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안했던 김승우는 애초에 잘못 잡았던 꽁승우의 탈을 벗고 그의 목소리에 맞는 의뭉스러움과 맏형으로서 여유로운 콘셉트에 안착했다. 또한 도대체 왜 출연하나 싶었던 최화정마저도 아마도 최초일 것 같은 게스트와의 공감을 통해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엠씨진 내부의 호흡이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고 그런 시너지를 통해 게스트 오은선에게서 최대한의 내용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게스트의 게스트인 몰래 온 손님도 이번에는 자기 욕심 없이 순수하게 게스트인 오은선을 빛나게 함으로서 오히려 서로가 훈훈해지는 효과를 보았다. 오은선 대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르며 등정과정을 담았던 KBS 정하영 촬영감독과 개그맨 김병만은 몰래 온 손님이 어떤 자세로 쇼에 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해주었다.
그렇지만 오은선 편을 꼼꼼히 되살펴봐도 개개인이 평소와 다른 점은 별반 발견할 수 없었다. 문제는 호흡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적절한 리액션과 타이밍이 주효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엠씨들이 게스트에게 집중하면서도 분명 한발쯤 떨어진 거리감으로 들을 때와 치고 나올 때를 정확히 알고 행동했다는 점이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
결국 엠씨와 게스트의 말들로 채워져야 하는 토크쇼에서 엠씨들의 역할은 그 기다림과 때 놓치지 않는 맞장구에 있기에 비로소 승승장구 엠씨진이 그 방법을 찾은 듯싶다. 편집도 잘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오디오 상황과 화면의 동선이 적절하게 잘 맞아 다소 산만할 수 있었던 오은선 대장 배낭을 살펴보았던 장면들이 오히려 재미로 엮여졌다.
산악인은 피를 나누지 않고도 친형제 같은 정을 가진다고 하는데, 함께 오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사진이나마 함께 갔지만 그곳이 너무 추워보여서 차마 두고 올 수 없다는 말에 산악인의 정신, 마음을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짧지만 강한 감동의 눈물 한 방울로 그전까지 터져 나왔던 웃음이 허무하지 않고 잘 정돈되는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 식으로만 승승장구가 착한 웃음을 뽑아낼 수만 있다면 강호동의 강심장이 더 이상 경쟁자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승승장구 제작진과 엠씨들은 오은선 편을 교과서 삼아 연구하기 바란다. 진정 재미있었고 또 가슴 따뜻한 감동도 있었다. 그리고 오은선 대장의 14좌 등정을 축하하며 故 고미영 대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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