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이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IDS홀딩스 사건은 김성훈 IDS 대표가 홍콩 FX마진거래, 오퍼튠, 미국 셰일가스에 투자하겠다며 1만2000여 명으로부터 약 1조1000억 원을 빼돌린 대형 사기사건이다. IDS홀딩스가 이러한 사기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후에는 정관계가 있었다. IDS홀딩스 관련 정관계 세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IDS홀딩스를 철저하게 비호했다.

▲1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에서 IDS홀딩스 정관계 연루자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집회 참가자 제공)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 앞에서 IDS홀딩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IDS홀딩스에 연루된 정관계 비호세력을 규탄하고, 법원에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IDS비대위는 IDS홀딩스 사건 후 자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피해자 37명의 넋을 기리는 상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IDS비대위는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와는 다른 구성원들로 이뤄진 피해자 단체로 지난해 말부터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정은희 IDS비대위원장은 "수년 동안 사기꾼에게 당한 것도 모자라 정관계가 연루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IDS홀딩스를 본보기로 삼아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왼쪽)과 변웅전 전 의원. (연합뉴스)

경대수·변웅전에 전직 보좌관까지

IDS 김성훈 대표는 지난 2014년 9월 사기·유사수신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당시 그가 피해자들로부터 수신한 금액은 672억 원의 큰 규모였다. 그러나 법원은 김 대표를 구속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9월 검찰은 IDS홀딩스를 압수수색하고 김성훈 대표를 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미디어스는 관련 취재를 이어가던 중 IDS홀딩스 창립 7주년 홍보동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영상에서 유명인들이 등장해 IDS홀딩스 창립기념일을 축하했는데, 이 가운데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과 변웅전 전 의원이 등장한 것이다. 단순한 축하인사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이상한 점은 더 있었다. IDS홀딩스 고문변호사가 바로 경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조성재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IDS홀딩스와 경대수 의원, 조성재 변호사의 연결고리에는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가 있었다. 유 씨는 경 의원과 초등학교 1년 선후배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당시 유 씨는 기자에게 "경 의원이 친한 친구라서 영상 촬영을 부탁한 것"이라면서 "조성재 변호사도 내가 부탁해 데려왔다"고 털어놨다. 변웅전 전 의원도 유 씨의 소개로 IDS홀딩스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 씨는 "변 전 의원과는 27년 호형호제 하는 사이"라면서 "내가 자유민주연합 후원회장을 했었는데, 그 인연으로 알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IDS홀딩스 현금장부에서 IDS홀딩스가 변웅전 전 의원에게 3억3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변 전 의원은 6월에 1500만 원, 7월에 3억1500만 원을 IDS홀딩스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 전 의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자에게 "나는 IDS홀딩스를 모른다"고 답했다. 기자가 재차 장부에 변 전 의원의 이름이 있다고 묻자 "손님들이 와있다. 나중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미디어스가 변웅전 전 의원의 금품수수 사실을 보도한 직후 IDS홀딩스에 대한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김성훈 대표가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라는 회사를 세워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제보였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의 등기부 등본에서는 또 다른 단서가 발견됐다. IDS홀딩스가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이 회사의 사내이사가 변 전 의원, 사외이사 겸 고문변호사가 조성재 변호사였던 것이다. 경대수 의원, 변 전 의원이 IDS홀딩스 홍보영상에 등장한 것이 단순한 인간관계에 의한 출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복수의 피해자들은 IDS홀딩스로부터 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김성훈 대표는 법원의 지급명령에 대부분 이의를 제기해 피해자들이 변제를 받을 수 없도록 막았는데, 유독 D법무법인을 통해 소를 제기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자신에게 제기된 지급명령을 일일이 확인해 이의 제기 여부를 체크해 조성재 변호사에게 보냈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이상한 점은 D법무법인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이인제 전 의원이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전직 도로공사 고위간부, 불법대출로 실형을 살았던 전직 저축은행 은행장, W은행 지점장 등이 자신의 피해금을 돌려받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석연치 않은 검찰…이틀에 한 번 출정나온 김성훈

검찰의 수사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검찰은 2016년 9월 김성훈 대표를 구속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피의자(김성훈)에 대한 유죄확정 판결 직후 압수수색 실시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등 신속한 수사로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면서 "실질적 피해회복에 기여했다. 사무실 금고에서 현금 209억 원을 압수하고, 피의자 명의 계좌에 보관된 피해금 681억 원을 지급정지 조치해 총 890억 원 상당의 피해금을 확보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그러나 검찰의 이러한 발표에 피해자들은 분노했다. 김성훈 대표는 이미 지난 2014년 9월 672억 원 규모의 사기·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당시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피해가 1조 원대까지 늘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늑장수사가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김성훈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김 대표는 지난 3~4월에 걸쳐 이틀에 한 번 꼴로 검찰청으로 출정을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스는 김 대표가 방수부 김 모 검사실에서 전화통화를 자유롭게 하기도 했고, 부인을 만나고, IDS홀딩스 관계자들과 함께 초밥을 먹기도 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했다.

