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의 여인 오은선 대장이지만 동료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안나푸르나를 올랐다가 추울 것같아서 도로 들고 내려왔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오대장뿐만 아니라 시청자 모두를 감동시킨 진정한 산악인의 마음이었다.
박수칠 손이 넷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8일의 승승장구는 최고였다. 마치 무릎팍도사에 연예인이 아닌 아마존팀이 나와서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던 것처럼 히말라야 14좌를 등정한 오은선 대장과 만난 승승장구는 지금껏 보여주지 못한 승승장구의 나아갈 길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3주만에 다시 만난 승승돌 태연과 우영은 마스코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김신영의 물오른 에드리브는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렸다.

불안불안했던 김승우는 애초에 잘못 잡았던 꽁승우의 탈을 벗고 그의 목소리에 맞는 의뭉스러움과 맏형으로서 여유로운 콘셉트에 안착했다. 또한 도대체 왜 출연하나 싶었던 최화정마저도 아마도 최초일 것 같은 게스트와의 공감을 통해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엠씨진 내부의 호흡이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고 그런 시너지를 통해 게스트 오은선에게서 최대한의 내용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게스트의 게스트인 몰래 온 손님도 이번에는 자기 욕심 없이 순수하게 게스트인 오은선을 빛나게 함으로서 오히려 서로가 훈훈해지는 효과를 보았다. 오은선 대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르며 등정과정을 담았던 KBS 정하영 촬영감독과 개그맨 김병만은 몰래 온 손님이 어떤 자세로 쇼에 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해주었다.

토크쇼의 정석은 웃음과 감동이다. 얼마만에 치마를 입은지 모른다는 오은선 대장은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의외의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바람에 철없는 아이 역할의 우영의 애드리브가 살고 김승우가 "애는 착해요"라는 반복된 멘트까지도 살았다. 그것은 동시에 메인엠씨의 역할인 호흡조절에도 성공한 것이었다. 이처럼 엠씨와 게스트의 쿵짝이 잘 맞으니 재미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렇지만 오은선 편을 꼼꼼히 되살펴봐도 개개인이 평소와 다른 점은 별반 발견할 수 없었다. 문제는 호흡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적절한 리액션과 타이밍이 주효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엠씨들이 게스트에게 집중하면서도 분명 한발쯤 떨어진 거리감으로 들을 때와 치고 나올 때를 정확히 알고 행동했다는 점이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

결국 엠씨와 게스트의 말들로 채워져야 하는 토크쇼에서 엠씨들의 역할은 그 기다림과 때 놓치지 않는 맞장구에 있기에 비로소 승승장구 엠씨진이 그 방법을 찾은 듯싶다. 편집도 잘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오디오 상황과 화면의 동선이 적절하게 잘 맞아 다소 산만할 수 있었던 오은선 대장 배낭을 살펴보았던 장면들이 오히려 재미로 엮여졌다.

오은선 편 승승장구가 지난 14회 동안 거두지 못한 토크쇼 궁극의 열매를 마침내 수확했는데, 그것은 바로 감동이다. 생과 사의 사투를 벌이는 히말랴야 등정의 고통은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한 일이지만 동료였던 故 고미영 대장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올랐다가 도로 들고 내려왔다는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모습은 그 어떤 스포츠 스타의 일화보다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고

산악인은 피를 나누지 않고도 친형제 같은 정을 가진다고 하는데, 함께 오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사진이나마 함께 갔지만 그곳이 너무 추워보여서 차마 두고 올 수 없다는 말에 산악인의 정신, 마음을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짧지만 강한 감동의 눈물 한 방울로 그전까지 터져 나왔던 웃음이 허무하지 않고 잘 정돈되는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 식으로만 승승장구가 착한 웃음을 뽑아낼 수만 있다면 강호동의 강심장이 더 이상 경쟁자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승승장구 제작진과 엠씨들은 오은선 편을 교과서 삼아 연구하기 바란다. 진정 재미있었고 또 가슴 따뜻한 감동도 있었다. 그리고 오은선 대장의 14좌 등정을 축하하며 故 고미영 대장의 명복을 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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