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개인 사생활 보호에는 관심조차 없는 각종 치부와 굴욕 들춰내기로 연예계 물을 흐린다는 갖가지 비난을 받고 있지만 강심장의 시청률과 영향력은 커지고만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강심장처럼 그날 출연한 특정 출연진에게 편중 방송을 보여주고, 별의별 논란들을 재확산시킨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방송 이후 각종 포탄의 이슈 검색어를 점령해버리고, 너무 대놓고 띄워주는 비에 대한 불만이나 비호감을 표시하는 의견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런 노골적인 편들기, 이슈에만 급급한 사건 부풀리기가 만든 부작용들입니다. 강심장의 인기 원인은 그 안에 가득 차있는 독한 재미, 욕하면서 보게 만드는 지독한 막장스러움이에요.

그럼 이 프로그램이 솔솔 풍기는 악취는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그 첫 희생자는 당연히 터부를 털어놓은 당사자, 혹은 그가 지목한 사건의 관련자일겁니다. 그, 그녀가 말했던 그런 악행의 주인공이나 과거에 사귀었다는 스캔들의 상대가 과연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방송이 끝날 때마다 네티즌 수사대가 가동되고, 출연자들은 각종 굴욕 사건의 주인공으로 변신합니다. 강심장에서 강한 이야기를 쏟아낸다는 것은 단 몇 주간의 급격한 인지도 상승과 자신의 이미지 추락을 맞바꾸는 껄끄러운, 잔혹한 거래인 셈이에요.

하지만 이들 손님들은 2주 마다 교체하면서 시간과 함께 그 독성을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일지도 모릅니다. 이슈가 생산되면서 홍보를 위해 출연한 목적은 달성되는 셈이고, 기본적으로 감동으로 연결시키는 강심장의 포장 방법은 그 내용은 어떻게 출발하던지 결국은 말한 사람을 좌절과 고통을 이기고 성공한 승리자로, 따스한 눈물을 흘리는 감성의 소유자로 마무리해 주기도 하구요. 어차피 빠르게 흘러가는 이슈의 소용돌이에 한번쯤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건 해볼 만한 도전입니다. 경쟁적으로 자기 얼굴에 똥칠을 하는 연예인들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뭐 자기가 하겠다는데 구경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이런 폭로들은 점점 쌓이고 쌓이면서 연예계 전반에 독하고 자극적인 영향력을 퍼트리고 있습니다. 첫 예능 MC의 경험을 강심장에서 쌓고 있는 이승기가 우려스러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에요. 한번 치고 빠져나가는 게스트들과는 달리 그는 점점 더 폭로의 한 가운데에서 동료들의 자극적인 발언에 맞장구치고 이야기를 점점 더 끌어내고 마지막엔 감동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져서 성공적인 MC데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강심장의 성공 이유를 이승기의 MC적응 성공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결국 그 독한 발언들, 허울 좋은 감동을 누가 이끌어내는지, 어떤 이가 부추기며 결국 토해내게 만드는지를 찾게 되면 한순간에 뒤바뀔 위험한 곡예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 문제의 출발을 강호동에게 찾았습니다. 집요함, 집중력, 게스트와의 승부를 즐기며 감동 모드에 능숙한 그의 진행 성격은 강심장에게 묘하게 어울렸고, 그런 부분들이 확실히 게스트들을 자극하며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니까요. 하지만 이젠 이승기가 더하다 싶을 정도로 이 막장 예능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강호동이 시키는 대로,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는 핑계는 이제 구차하다는 것이죠.

너무 잘 적응을 끝내서, 프로그램에 편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강호동과 함께한 예능MC 도전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방향은 너무나도 우려스럽습니다. 이승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폭로의 독성을 중화시키는데 소비하는, 그리고 점점 더 폭로와 자극에만 몰입하고 있는 강심장의 핵심이 되고 있는 이승기는 예능을 잘못 배웠다고 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면도 저런 면도 모두 연예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이라지만 굳이 그 지독함을 이승기가 맡아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시청률이 성공적이고 영향력도 커져만 가고 있으니 그의 강심장에서의 MC 수업은 쭉 계속될 것입니다. 그의 진행 능력은 갈수록 능숙하고 매끄러워지고 있지만 위태위태하고 불만스러운 성장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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