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수원)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로 한동안 탄탄한 입지를 다졌지만 부진한 경기력에 고개를 숙였던 그가 허정무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다시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선배' 곽태휘(교토)의 부상으로 '대체 자원'으로 엔트리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간 부진했던 모습을 씻겠다는 각오만큼은 남달라 보였습니다.

강민수는 31일, 벨라루스전에서 왼쪽 무릎 부상으로 낙마한 곽태휘의 대체 자원으로서 월드컵 엔트리에 발탁됐습니다. 이로써 강민수는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를 하루 앞두고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월드컵 개인 첫 출전의 꿈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A매치 출전 경험이 31회에 달해 중앙 수비 자원 가운데 가장 많은 강민수는 현 대표팀 수비 자원들과 많이 손발을 맞춰보며 호흡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7 아시안컵 때 김진규와 전경기 풀타임을 뛰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던 강민수는 월드컵 최종예선 때도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그 덕에 한동안 허정무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선수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 볼다툼 벌이는 강민수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하지만, 제주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뒤에 강민수는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부진을 이어갔습니다. 혼자 겉도는 듯한 플레이와 실수가 잦아 주전으로 뛰지 못한 경기도 있었습니다. 결국, 부진한 경기력은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며 최하위로 처졌고, 대표팀까지도 영향을 미치며 30명에서 26명으로 규모를 줄일 때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곽태휘의 부상으로 중앙 수비 자원이 한 명 부족했던 허정무 감독은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그래도 기존 선수들과 많이 호흡을 맞춰 본 강민수에게 결국 최종적인 기회를 줬습니다. 부진 때문에 다소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경험적인 측면에서 강민수를 믿고 맡겨보자는 허정무 감독의 판단이 앞섰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덕에 강민수는 생애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발표 바로 다음날인 오늘 오전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조용형, 이정수 등 동료 선수들과 아무리 호흡을 많이 맞춰본 선수라 할지라도 강민수는 '경기력 논란'을 잠재울 만한 무언가를 보여야 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일단 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출전한 컵대회에서 강민수는 이전보다 나아진 기량을 보이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특히 지난 29일에 열린 강원과의 컵대회 2라운드에서는 결승골을 뽑아내며 '골넣는 수비수'의 본능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엔트리 탈락 후 오히려 달라진 모습을 흐트러짐 없이 대표팀에서도 보이는 것이 강민수가 꼭 보여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강민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표팀 수비진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강민수의 경기력이 좋아진다면 곽태휘의 공백을 확실히 메우면서 허정무 감독이 중앙 수비 전력을 만드는데도 큰 차질 없이 다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고치지 못한다면 중앙 수비 자원 운영의 한계에 부딪혀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현재 조용형, 이정수, 김형일이 버티고 있지만 김형일의 A매치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이정수 역시 부상이 잦아 언제 어떻게 다칠지 몰라 강민수의 활약이 매우 절실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과연 수비진 운영에 강민수가 숨통을 트게 하는 역할을 해낼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자동문'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기 위해 정말 뭔가를 보여야 하는 강민수. 독일월드컵 이후 핌 베어벡 전 감독, 허정무 현 감독의 신뢰 속에 주축 수비수로 커 나갔던 자신의 진가를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꼭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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