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뜨거운 형제가 진짜 뜨거워질 전망이다. 천안함 사고와 파업으로 인해 긴 시간의 공백이 오히려 일밤에게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헌터스, 에코하우스의 잇따른 실패로 인해 후속 코너인 뜨거운 형제가 관심을 끌기 어려웠는데 본의 아닌 공백으로 인해 새로운 분위기로 새 코너를 시작할 수 있어서 시청자입장에서는 선입관 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다행한 일이었다.

또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미 에코하우스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박명수, 박휘순이 귀신같은 호흡으로 웃음을 폭발시킨 것이다. 8명의 결코 적지 않은 멤버들 중에 김구라 포함 세 명의 개그맨들은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경쟁심과 더불어 개그맨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남다른 압박도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요즘 감이 무척 떨어졌지만 만만치 않은 탁재훈이 있고, 라디오에서 활기찬 입담을 보인 사이먼디도 있기 때문에 그 긴장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참 물오른 박명수의 지휘 아래 벌인 아바타 소개팅에서 박휘순은 그의 어눌한 원래 캐릭터에 더해진 박명수의 애드리브에 힘입어 소개팅에 나선 네 명의 아바타 중 발군의 솜씨로 웃음을 선사했다. 사실 소개팅 극초반에서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결과여서 더욱 놀라웠다. 박휘순은 아바타 소개팅을 통해서 어글리 마케팅에 성공했다. 소개팅의 결과는 두 여성 모두 연하남인 비스트 기광을 선택했지만 재미는 박명수, 박휘순 이박 형제가 차지했다.

게임의 결과로 파트너가 됐지만 이 박명수, 박휘순 박박형제는 앞으로 뜨거운 형제들의 대박커플로 웃음을 주도해나갈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대부분 예상했겠지만 막말구라나 비주얼 상진, 깐죽재훈은 아바타 주인으로서 마땅히 큰 재미를 주지 못해서 소개팅 자체가 위기에 빠질 뻔했다는 점에서 이 박박 형제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콘셉트를 살려준 박박형제를 업어주고픈 심정이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혹시라도 못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기를 권하는 취지에서 감추기로 한다. 박휘순이 보인 허접하고 엉성한 마술이 이날 활약의 주된 소재인데, 그 캐릭터를 극대화시킨 주인 박명수의 원격조정은 분명 무리수였는데 그것을 오히려 웃음으로 반전시켰다는 점에서 박박형제에게 노력으로도 안 되는 운이 따라주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감동 과잉이라는 씁쓸한 비판을 받는 일밤이 예능으로서 부족했던 웃음을 뜨거운 형제들로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뜨거운 형제가 내놓은 아바타 소개팅이란 여덟 명의 멤버가 주인과 아바타로 짝을 이뤄서 네 명의 여성과 소개팅을 한다는 내용이다. 얼핏 생각하면 별 거 아닌 아이디어 같지만 은근히 복잡한 심리전이 숨겨진 의외의 복병이다. 아무리 예능이라도 기혼자가 소개팅에 나가는 설정은 불가하다. 일밤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바타라는 설정을 통해서 기혼자임에도 얼마든지 소개팅의 긴장과 기대감을 만끽하고 또한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일탈감을 준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아바타 주인들이 소개팅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었다. 소개팅에서 여성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녹화 당시는 엄청나게 추웠을 한강을 또 헤엄쳐 건너야 하는 벌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기혼자들은 단지 벌칙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못된 욕망(?)을 감출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아바타 소개팅의 발칙한 구조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훔쳐보기의 형식이라서 은근히 몰래카메라 기분도 있다.

아바타 소개팅을 통해 박박형제는 항상 단골 벌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재미가 있기도 하겠지만 여성들 입장에서 그것이 가장 솔직한 선택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런데 자꾸 그렇게만 가다보면 소개팅에 출연하는 여성들이 괜한 밉상이 되지 않을까 조금 염려되기도 한다. 그런 기대와 우려 사이를 제작진이 잘 조율하면 뜨거운 형제는 일밤의 권토중래를 견인할 일등공신이 될 듯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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