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영진위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각본부분 0점을 줬다는 사실과 함께 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 심사에서 조희문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영화 <시>에 0점, “그냥 떨어뜨리기 위한 것”

▲ 정윤철 감독ⓒ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정윤철 감독(<말아톤>, <슈퍼맨이었던사나이> 제작)은 26일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윤철 감독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개인적인 취향은 존중해야 하고 아무리 칸에서 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0점을 줬다는 것은 그냥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떻게 보면 이창동 감독의 <시>를 떨어뜨린 것이 다른 감독의 작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이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대해 “각본상은 작품상이나 연기상에 비해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라며 “감독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준 것(상) 같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내일신문을 통해 밝혀져 논란은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현재 문화부는 내일신문 기사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며 “타사 기자 중 3명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2명은 유사한 말은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시>의 공적을 깎아내리려는 차원의 발언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9명 중 7명에게 청탁해…작품 접수번호까지 불러줘”

영화관련단체들은 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 심사 과정에 조희문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희문 위원장이 심사위원들에게 전화해 뽑아 달라고 부탁한 2편 중 한 작품에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출연했으며 나머지 한 작품 역시 영화제작을 해본 경험이 없는 열린북한방송의 국장 이름으로 지원한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서 정윤철 감독은 “아주 친한 심사위원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했지 않았나 생각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심사위원 9명 중 7명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처음 듣고 믿기지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황규덕 감독은 구성주 감독, 이미연 감독, 허욱 용인대 교수, 어지연 프로듀서 등 심사위원 4인과 함께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문 위원장이) 내부조율이 필요하다.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면서 심사위원들에게 뽑아야할 작품의 접수번호까지 직접 불러줬다고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들은 “조희문 위원장이 ‘공정심사’를 해야 하는 위원들에게 인격적 불쾌감을 주었다”면서 재발방지 및 위원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심사도중 전화했다”…조희문 위원장 해명과 달라

이와 관련해서도 정윤철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와중인데 조희문 위원장이 전화를 했던 것”이라며 “깐느에서까지 국제전화를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청탁의 압력전화를 했던 것으로 영화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조희문 위원장은 심사가 끝난 후 이뤄진 전화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청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던 터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윤철 감독은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난 일이면 모르겠지만 이미 그 이전에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에 대한 심사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면서 “영화계를 위해 진흥정책을 펴야할 영진위가 오히려 영화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공정성을 잃은 상태다. 상식부터 지켜나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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