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고, 방통위의 처분만이 남았다. 방통위는 지난 3일, 각 방송사로부터 중계권 협상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받았으며 현재는 과징금 처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각 방송사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행정소송 등 관련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4월 30일까지 협상을 최대한 성실하게 추진하라”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방송3사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방통위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때 내릴 수 있는 과징금은 중계권료의 최대 5%, 35억원 가량이다.

▲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한국 대 이란 전 경기장면 ⓒ 대한축구협회

이창희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중계권 시정조치 이행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며 “시정조치가 이행됐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토결과) 협상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중계권 5%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면서 “방송3사 모두에게 시정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3사 모두 과징금이 나올 수 있고 모두 안 나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창희 국장은 “아직 과징금 처분을 내릴지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조치 일정을 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과징금이 내려질 것으로 우려를 하며 행정소송 등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 관계자는 “(방통위) 실무단계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며 “법률자문을 받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법률전문가들은 판매와 구매를 강제하는 법률 조항이 위헌적 소지도 있다고 말하고 있고, 행정소송을 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강조했다.

KBS 관계자도 “방통위가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과징금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또 “방송법 76조는 (중계권)‘판매’만 강제하고 있지, 구매를 강제하지 않지만 방송법 시행령(60조)에는 '구매'가 들어가 있다"며 "상위법에 없는 구매를 강제하는 것은 모법위반"이라고 주장했다.

KBS·MBC, ‘보도’는 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은 못해

SBS가 취재와 방송보도에 이용할 수 있는 AD(Accreditation) 카드를 KBS와 MBC에 각각 8장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S는 AD카드 8장은 겨우 경기 취재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련 기획 프로그램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KBS 관계자는 “SBS가 취재에 AD 8장 할애하고, 경기당 3분정도 영상을 준다고 했다”며 “이 정도로는 보도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월드컵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뉴스 퍼센티지(보도에 사용하는 영상)는 피파룰에 따라 주게 돼 있다”며 “보도하는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SBS 관계자는 “FIFA로부터 받은 AD 카드는 144장”이라며 “144장을 가지고 중계도 해야하고 KBS와 MBC 외에 YTN과 MBN 같은 방송사들에게도 배분해 줘야한다”고 밝혔다.

또 “AD 카드는 입장권 없이도 경기장을 출입할 수 있는 신분확인 카드”라며 “AD카드만으로는 영상촬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02년 우리나라 월드컵에서도 경기장 안에서 영상을 찍다가 ‘카메라’를 압수당했다”며 “AD카드로는 경기장 출입만 할 수 있지, 영상취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남은 4개 대회 ‘중계권 협상’은?

지난달 23일 방통위가 내린 시행조치에 따라 방송3사는 오는 16년까지 올림픽 3개 대회와 14년 월드컵 중계권에 대한 협상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방송사들은 6월 월드컵이 끝나고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역시도 낙관적이지 않다.

방통위 시정조치에 따라 방송3사는 오는 8월까지 서로 희망가격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올해 말까지 방통위에 보고해야 한다. 4개월 동안 4개 대회에 대한 중계권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SBS 관계자는 “2006년 8월부터 이번 월드컵 협상이 시작됐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하나의 월드컵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4개 대회를 4개월만에 마무리 지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월드컵 이후에나 준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은 부딪혀 봐야 어떻게 될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BS 관계자는 “아직 남아공 월드컵 중계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창구를 열어 놓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BS로부터) 화면을 받아서 중계하는 것은 일주일 전에도 준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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