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장은 명장이었습니다. 47살의 젊은 명장,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인터밀란 감독이 6년 만에 생애 2번째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자신의 꿈을 또 한 번 실현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의 인터밀란은 23일 오전(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09-10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특급 골잡이' 디에고 밀리토의 결승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두고 지난 1965년 이후 35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경기 내내 특유의 카리스마를 묻어나는 제스처를 취하며 강한 인상을 보여준 무리뉴 감독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특유의 당당한 모습으로 팬들의 성원에 감사해 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이날 거둔 성과는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7살의 나이에 최연소로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감독으로 기록됐다는 점이며, 팀으로는 이탈리아팀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단한 기록을 세우기까지 무리뉴 감독은 단 3년이면 충분했고, 개인으로나 팀으로나 명예로운 우승을 달성해내며 함박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무리뉴 감독에게 이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은 매우 절실한 목표이자 과제였습니다. 지난 2003-04 시즌에서 FC 포르투를 유럽 정상에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던 무리뉴였지만 첼시, 인터밀란 등 수준높은 팀을 만나서 유럽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여러모로 무리뉴를 바라보는데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합지졸'과 같았던 팀들을 조직력까지 갖춘 팀으로 변모시키면서 리그 최강 팀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였지만 클럽의 최고 영예인 유럽 정상에 오르기 위해 영입돼 팀을 맡게 된 상황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은 무리뉴 개인에게도 많은 아쉬움과 후회로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당당한 자세와 흔들림없는 모습으로 도전을 거듭했고 마침내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목표를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35년동안 유럽 정상 무대를 노크하지 못했던 인터밀란을 결승까지 끌어올린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였는데 기어이 우승까지 성공하면서 자신이 '진짜 스페셜 원'임을 입증해 냈습니다. 특유의 쇼맨십을 선보인 무리뉴 감독이었지만 밀리토가 골을 넣었을 때 오히려 '차분해지자'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여준 면에서 그가 얼마나 우승을 염원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어쨌든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고 강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만들며 이탈리아 최강이자 유럽 최강으로 거듭나게 만든 무리뉴 리더십은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재조명받게 됐습니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고 싶다”면서 사실상 인터밀란과의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까지 모두 우승을 차지한 상황에서 도전을 좋아하는 감독 입장에서 더 이상 인터밀란을 맡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완전히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레알 마드리드 쪽에서도 환영의 입장을 밝힌 이상 이번 경기는 무리뉴 감독이 '유종의 미'를 거둔 경기로 남게 됐습니다. 지난 2004년에도 FC 포르투 우승 후 첼시로 갔던 것처럼 '박수칠 때 떠나는' 무리뉴 감독 특유의 행보는 그를 바라보는 또다른 매력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우승청부사'로서 역사를 만들어가며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무리뉴 감독의 행보를 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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