이 같은 상황은 김성훈 대표의 '구치소 동기'인 한 모 씨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씨는 웅산홀딩스의 대표로 구치소에서 다른 사기 사건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가 김 대표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한 씨가 갚지 못한 사기금 1억 원을 대신 갚아주고 한 씨를 구치소에서 내보내줬다. 한 씨는 김 검사를 잘 안다고 자랑하듯이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의 업무수첩에는 김성훈 대표가 "구치소 방 동기에게 의탁했고, 서울지방검찰장에게 의탁해서 구치소 접견시 통화를 허락했다. '방산비리' 큰 사건을 물어주고 입장을 봐서 보석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내용은 정치권 브로커 역할을 했던 유 회장이 IDS홀딩스 모 지점과의 미팅 자리에서 직접 얘기했던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한 씨 측에서 '투스타' 퇴역 장성을 김 검사에게 연결했었다는 후문이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 업무수첩 일부. ⓒ미디어스

사건 초기에 압수했던 휴대폰을 반출한 것도 문제다. 김성훈 대표는 재판과정에서 중국의 금융그룹 화룡에서 대출을 받아 피해금을 변제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화룡 측 관계자들이 구치소에 있는 김 대표를 찾아 면담을 하기도 했고, 실무적인 절차가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마지막에 생겼다. 김성훈 대표는 해외에 잔고 57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화룡에서 잔고 확인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 대표의 변호인단은 증거품반환을 정식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정에서 압수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런데 당시 사측에 속고 있던 피해자들은 검찰로 몰려가 김성훈 대표의 휴대폰을 돌려달라며 집단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압력에 이기지 못한 검찰은 압수수색 기록에 1호 증거품으로 등재돼있는 휴대폰을 IDS홀딩스에 돌려줬다. 이 휴대폰은 조성재 변호사의 손을 거쳐 김 대표를 석방시키기 위해 각종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K씨, 김 대표의 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예 모 이사를 거쳐 김 대표의 부인에게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 휴대폰에는 정관계 로비 관계도 들어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됐던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인사청탁 사건의 증거가 이 휴대폰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검찰이 이 중요한 증거자료를 외부로 반출했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절차는 밟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휴대폰의 꼭 필요한 내부 자료가 필요했다면 USB에 담아서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검찰이 인사청탁 사건을 2016년 미리 알고도 1년이 지난 지난해 9월에서야 공개했다는 의혹도 있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브로커 유 씨와 결탁해 구은수 전 청장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한 자료 중 김성훈 대표의) 휴대폰 내용에 (구은수 사건)이 나오고 하다보니, 당시 김성훈을 수사하던 검찰이 무마시켜줬다"고 밝혔다. 기자가 "유 씨가 손을 썼다는 얘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IDS홀딩스 2인자로 불린 유 모 지점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검찰이 검사구형을 준비해오지 않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이세진 검사는 최후 논고와 구형 의견을 밝히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잊었다"고 말했다. 유 지점장은 IDS홀딩스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3000억 원 대의 대규모 사기행각을 벌였는데, 검사가 구형을 준비해오지 않은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IDS홀딩스 지점장들과 이사 등 15명의 사기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들의 돈을 실수로 잃게 한 것에 대해 왜 법이 처벌하지 않는지 저도 답답하다"면서 "이 사건은 1심으로 끝나지 않기에 피해자들이 단결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미디어스가 확보한 검찰 수사기록에서는 지점장들이 조성재 변호사와 일일이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유사수신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 받았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IDS홀딩스 인사청탁 받은 경찰

경찰도 자유롭지 않다. 김성훈 대표가 구은수 전 청장을 통해 자신과 친분이 깊은 경찰을 담당 경찰로 배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4년 김 대표는 회장 유 씨를 통해 윤 모 전 경위에 대한 인사배치를 요청했다.

유 씨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보좌관 김 모 씨에게 현금 3000만 원과 함께 윤 씨의 인사를 청탁했다. 김 씨는 다시 구은수 전 청장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인사를 청탁했다. 실제로 윤 씨는 강남서에서 IDS홀딩스를 관할하고 있는 영등포서 지능팀으로 발령되고, 경위로 진급했다.

김성훈 대표가 대위변제를 맡겨 2차 사기를 주도했던 한 씨의 주변에도 경찰이 있었다. 지난해 4월 경 한 씨와 함께 일했던 주변인들에 따르면 한 씨는 룸살롱을 수차례 다녔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경찰 한 명이 동석했다고 한다. 부천 W서에 근무하는 허 모 경위다.

허 경위는 룸살롱에 들어서면서 한 씨에게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한 회장이 불러서 왔다. 한 회장이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와야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한 씨가 경찰 최고위급관계자를 통해 허 경위의 인사를 청탁하려고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한 씨는 경찰 최고위급관계자와 친분관계가 있는 홍 모 씨를 연결해 허 경위를 승진시키려 했다. 한 씨는 홍 씨와 연결고리가 있는 D건설 김 모 회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녹취에서 김 회장은 "발가락 10개를 걸고라도 얘기할 수 있다.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경감이나 경정은 그냥 된다. 정확하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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