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미뤄진 수능이 치러지던 날에도 정치권에는 여전히 칼바람이 불어댔다. 그런데 이번 바람은 평소와 달리 정치권 내부에서 오가던 것이 아니라 민의에서 불어왔다는 점에서 달랐다. 매우 거친 역풍이었고, 그 바람의 방향은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을 향했다.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유골 은폐를 비판했다가, 김종대 의원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섣불리 비난했다가 되려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먼저 세월호 유골 은폐를 비판한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하고, 거친 반응이 차고 넘쳤지만 당사자인 예은아빠 유경근 씨의 한 마디가 모든 상황을 종결짓게 해주었다. 유경근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유한국당은 그 더러운 입에 세월호의 세자도 담지 말라”면서 “자유한국당, 제발 너희들은 빠져라. 구역질 나온다”고 일갈했다.

표현이 억세기는 하지만 과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후련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물론 세월호 미수습자 장례식을 목전에 두고 발견된 유골을 은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은 범죄적 행위였지만 그래도 자유한국당은 세월호에 대해서 발언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민심이었던 것이다.

세월호 떠나는 미수습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군다나 세월호 유골 은폐를 협의한 이철조, 김현태 등 2인은 지난 10월 4.16연대가 발표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인물 34명’에 포함된 인물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자격이 없음에도 교체되지 않고 이후에도 그대로 업무를 이어갔다는 사실에서 해수부 장관의 인사책임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 수습이라는 책임을 안고 탄생한 정권이다. 당연히 사소한 것까지 세월호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최선도 모자랄 성의를 가졌어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유골 은폐 사태를 맞은 것은 유구무언일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에 앞장서 비판하는 것은 ‘국민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자격 없는 비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써주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라는 문제 제기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잘못 골라 역풍을 맞은 정의당 소속 김종대 의원도 마찬가지다. 판문점 JSA를 통해 넘어온 북한 병사의 치료 과정을 두고 ‘인격 테러’, ‘북한보다 나은 게 무엇이냐’는 등의 비판을 쏟아낸 김종대 의원은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결국 김종대 의원은 여론의 일방적인 반발에 굴복해 이국종 교수에게 사과를 한다는 입장으로 후퇴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국민적 영웅에 가까운 이국종 교수를 섣불리 건드린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대 의원의 문제제기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없지는 않았지만 권역외상센터의 산적한 문제들을 둘러보지 않은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김종대 의원에게는 고통만 남게 됐지만 이국종 교수에게는 나쁘지만은 않은 아이러니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이슈가 발생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불과 일주일도 되기 전에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16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국종 교수로서는 정치권의 비판에 잠시 고통을 받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교수가 줄기차게 노력해온 권역외상센터의 문제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청와대에서 직접 답변을 해야 하는 20만 명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이국종 교수가 우리 사회에 알리고자 애썼던 중증외상센터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계기를 맞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두 사람 간의 논쟁에서 출발했지만 정부가 권역외상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변을 준비하게 된 것은 오히려 새옹지마 격의 결과가 된 셈이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이 사회 문제에 있어 고민 없이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경솔한 태도에 대해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었다.

이와 같이 정치권의 행태에 여론의 역풍이 부는 것은 근래 자주 목격하는 상황이다. 과거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 변화이다. 이 변화는 새삼 우리 시민사회가 정치인과 언론 사이에서는 통하던 정치의 아무 말 잔치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언론이 더 민감하게 지켜봐야 할 사안일지 모른다. 이번 사태 속에서 자한당과 김종대 의원은 물론 본질을 외면하고 논란의 확대재생산에만 열중한 언론들의 행태들도 함께 도마에 오르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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