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MBC뉴스테스크 화면 캡처
6·2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30일 MBC 뉴스데스크는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이번 지방선거도 지역일꾼을 뽑은 선거임에도 생활정책들은 모두 실종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4대강'이나 '세종시' '무상급식' 같은 정책 이슈는 정작 지방선거전에선 모두 실종됐다”는 게 MBC 뉴스데스크의 진단이다.

어디까지나 이번 선거도 기존 정당의 인물들이 대결을 벌인다는 차원에서 정쟁의 배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를 정치권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언론의 문제가 적지 않다.

30일 이명박 정부가 포기한 듯 보였던 대운하 논란이 다시 불거졌지만 언론은 침묵했다. 3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여의도와 한강 수역 일대에 ‘서울항’이라는 이름의 국제무역항을 세우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정부의 ‘여의도 무역항 지정’으로 한강운하 강행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열어,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 한강공원 둔치 3540㎡와 한강수역 36만7250㎡ 등 총 37만790㎡를 무역항만 부지로 지정하는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겨레는 “서울항은 연안이 아닌 내륙에 건설되는 국내 최초의 국제무역항으로 1선석(선창)에 최대 6500t급 배가 들어올 수 있으며 수심은 6.3m로 관리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4개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30일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들과 함께 마포대교 남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시행령 개정은 4대강을 운하로 이용하기 위한 최초의 법률적 조처”라며 “특히 수도 서울에 첫 번째 항구 계획을 밝힌 것은 운하의 전면 추진을 공표한 것이며 국민적 저항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이 대운하 추진 논란을 몰고 온 25일 정부의 ‘항만법 시행령’ 개정 의결이 30일에야 알려지게 된 것은 정부가 이를 숨기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될 것 같아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알리지 않았다’며 ‘선거 뒤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항만법 시행령’ 개정 의결 사실을 선거 뒤 발표할 계획이었다는 얘기다. 대운하 추진 논란을 뛰어 넘어 관권 선거의 정황마저 발견된다.

선거 막바지, 한강운하 강행 논란과 밀접한 ‘항만법 시행령’ 개정 소식이 알려졌지만 이를 다룬 언론은 극히 적다. 조중동은 물론 방송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30일 정책 선거의 실종을 강조했던 MBC도 마찬가지다.

MBC보도는 관련 소식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말 선거전을 다룬 꼭지 ‘여야 지도부, 수도권 총집결‥막판 총력전’에서 여야 지도부의 표몰이 상황 속에 “민주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의 여의도 국제무역항 지정이 한반도 대운하 부활 기도라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촉구했다”고 끼워 넣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숨기기 위해 항만법 시행령 개정 사실을 선거 뒤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포함해 정부를 탓할 일만은 아닐 것 같다. 뒤늦게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생활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언론은 여전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은 천안함이었다. 선거 뒤 발표하려고 했던 정부의 노력이 부질없기까지 하다.

정책 선거 실종, 절반의 책임은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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