 것일 뿐”이라며 “부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선 후 고 노무현 대통령 묘를 찾은 그이지만 참여정부의 공적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노무현만 끌어안고 있으며 실정에서 비롯된 친노의 부정적 이미지가 드리워지는 것은 차단했다.

참여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 부정됐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친노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부정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정치 선거판에서 통할 문법이 아니겠지만 진정한 친노였다면 자신들의 실정에 대해 그리고 이명박 정부 탄생의 책임에 대해 통감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반성은 누락됐다. 그래서 그들을 친노라고 규정해서는 안된다.

이는 심상정의 지지선언에도 실패한 유시민을 이해하기 위한 맥락이며 또한 경기도지사 선택을 포기한 무효 18만표와도 연결된다. 18만 무효표는 이례적으로 드문 일이다. 사퇴한 사실을 몰라 심상정을 찍었을 수도 있고 사퇴한 사실을 알고도 심상정을 찍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지지세력을 유시민으로 향하게 했으나 심상정의 지지세력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결국 사퇴가 사표를 양산한 셈인데 반성의 결여가 한몫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하기 힘들다.

완주한 노회찬도 마찬가지다. 그와 그의 지지자들에겐 반성이 결여된 한명숙은 오세훈과 차이점이 없었을 것 같다. 노회찬을 완주하게 한 것은 노회찬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 승리한 친노라고 볼 수 없는 친노들은 자신들이 언제나 이명박 정부에 의해 부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성이라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은 민주당이 합당을 제안해 오자 DNA가 다르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DNA가 다른 심상정은 유시민을 위해 사퇴했다. 누구를 욕해야 하는가? 진보신당을 겨눈 비난의 화살을 반성 없는 친노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 '괴물 정권의 책임이 저희들에게 있다. 통감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말 한 마디 없는 건 너무하지 않는가? 그건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치의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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