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MBC가 사장 공모에 나섰다. 서류 심사 후 최종 3인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공개적으로 해서 신임 사장을 낙점한다고 밝혔다. 적폐를 청산하고 진정한 언론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MBC로서는 이번 사장 공모가 중요하다.

MBC에 더 이상 손석희는 없다;
MBC 사장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손석희,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핵심이 되나?

김장겸 전 MBC 사장이 해임되고 곧바로 사장 공모에 나섰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며 새로운 시대는 열렸다. 이 두 정권은 언론을 장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언론장악이었다. 그렇게 피의 숙청이 이어졌고, 철저하게 권력에 종속적인 언론만 남게 되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수많은 적폐들은 나라 전체에서 돋아날 수밖에는 없었다. 청와대가 숙주가 되고 그 외 공기업들과 사회 곳곳이 '각자도생' 속 알아서 적폐들이 되어가는 모양새는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썩은 내가 진동하던 시대는 지난겨울 촛불로 인해 밀려나게 되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단숨에 세상이 바뀔 수는 없다. ON/OFF 스위치처럼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당장 적폐세력들은 반박하고 협박까지 하면서 청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퇴임 후 똑같은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자들의 행태를 보면 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언론이 무너졌던 9년 동안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적폐청산의 바탕은 MBC 정상화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MBC가 수순을 밟아 가면 KBS 역시 정상적인 체계를 잡아나갈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MBC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의결하자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MBC 노조 조합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사장 공모에 과거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반갑다. 언론 신뢰도에서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던 MBC. 그 시대를 치열하게 싸워나갔던 이들이 사장 공모에 나선다는 것은 새롭게 시작되는 MBC에는 청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편집 회의 등에서 한두 차례 밝힌 바 있지만 MBC사장 공모가 시작되면 또 추측 기사들이 나올 테니 미리 명확하게 해 놓겠다. 나는 우리 구성원들만 괜찮다면 여기 5층에 남을 것이다"

"이것저것 구차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는다. 늘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공중파도 아니고 종편도 아니며 단지 JTBC여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딴 생각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MBC 정상화 이야기가 나오며 가장 먼저 언급된 인물은 바로 손석희 JTBC 사장이다. 이번 사장 공모와 관련해서도 언론들은 손석희 사장이 MBC 사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과 기대가 섞인 기사들을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손석희 JTBC 사장은 MBC가 아닌 현재의 상황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이미 보도국 간부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신은 JTBC 남겠다는 말을 전했다. 손석희의 MBC 복귀를 바랐던 많은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옳다. 손석희가 JTBC에 남아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26년은 안에서 MBC를 지켰고 5년은 밖에서 MBC를 지켜보았다. 그곳에서 일할 때 MBC는 저의 자부심이었고 밖에서 바라볼 때의 MBC는 깊은 고통이었다. 다행히 국민의 힘과 내부 구성원의 분투로 겨우 MBC를 되찾게 됐다"

"우리 앞엔 수많은 과제가 쌓여있다. 다매체 다채널의 정보통신 시대에서 매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가치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MBC를 다시 세워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 MBC의 영광을 되찾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창사의 자세로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MBC의 중심에는 주인인 국민이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 MBC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 돼야 한다. 오로지 국민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방송이 돼야 한다. 그래서 세상을 더욱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BC를 국민이 자랑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앞으로 MBC를 재건해 이 같은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 이제 그 일을 하기 위해 MBC 사장 공모에 나서고자 한다. MBC의 새출발 과정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최승호 MBC 해직PD(현 뉴스타파 PD)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가 MBC 사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명박근혜 시절 해직된 언론인 중 하나인 최승호 피디는 MBC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가장 큰 강점이었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언론인으로서 역량을 극대화시켰던 최 피디의 도전은 그래서 반갑다. <뉴스타파>라는 대안 매체를 만들어 방송사 해직기자들과 잃어버린 언론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며 탐사 보도의 맥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절대 권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도 최 피디의 도전은 반갑다. <자백> <공범자들>을 통해 과거 권력이 어떻게 언론과 사회를 억압하고 통제해왔는지 잘 보여주었다. 과거 간첩조작 사건과 언론 통제를 통해 유한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민낯은 그저 추악할 뿐이었다. <PD수첩>을 통해 성역 없는 취재를 해왔던 그라면 MBC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성경환, 정찬형 전현직 tbs 사장들도 MBC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MBC 출신의 바른 언론인으로 가치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다가오지만, 성경환 전 tbs 사장은 고사의 뜻을 밝혔다. 이우호,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은 직접 출마 의지를 밝혔고, 송일준 한국PD연합회장도 곧 MBC 사장 공모 여부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이명박근혜 권력의 방송 장악에 맞섰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 MBC 사장 공모에 나서고 있는 다수는 방송 적폐에 맞서 싸워왔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이들이 직접 나서 무너진 MBC를 바로 세운다면 누가 되든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했던 MBC 전성기. 그 시절을 이끌었던 산증인들이 끝없이 무너진 MBC 공정성을 되찾는 일에 나선다는 것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신사옥인 '창조관' 건립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 건물이 완성되면 중앙일보와 JTBC가 모두 한 건물에 입주하게 된다. 신문과 방송이 하나가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그들의 도전은 우려와 함께 기대도 이어지게 한다.

JTBC가 손석희 사장으로 인해 신뢰도 1위 방송이 되었지만, 중앙일보는 여전히 조중동이라는 굴레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손석희 사장이 물러나게 되면 JTBC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다. 사기업의 한계는 그렇게 불안정하다.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사진=JTBC)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은 JTBC로 가 모든 것을 바꿨다. 권력에 충성 맹세를 한 기존 언론과 달리, 그들은 국민을 보고 달렸다. 그리고 언론인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당연한 일을 했지만, 권력에 기생해버린 언론으로 인해 반대급부로 JTBC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홍정도 신임 회장 체제에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이어갈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과거와 같은 강압과 눈치 보기가 필요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존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손석희 사장은 자신이 꿈꾸던 뉴스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MBC 사장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명확하다.

MBC가 정상화되더라도 다른 언론이 망가진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맞서 경쟁할 상대가 많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손석희 앵커가 중앙미디어센터의 핵심이 된다면 조중동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도 환골탈태할 수도 있을 것이다.

MBC 사장 공모는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진행된다. 공모 접수 후 방문진 이사들은 후보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후 표결을 거쳐 30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후보자를 3배수로 압축해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 3인은 다음 달 1일 MBC 홈페이지에서 생중계가 되는 상황에서 MBC 경영 계획, 재건 청사진 등을 밝혀야 한다.

국민 질의를 사전에 받고 사장 공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방문진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낙하산으로 비난을 받아왔던 MBC가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MBC 정상화는 필연적 과제가 되었다. 최승호 피디의 발언처럼 MBC 사장 공모가 하나의 축제가 되어, 국민과 함께 MBC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고대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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